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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캘리쌤 Mar 19. 2023

생일 거꾸로 일생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주는 상담소> 10화

이 글은 '캘리심리상담연구소'에서 2년간 운영하던 감정일기방의 사연입니다. 회원의 감정일기와 상담전문가의 감정일기 피드백을 순차적으로 다듬어서 내놓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사연이라 생각하시고 편하게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영님의 다섯 번째 감정일기입니다.




유영님께


'끄달림'과 '퉁'친다는 말에 재미가 있네요.

어린이날 태어난 딸내미 보고 "너를 낳느라 얼마나 고생했는지 아니?"라고 했다는 말에 ‘간 큰 엄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세상천지 이렇게 뻔뻔한 엄마는 유영님이 최초가 아닐까 싶어요.


간 큰 엄마? 저도 이런 뻔치가 좀 있었으면 좋겠어요. 저는 아들 둘이라 좀 그래요. 엄마인 제가 어른인데도 아들한테 슬슬 눈치를 보곤 하거든요. 참 아이러니하지요. 큰아들 덕분에 상담공부하게 된 케이스죠. 그러고 보면 자식이 부모의 스승이란 말이 딱 맞아요. 유영님도 딸내미 덕분에 많이 깨우치죠?


유영님 물어볼 게 있어요. 이 감정일기를 쓰는 도중에 딸에게 고문했다는 것을 알았는지, 아니면 예전부터 '엄마로서 너무 심했구나'라고 생각했는지 그것이 알고 싶습니다. 뭐가 되었든 간에 지금은 가스라이팅보다 더 무서운 발언이라는 것을 알았다고 천만다행입니다.


유영님과 딸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천륜에 대한 생각을 해 보았요. 하늘이 내려준 씨앗, 유영님 자신도 엄마 아빠한테서는 귀한 딸이었지요? 그런데 대를 이어 또 딸을 낳았으니 어떤 되물림이 있겠지요. 유영님의 딸은 어떤 생각을 하고 살까요? “난 엄마처럼 저렇게 살 거야.” 아니면 “난 엄마처럼은 살지 않을 거야.” 어느 쪽이라 생각하셔요? 가족가계도를 그려서 한번 살펴봐요. 3대 가족 가계도 말입니다. 


제가 짐작하건대 “엄마처럼은 살지 않을 거야.”라고 생각할 거 같아요. 왜냐하면 딸내미는 엄마처럼 뻔뻔하지는 못하잖아요. 제가 봤을 때 딸내미는 원칙을 잘 지키며 할 도리를 다하는 착한 딸인 거 같아요. 반대로 생각하면 딸은 엄마보다 더 독하게 살지도 몰라요. 두 가지 다 염두에 두고 생각해 볼 때 극과 극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 엄마에 그 딸,  제가 너무 심한 말 했나요? 그러나 이것은 예방주사입니다.


사실 저는 딸이 없기 때문에 이런 말 할 수도 있겠지만 상담을 많이 하다 보니 얻은 진리인지도 몰라요. 보통 엄마와 딸을 볼 때 같은 듯 다른 듯한 모습을 많이 봤습니다. 그래서 이런 발찍한 생각을 해 봤네요. 그냥 편하게 받아들이시면 됩니다.





이제 유영님의 부부사이 이렇게 공포해도 되는 건가요? 살짝 걱정이 되는데요. 남편의 패턴을 이렇게 노골적으로 퍼 내시다니.... 뭐 결론은 아침밥 차려주는 게 사랑이라는 말로 끝나니 어쩜 자랑 같기도 하고요. 은근슬쩍 자랑질, 이것도 매력이네요.


유영님 저는 소스라치게 놀랐어요. 생일이 어찌 우리하고 똑같이 일주일 간격인지요. 저희도 생일을 ‘퉁’ 치는 편이거든요. 감정일기를 보는 순간 소스라치게 놀랐지요. 유영과 캘리는 MBTI 성격유형(ESFJ)도 같고, 남편과 생일도 일주일 간격이고, 글 쓰기도 함께 하고 이건 또 어떤 인연일까 생각해 보게 되었네요.


유영님 제가 또 뜨악한 게 있어요. 유영님이 제안하신 3개의 안. 

1안 : 남편생일+결혼기념일, 내 생일 

2안:  남편생일, 결혼기념일+내 생일 

으뜸 안: 남편생일+결혼기념일+내 생일


이 제안을 보고 유영님께 제가 으뜸상을 줘야 할거 같아요. 어떻게 이 많은 아이디어가 척척 쏟아지는지요. 읽기 좋고 듣고 좋고 말하기 좋은 제안들이네요. 유영님의 제안을 보면서 나이대별로 달라지는구나. 생각했어요. 저도 젊었을 때는 생일, 결혼기념일등을 챙겨 주지 않으면 밥도 안 줄 정도로 예민했거든요. 그런데 50대 후반이 되니 생일 기념일 등은 아랑곳없네요. 신경도 안 써요. 반대로 남편은 여성호르몬이 많아져서 그런지 스스로 아내와 아이들 생일을 챙기고 문자 보내고 전화하고 난리네요. 젊었을 때 못하던 것을 지금 하나 봐요. 며칠 전 아들의 생일을 직접 챙기고 자신의 생일을 선전하고 저는 날짜가 다가왔는지 지나갔는지 신경도 안 썼어요. 이만큼 달라졌어요.


그러고 보니 유영님도 메거진에 글을 쓰면서 철이 많이 든 거 같아요. 딸아이의 생일을 엄마가 챙겨야 된다는 것도 알게 되었으니까요. 딸이 이제 응어리가 확 내려갈 거 같아요. 그리고 남편이 지금까지 아침밥을 챙겨준다고요? 저는 지금까지 제가 남편 아침밥을 챙겨주고 있어요. 이것만은 반대네요. 정말 간 큰 여자 아니 복 많은 여자 맞네요. 저도 그런 신랑 만나기를 원했지만 결국 제 손으로 챙겨주는 남편을 만났지요.ㅠㅠ


유영님의 일기를 읽고 피드백을 적으면서 저의 얘기도 간간이 했네요. 서로 힐링이 되는 시간이었어요. 유영님은 딸내미 생일을 엄마가 챙겨야 된다는 것과 결혼해서 지금까지 남편이 아침밥을 챙겨준다는 것을 자랑하는 일기가 되었네요. 글쓰기는 정말 ‘치유’라는 생각이 듭니다. 생일 기념일등을 퉁치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네요. 그보다 더 찐한 사랑을 알았으니까요.






<재미있는 솔루션>

나이대별로 생일과 기념일 챙기기 정리해 봤어요.

30대까지: 생일 안 챙겨주면 잡아먹을 듯이 따지고 면박 주고 

40대까지: 쿡 찔러서 절 받고 

50대 전까지: 협의로 결정하고 

60대 전까지: 기념일 무감각


나이대별로 아침밥 챙겨주기 정리해 봤어요. 

30대: 사랑이 싹트는 시점, 아침밥도 사랑으로 

40대: 남편은 밥도 못 얻어먹고 출근, 

50대: 주로 외식 

60대: 간단식




궁금증 tip

- 기본적인 가족 가계도 그려보기
- 사람은 네모와 원으로 표시함.
- 중심인물로부터 조부모 3대까지 그려본다.
- 결혼한 두 사람은 남편은 왼쪽, 아내는 오른쪽에 두고 선으로 표시한다.
- 자녀들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순서에 따라 표시한다.
- 관계선을 표시한다. (한줄-소원한 관계 / 두줄-원만한 관계 / 세줄-밀착관계 / 지그재그-갈등관계 / 점선-그저 그런 관계 이렇게 가볍게 한번 그려 보세요.
- 가족 가계도 3대까지 그려보면 가족 역동을 풍부하게 알 수 있습니다.

유영님의 엄마와 관계
유영님의 딸과의 관계

캘리 어록: 생일을 거꾸로 하면 일생입니다. 일생동안 챙기는 것이 생일이지요. 






캘리와 유영의 감정일기 7화, 8화


캘리와 유영의 감정일기 5화, 6화


캘리와 유영의 감정일기 3화, 4화


캘리와 유영의 감정일기 1화, 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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