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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학소년 Jul 22. 2020

얼마면 돼? 얼마면 너는 화장실에서 똥을 먹을래?

[송파구 루트 3] 아시아선수촌 인근 아파트 임장기

서울시 금천구 독산 초등학교를 졸업한 문학소년은 1986년에 같은 독산동에 위치한 가산중학교 1학년이 되어 있었다.


당시 문학소년의 반에는 온갖 꼴통들이 모여 있었는데 그중에는 집에서 큰 사업이나 장사를 하는지 한상 몇만 원을 주머니에 가지고 다니던 B라는 놈이 있었다.


B는 자신의 돈을 이용해서 반 아이들에게 이런저런 심부름을 시키던 놈이었다. 그놈의 요구는 단순했다. 물을 떠 와라. 집에 갈 때 가방을 들어라. 운동장을 한 바퀴 돌고 와라 등과  같은 그놈의 요구사항을 들어주면 퇴근길에 같이 분식집에 가서 맛있는 떡볶이를 사준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물론 문학소년은 B와는 별로 친하게 지내지 않았고 말을 섞지 않고 지냈다.


어느 날이었다. 쉬는 시간이 되자마자 B가 아이들을 모아 놓고 이야기를 했다.


나한테 지금 오만 원 있는데, 누가 화장실 가서 똥 먹으면 내가 이 돈 다 줄게.


지금도 오만 원은 작은 돈이 아닌데, 1986년 중학교 1학년 학생들에게는 어마어마한 돈이었다. 대부분 B를 향해서 미친 X이라고 하면서 그 말을 무시하고 있었는데 저 뒤에서 누가 이야기를 했다.


얼마나 먹으면 줄 건데?




반 아이들이 모두 뒤를 돌아봤다. 사차원의 정신세계, 오양맛살 사건의 주인공인 K 였다. 당시 K는 경찰서를 다녀온 지 얼마 되지 않았던 걸로 기억한다.

https://brunch.co.kr/@ksbuem/101


B도 뒤돌아보고 K와 얼굴이 마주쳤다. B도 약간 당황한 듯해 보였다. 아마 저 사차원의 K 라면 먹을 수도 있을 거라 생각해서였을까?


우리 반 아이들 대부분은 대박!이라고 하면서 B와 K 주변을 둘러쌓았다. 쉬는 시간은 아직 충분히 남아 있었다. 어린 문학소년은 어어어 ~ 하다가 그 아이들과 같이 화장실로 가게 되었다.


여기 똥 있다.


먼저 뛰어가서 화장실 안의 작은 문들을 일일이 열어본 한 놈이 소리를 쳤다. 항상 쉬는 시간이 끝날 때마다 "담탱이 떴다!"라고 말해서 아이들을 놀라게 한 후, 당시 유행하던 손가락으로 이빨을 튕기면서 "뻥이야"라고 말하던 일명 뻥 맨이었다.


우리는 그 화장실의 칸으로 우르르 몰려갔다. 어린 문학소년은 또 어어어 ~ 하다가 그만 B와 K 중간에 위치한 변기 위의 X 바로 앞에 서 있게 되었다.


때는 바야흐로 1986년 아시안 게임이 시작되던 해였고 그 해 아시안 게임에 참가하는 각국 선수들이 머무를 수 있도록 만든 아시아 선수촌 아파트가 만들어졌다. 오늘은 송파구 루트 3으로 아시아선수촌 아파트 인근을 둘러볼 예정이다.



[송파구 루트 3] 아시아선수촌 인근


송파구 루트 3은 아이러니하게도 예전 강남구였다가 지금은 송파구로 분리된 명문학교인 정신여중/정신여고 인근이다. 그리고 이 곳을 보기 위해서 종합운동장역 3번 출구에서 정신여중/정신여고 방향으로 걸어가는 것을 추천한다.


눈앞에 보이는 정신여중고를 지나면 바로 1981년 입주한 잠실우성 1,2,3차가 나타난다. 이곳은 종합운동장 초역세권에 바로 앞 탄천 뷰가 가능한 약 2000세대의 재건축 추진 아파트다.


바로 옆에는 한때 고위 관료분이 보유한 것으로 알려져서 유명해진 아시아선수촌이 있는데 이곳은 124A㎡ 이상의 대형 평형으로 구성된 1356세대(총 18개 동) 단지로 인근 아시아공원을 끼고 있고 종합운동장역 역세권으로 주변이 온통 푸르른 녹색이다. 용적률은 152%로 재건축 사업성도 충분하고 실거주 만족도도 매우 높은 단지이다.


여기서 12분 정도 걸어가면 서울 도심에서는 보기 힘든 높은 송전탑이 나오고 주변에 빌라들이 좀 있는 잠실우성 4차를 볼 수 있다. 이 곳 4차는 9호선 삼전역 역세권 555세대(총 7개 동) 아파트로 혹시 구입을 생각한다면 반드시 단지 앞 송전탑과 주변 빌라촌을 감안해서 구입해야 한다.


이제 삼전역 쪽으로 슬슬 걸어가면 삼전역 초역세권에 용적율이 257%로 매우 높고 단지가 약 400세대로 재건축은 힘들고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잠실동 현대를 확인할 수 있다. 여기서 5분 정도만 가면 삼전역이 나오고 여기서 잠실의 임장루트 3을 마치게 된다.




그날 화장실에서 K는 잠시 머뭇했다.


뻥 맨이 찾은 화장실 칸의 변기에는 직전 누군가가 퍼질러 놓은 굵은 게 하나 있었다. 우리는 아니 어린 문학소년은 긴장했다. 나에게 얼마를 주면 저걸 한 입 먹을 수 있을 것인가? 오만 원은 좀 그렇고 엄마가 자주 방배동 언니에게 빌리는 백만 원이라는 거금을 받으면 먹을 수 있을까?


K가 머뭇 거리자, 오만 원을 빼앗길까 봐 긴장했던 B도 다시 기세 등등해졌다.


저것 봐. 먹지도 못 하면서..... 우웩!!!


K는 손가락으로 시골 장독대 된장에서 외할머니가 된장을 푸시기 전 맛을 보듯이 손가락을 살짝 찍은 후 입에다가 넣었다.


그 모습을 본 우리 반 아이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러나 B는 그 정도 먹은 거 가지고는 안 된다 하면서 돈을 못 주겠다고 생떼를 썼다. 결국 K와 B는 옥신각신 하다가 삼만 원에 합의를 봤던 기억이 난다.


지금의 문학소년이라면 얼마를 주면 그걸 먹을수 있을까? 아니, 우리는 얼마면 그걸 먹을 수 있을까?


서글프지만 돈이면 많은 게 해결되는 세상이니까...




브런치 독자분들의 격려와 지원 덕분에, 문학소년의 가슴 따듯한 에세이와  일반 재테크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를 담아낸 "적금밖에 모르는 문과생의 돈공부"가 출간 되었습니다. 강성범(문학소년) 저-2022년 1월 밀리의 서재 Original 


모두 브런치 독자분들의 응원 덕분입니다. 다시 한번 감사 드립니다. https://millie.page.link/GCL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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