정순은 훌쩍거리며 울고 있고 재정은 넥타이를 풀어헤친다.
재정/
삼천만 원이라고요?
정순/
명수가 나한테 이럴 리가 없는데.
뭔가 일이 생겼을 거야. 교통사고가 났거나..
재정/
엄마, 제발.
어떻게 저랑 상의도 없이 그렇게 큰돈을.
정순/
상의하면,
네가 좋아요 엄마 열심히 해보세요. 그랬을까?
아니잖아. 처갓집 장모님처럼 고상한 취미생활이나 하라 했겠지.
재정/
그러니까 그때 제 말 들었으면 이런 일 까진 안 생겼잖아요.
무슨 바람이 들어서 갑자기 이런 사고까지 치냐고요.
엄마 할머니예요.
점잖게 늙는 건 바라지도 않아요.
그냥 남들처럼 가만히 좀 계세요.
재정의 뺨을 때리는 정순, 카페를 나간다.
눈물 흘리며 걸어가는 정순. 지나가던 행인이 쳐다본다.
정순은 텅 빈 버스정류장에 앉아 엉엉 소리 내 운다.
버스가 그 앞에 와서 정차 후 앞 문을 연다.
정순이 타지 않자 문을 닫고 떠나는 버스.
넋 빠진 채 침대 걸터앉은 정순. 방안 전화기가 울린다.
정순/
여보세요
직원(F)/
카운턴데요. 남자분이 선불결제 하신 게
오늘까지라 연장하실 거면 미리 말씀하세요.
정순/
네
전화 끊은 정순, 두 손으로 얼굴 감싸고 고개를 푹 숙인다.
파티 음식으로 가득한 식탁에 둘러앉은 가족들.
샴페인 터트리는 혜경.
혜경/
아빠 축하드려요. 한잔 받으세요
혜경 부/
겨우 공천받은 걸 가지고. (부인 보며) 우리 제대로 해봅시다!
혜경 모/
나 내일부터 요 앞에 경로당부터 쭉 돌아다니려고요. 호호
혜경/
역시, 우리 엄마, 센스 넘쳐.
(재정 다리 찌르며 소곤) 여보.
재정/
(황급히) 장인어른, 축하드립니다.
혜경 부/
어, 그래. 자네도 한잔 받게.
웃으며 맛있게 식사하는 가족들 사이에 재경은 어두운 표정으로 깨작거리고 있다.
혜경 모/
박서방, 입맛이 없나?
재정/
아닙니다.
재정을 흘깃 째려보는 혜경.
화장실에서 기다리던 혜경,
화장실에서 나온 재정을 구석으로 데려간다.
혜경/
이럴 거야?
재정/
뭘.
혜경/
초상집에 왔냐고!
재정/
그럼 춤이라도 춰?
혜경/
어. 춤이라도 춰! 세상 근심 다 짊어진 사람 마냥 그러지 말라고.
재정/
넌, 다 알면서...
혜경/
아니까! 아니까 그래.
부모님 기분 좋으신데 꼭 그렇게 어머님 가출한 티 팍팍 내면서
앉아 있어야 하냐고.
안 그래도 시집 잘 못 가서 딸 고생한다고 걱정이신데
여보까지 왜 거기 보태냐고. 그냥 오늘은 기분 좋은 척, 안 돼?
재정/
너 정말..
재정은 혜경을 피해 거실 소파로 가 유민 옆에 앉는다.
재정의 뒤통수를 째려보는 혜경.
혜경, 포크로 망고를 집어 유민에게 건넨다.
혜경/
유민아. 망고.
유민/
엄마.
혜경/
응
유민/
할머니는?
혜경/
화장실에
유민/
말고~ 우리 할머니~
혜경/
유민아. 할머니가 며칠만 더 있다 오신대.
유민/
엄마, 나 할머니한테 전화 걸어줘.
혜경/
박유민! 경고야.
유민/
치. 밥 잘 먹으면 할머니 데려온다 했잖아.
나한테 거짓말만 하고.
혜경/
너, 엄마한테 혼날래 응?
너 자꾸 밥 안 먹고 엄마한테 땡깡 부리면
할머니 오지 말라 할 거야. 그러면 좋겠어?
유민/
싫어. 엄마 미워! 할머니이~
혜경/
혜경, 유민 엉덩이를 때리고 유민은 울음을 터트린다.
그 모습을 보고 있던 재정은 버럭 소리를 지른다.
재정/
애한테 뭐 하는 거야!
혜경/
여보!
큰 소리가 나자 장인 장모가 거실로 나오고 재정은 밖으로 나간다.
정처 없이 거리를 배회하는 재정.
- 9화에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