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호텔 식당가 설거지하던 학생의 잠실 부동산 임장기
92년인가 93년인가...당시, 와이프와 한창 연애 중이었던 나는 늘 돈이 부족했다.
용돈은 늘 빠듯했고 둘이 만나서 먹을 수 있는 음식은 1끼당 둘이 합쳐서 5,000원을 넘길 수가 없었다. 주 데이트 장소였던 안양 1번가에서 영화를 보고 해피리아에서 라면과 라볶이를 먹으면 딱 만원이 들었다. 특단의 조치가 필요했다. 겨울방학이 다가오자 나는 벼룩시장을 뒤져서 아르바이트를 찾기 시작했고, 당시 눈에 들어온 아르바이트가 있었다.
잠실 롯데호텔 식당가 - OOO 일식 돈가스 - 설거지 아르바이트 모집, 시간당 OOO원
호텔 식당에 사람이 있으면 얼마나 있겠어, 여유로운 아르바이트겠지.
전화를 걸었더니 당장 와서 일을 할 수 있다고 했다. 돈이 궁했던 나는 방학이 시작되는 내일부터 바로 일을 하기로 했다. 세상에, 그 비싼 호텔 식당가에 사람들이 그렇게 많이 와서 먹어댈 줄 상상도 못 했다.
밀가루인지 고기인지 모를 덩어리에 눅눅한 튀김옷을 입히고 달달한 소스 맛으로 먹는 경양식집의 돈가스가 다인 줄 알았던 나는 돈가스에도 여러 종류가 있다는 것을 그때 처음 알았다.
그 비싼 등심가스, 안심가스, 믹스가스, 생선가스를 사람들은 미친 듯이 먹어댔다. 사람들이 먹어댈수록 나의 설거지 양도 미친 듯이 늘어났다. 그렇지만 나는 농땡이를 부리지 않고 정말 열심히 설거지를 했다. (당시는 설거지 기계가 없었다.) 당시 평일 매출액은 오백, 주말에는 천에서 천오백을 찍었던 기억이 난다.
호텔 식당가라 그런지 거의 백도에 달하는 뜨거운 물이 콸콸콸 쏟아지는 것도 신기했고, 그 뜨거운 물에 수많은 접시를 담가서 빡빡 문지르면 지저분했던 돈가스 기름기가 싸악 ~ 씻겨나가고 깨끗해지는 것에 이상한 희열을 느꼈다.
당시 주방에는 1명의 총괄과 2명의 보조 그리고 설거지 담당인 내가 있었다. 총괄 주방장의 지휘 하에 두 명의 요리 보조들이 매 시간마다 냉장고에서 고기를 꺼내고 요리 망치로 고기를 탕탕탕 쳐서 모양을 잡은 후, 밀가루를 묻혀서 계란물에 담갔다가 빵가루를 묻혀서 기름에 바삭하게 튀기면 천상의 돈가스가 탄생했다.
설거지를 하면서 곁눈질을 해 보니, 몇 가지 그 집만의 비법이 있었다.
돼지고기는 신선하고 두툼한 것은 기본이었고, 빵가루는 반드시 그날 만든 좋은 식빵을 공수해와서 기계로 갈아서 시판용 마른 빵가루와 반반으로 섞어서 사용했다. 돈가스 소스는 양파와 사과를 1대 1로 갈아서 시판 돈가스 소스와 다시 1대 1의 비율로 섞어서 그 집만의 소스를 만들어 냈다. 그리고 그 소스에 겨자가루로 겨자소스를 만들어서 티 수저 한 숟가락만큼만 퍼서 돈가스 소스 위에 톡~ 얹어서 나갔다.
장국에는 미원이나 다시다가 일절 들어가지 않았고 당시 보기 힘들었던 일본 된장만을 이용해서 미역과 두부를 넣어서 제대로 만들어 나갔다.
어쩌다가 설거지가 끝나고 쉬는 시간이 되면 나는 총괄 주방장 옆으로 뽀로로 달려가서 그분의 현란한 양배추 썰기 신공을 마술 보듯이 쳐다보곤 했다. 나머지 주방장 두 분은 양배추 썰기를 잘 못했던 관계로 총주방장이 막 욕을 하면서 양배추를 썰곤 했다. 타타 타타 타탁 몇 번에 양배추는 실같이 가느다란 양배추 채로 변모했다.
어느 주말, 여느 때와 똑같이 열심히 설거지를 하고 있었다. 설거지가 끝나고 한 숨 돌리려는 찰나, 나를 물끄러미 보던 총괄 주방장이 한 마디를 툭 던졌다.
거기 설거지 하는 학생, 자네 요리 좀 하게 생겼는데...어때, 나에게 좀 배워 볼래?
저요?
총괄 주방장은 돈가스 고기를 다듬는 기초부터 해서 튀김옷을 만들고 알맞게 튀기고 소스와 장국을 만드는 방법까지 하나하나 차근차근 나에게 가르쳤고 나는 그분의 노하우를 스펀지처럼 빨아들였다. 우리 둘은 케미가 잘 맞았다.
3개월 뒤, 어느덧 나는 그 주방의 No.2가 되어 있었다. 주방보조 한 분은 내 밑으로 내려갔으며 한 분은 그만뒀다. 내 밑으로 설거지를 담당하는 분을 포함해서 두 명의 아르바이트생이 더 고용되었고, 어느덧 겨울방학은 끝나가고 있었다. 어느 정도 지갑이 두둑해졌고 나는 다시 와이프랑 놀기 위해서 아르바이트를 그만뒀다. 총괄 주방장님은 내가 그만두는 것을 무척이나 아쉬워했다.
드디어 아르바이트 마지막 날, 나와 힘차게 악수를 하면서 그분은 한마디를 했다.
어이, 문학소년, 혹시 공부가 안 맞으면 이 길로 와도 될 거 같은데.
엥, 무슨 말씀을.. 저 여자친구와 놀아야 하는데요. 형광조끼로 커플룩 맞춰서 입고 다니기로 했거든요.
아래는 까딱했으면 잠실에서 돈가스 주방장이 될 뻔했던 문학소년의 잠실 아파트 임장기이다.
누가 뭐라고 해도 잠실의 핵심은 종합운동장역 인근의 한강변 대단지 아파트들이다. 단지수가 5,000 세대에 육박해서 단치 초입부터 끝까지 걸어가기가 힘이 들 수 있지만 가급적이면 조금 거리가 멀더라도 걸어서 다니자. 다시 강조하지만 임장의 목적은 단순히 아파트만 보고 다음 아파트로 가는 찍고 찍는 그런 패키지여행이 아니다. 내가 마음 내키는 대로 돌아다니면서 여기다 싶으면 차 한잔 하고 맛집에서 밥도 먹으면서 유유자적하게 이 나라 사람들은 어떻게 사는지 구경하는 해외 자유여행에 온 것과 같은 느낌으로 천천히 둘러보는 방법을 추천한다.
잠실을 포함한 송파구 주요 지하철에서 서울 주요 핵심 일자리를 확인해보면 대부분 40분 대에 갈 수 있다. 다른 곳처럼 10분/20분 걸리는 완벽한 직주근접은 아니지만 생활 편의성을 생각해 보면 출퇴근 10분 더 들더라도 이 곳 잠실의 대단지 아파트는 충분히 거주 메리트가 있는 곳이다.
송파구 임장은 아래와 같이 종합운동장/올림픽공원/아시아선수촌 인근의 3곳으로 나누어서 진행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세 루트들이 거리가 좀 떨어져 있기 때문에 한번 에 진행하기 위해서는 대중교통도 중간중간 이용을 해야 한다.
[송파구 루트 1] 잠심의 핵심, 잠실 종합운동장 인근
[송파구 루트 2] 올림픽공원과 헬리오 시티 인근
[송파구 루트 3] 아시아선수촌 인근
이 중에서 루트1을 살펴보도록 하자.
[송파구 루트 1] 잠심의 핵심, 잠실 종합운동장 인근
잠실새내역 5번 출구로 나오면 제일 처음 만나는 잠실엘스는 5678세대(총 72개 동) 대단지로 종합운동장 역과 잠실새내역 모두 이용 가능한 초역세권으로 한강뷰가 가능하고 잠일초와 잠일고가 단지 중간에 위치해서 학부모들이 선호하는 아파트다. 또한 인근 종합운동장의 인프라를 마치 아파트 Community 시설처럼 이용할 수 있다는 게 최고의 장점이다. 요즘 신축 아파트들이 인기가 좋은 이유가 Community 때문인데, 이곳 잠실은 종합운동장 내의 국가가 관리하는 수영장 등을 가까운 거리에서 비교적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다.
6분 정도 걸어가면 나오는 잠실 리센츠는 5563세대(총 65개 동) 대단지로 잠실초/중/고가 단지 가운데 위치한 한마디로 초/중/고품아 아파트로 고층은 한강뷰도 매우 잘 되는 잠실새내역 초역세권 아파트다. 건너편으로 이어지는 트리지움 (3696세대(총 46개 동))은 버들초/영동일고등학교가 단지 가운데 위치한 잠실새내역/삼전역 초역세권 아파트로 직주근접을 선호하는 학부모들의 인기가 높다. 바로 옆 레이크 팰리스 역시 송전초등학교가 단지 가운데 위치한 잠실역/삼전역 역세권으로 이 중에서 석촌호수 인근동은 롯데월드 뷰가 매우 뛰어나고 석촌호수를 자유로이 이용 가능한 장점이 있다. 이 곳 인근에는 맛있게 맵기로 유명한 군산오징어 본점이 있으니 매운 오징어볶음을 좋아한다면 맛보고 가자.
15분 정도 걸어가면 그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잠실주공 5단지가 나온다. 이곳은 잠실에서 가장 입지가 좋은 재건축 아파트이나 재건축이 순조롭게 되지는 않고 있다. 큰길 건너 위치한 장미 1차 > 장미 2차는 잠실주공 5단지와 더불어 최고의 한강 조망이 가능한 재건축 승인이 난 대단지 아파트다. 이 곳 장미 1차와 2차가 각각 2100세대 / 1302세대 대단지인 반면 바로 옆의 장미 3차 맨션은 120세대로 장미 1차와 2차 대비 소규모지만 단일 대형 평형으로 실제 재건축 순서는 어찌 될지 아무도 몰랐으나 결국 같이 진행 중이다. 주공 5단지보다 장미가 먼저 승인되고 진행될지 누가 알았겠는가.
이어지는 미성 타운은 1230세대(총 9개 동) 잠실역과 잠실나루역 초역세권으로 석촌호수, 올림픽공원, 한강공원을 모두 아파트 단지 공원처럼 이용이 가능하고, 바로 이어지는 진주는 1507세대(총 16개 동)로 몽촌토성역 초역세권으로 올림픽공원 이용이 매우 편리하다.
5분 거리의 파크리오는 올림픽공원 이용이 매우 편리하지만 6864세대(총 66개 동) 대단지로 단지가 너무 넓어서 동에 따라 전철역 편차가 너무나 크다. 아침잠이 많은 직장인이라면 선택하는 동에 따라서 매일 지각을 하느냐 하지 않느냐의 문제가 달려있다고 봐야 한다. 10분 거리의 잠실 올림픽 아이파크는 2019.11 입주한 새 아파트로 방금 본 파크리오 건너편 풍납동에 위치한 아파트다. 이 곳에서 12분 거리에 있는 한강극동과 현대리버빌 1 지구는 몽촌토성 공원으로 둘러싸인 자연 친화적인 아파트이며, 송파 현대 힐스테이트와 풍납 현대아파트는 강동구청역 이용이 편리한 초역세권 아파트이나 풍납 현대의 경우 세대당 주차면적이 0.53대로 다소 심각한 수준이다.
이제 올림픽 공원 쪽으로 이동하면 보이는 쌍용아파트 > 극동아파트를 거쳐서 날이 좋다면 올림픽공원을 산책하도록 하자. 마치 이 곳 주민이 슬리퍼를 신고 마실 나온 기분으로 공원을 거닐어보고 집으로 가도록 하자.
당시 돈가스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를 해서 번 돈으로 부모님께 내복을 하나 사다 드렸었고, 당시 유행하던 티피코시에서 형광 주홍색의 조끼를 두 개 사서 하나는 와이프에게 선물로 줬다. 나머지 돈은 아마 둘이서 여기저기 놀러 다니는데 썼겠지.
나는 형광 주황색 조끼를 매우 마음에 들어했고, 1년 내내 입고 다녔다. 그런데 섭섭하게도 당시 와이프는 나와 만날 때 그 조끼를 한 번도 입고 나온 적이 없었다. 나중에 세월이 흐른 뒤 그 때 왜 안 입었는지 추궁을 하니, 와이프가 마지못해 대답했다.
'쪽팔리잖아. 형광 주황이 뭐니.'
음... 이번 주 내가 오래간만에 비법의 돈가스와 그 소스를 만들어 보려고 했는데... 취소!!!!
브런치 독자분들로부터 과분한 사랑을 받았던 [자네는 딱 노력하는 만큼 받을 팔자야] 브런치 북이, 2022년 브런치북 프로젝트 특별상을 받아서, 글라이더 출판사에서 책으로 출간이 되었습니다. 구석구석 발품 팔아 누볐던 서울 아파트 상세정보와, 부동산 재테크와 관련한 핵심 정보들을 추가하였습니다.
자네는 딱 노력한 만큼 받을 팔자야 | 문학소년 - 교보문고 (kyobobook.co.kr)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208494351
▞ 책 속으로
부모로부터 경제적 지원을 받지 못하는 20대와 막 결혼한 30대 신혼부부가 부동산 재테크를 시작해야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가정이 있는 무주택자라면 부동산으로 재산을 불리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할까? 집 하나 가지고 있지만 남들 오를 때 같이 오르지 않아서 속상한 사람이라면 어떻게 해야 똘똘한 1주택으로 갈아타고, 성공적인 부동산 재테크를 할 수 있을까? 지금은 지방에 살지만 언젠가는 서울 핵심 아파트를 장만하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할까?
- 6쪽
강남은 지하철과 버스노선이 구석구석 거미줄처럼 연결된 차 없이 다니기 좋은 교통의 요지다. 강남구 임장을 할 때는 강남의 주요 동 들이 어떻게 맞닿아 있는지를 알아야 하는데, 자녀 교육 때문에 강남을 선택한 학부모들에게 아이가 안전하고 빠르게 대치동 학원가를 걸어서 혹은 학원버스를 이용해서 갈 수 있는지의 문제가 걸려있기 때문이다.
강남구 아래쪽에 위치한 개포동을 기준으로 위로는 도곡동과 대치동이, 그 위로 역삼동과 삼성동, 그 위로 논현동과 신사동, 그리고 마지막으로 한강에 맞닿아 있는 압구정동과 청담동이 있다. 촘촘한 지하철과 왼쪽 경부고속도로, 오른쪽에는 단군 이래 최대 규모로 개발 예정인 영동대로 라인까지 사방팔방 빈틈없이 교통망과 개발 호재로 채워져 있는 곳, 이곳이 바로 강남이다.
- 12쪽
점쟁이의 말에 와이프는 소스라치게 놀랐지만 침착하게 다시 물어봤다.
“아까 하나가 부족하다 하셨는데 그게 뭔가요?”
“노력하지 않으면 아무도 안 도와줄 팔자야.”
“그런데 누구나 다 노력해야 잘 사는 거 아닌가요?”
“부모 복이 없다고. 심지어 형제자매 복도 없어. 부모가 날개를 달아줬으면 날아올랐는데 날개를 안 달아줬어. 그리고 자네도 마찬가지야.”
“저도요?”
“어. 자네도 아무도 안 도와줘. 모든 것을 스스로 해야 해.”
와이프는 깊은 절망에 빠졌다.
“그럼 이제 저희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그래도 노력하면 돼. 남편은 딱 노력하는 것만큼 받을 팔자야.”
“무슨 팔자가 이런가요? 딱 노력하는 것만큼만 받을 수 있다니요.” 와이프는 한숨을 쉬었다.
“무슨 팔자가 이러냐니! 세상에 노력을 죽도록 해도 뜻대로 안 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데!”
- 33쪽
(기초 2) 재테크와 부동산 공부는 돈을 모은 후에 하는 것이 아니다
부동산 가격이 주춤한 지금, 우리는 더 우울해졌다. 지금 살고 있는 집 가격은 떨어졌고, 가고 싶은 아파트는 천정부지로 올라버렸고, 심지어 아직 전세나 월세로 사시는 분들도 부지기수다. 보유 중인 자산으로는 ‘영끌’을 해도 강남은 커녕 서울 주요 신축 아파트는 꿈도 못 꾸는데 시간 내서 공부를 해야 할 필요가 있을까? 그러나 이는 ‘지금 돈이 없는데 재테크 공부를 당장 할 필요가 없지 않나요?’라고 물어보는 것과 같다. 지금 돈이 없다고 공부를 하지 않고, 돈이 모일 때까지 기다렸다가 재테크 공부를 시작하는 게 맞을까?
재테크 공부는 돈을 모으기 위해서 하는 공부지 돈을 모은 후에 하는 공부가 아니다. 부동산 역시 마찬가지다. 부동산 공부는 좋은 부동산을 사기 위해서 하는 공부다. 좋지 않은 부동산을 어쩌다 매입 후 그때서야 부동산 공부를 시작하는 건 쓸모없는 짓이다.
- 256쪽
(1)2023년 하반기 청약 트렌드와 전망
왜 규제를 다시 풀어주는 걸까? 정부는 가격이 폭락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미분양 주택의 증가로 인한 건설회사의 줄도산도 원하지 않는다. 말로는 시장원리에 따른다고 하지만, 정작 대형 건설사가 미분양으로 인해서 도산의 위기에 처한다면 정부는 그 건설사를 살리기 위해서 노력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미분양 주택을 줄이기 위해서는 무주택자가 아닌, 유주택자와 다주택자들이 지갑을 열어서 미분양 아파트를 사줘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예전에 재미를 봤던 유주택자와 다주택자들은 미분양 아파트도 잘만 고르면 시간이 흘러 알짜배기가 되리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이러한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주택을 소유한 적이 없는 무주택자뿐이다.
- 264~265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