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가리어 Viszontlátásra expr. 안녕히 계세요
* 생생한 느낌을 살리기 위해 제목에서만 최대한 실제와 가깝게 발음을 표기했고 본문에서는 외래어 표기법에 맞춰 작성했습니다.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 안녕히 계세요. 여행자가 현지 언어를 해 보려 할 때 가장 ‘배리어 프리’한 말, 이 세 가지 인사말이다. 문법 구조를 파헤칠 필요도, 철자를 꼼꼼히 외울 필요도 없다. 통째로 외워서 말로 뱉으면 그만이다. 발음이 어려운 경우는 있지만 조금 서툴게 발음해도 괜찮다. 우리에게 ‘앙뇽하쉐요’라고 하는 외국인에게 발음이 이상하다며 타박하지 않듯이. 오히려 한국어를 써 보려는 모습을 좋게 보지 않는가.
한 번쯤 써 보려고 익힌 인사말 삼총사 중 입에 잘 붙지 않는 말은 헝가리어였다.
- Jó napot kívánok. [요-나폿 키-바-녹] 안녕하세요.
- Köszönöm. [쾨쇠뇜] 감사합니다.
- Viszontlátásra [비손틀라-따-슈러] 안녕히 계세요.
안녕, 고마워, 잘 가 같은 짧은 반말 인사도 물론 있다. 여행자가 반말쓰긴 좀 그러니 애써 격식체를 택했는데 헝가리어는 쉬이 외워지지 않는다. 아주 정확하게 모음 소리를 내야해서였을까, 문장이 끊기고 완성되지 못했다. 헝가리어 자체가 생소하기도 했고.
모음 위에 잔뜩 찍혀있는 악센트( ́)는 장음의 표시이다. 우리말도 신체의 눈은 [눈], 내리는 눈은 [눈:]으로 장·단음 구분은 있다. 그렇다고 “밖에 내리는 눈~을 눈. 으로 보렴.”하고 말하지 않는다. 반면 <말.모.여. 15 편>에서도 잠시 언급했듯이 헝가리어는 장·단음이 명확했다. 안녕하세요하고 인사할 때도 첫말 ‘Jó’가 ‘요’인지 ‘요-’인지 헷갈리는 통에 뒷말까지 까먹게 됐다. 쉽게 외워 보려 서태지 노래를 떠올렸다. ‘난~ 알아요!’, 뒤의 가사를 ‘이 밤이 흐르고 흐르면’에서 ‘나폿 키-바-녹’으로 바꿔 부르니 금세 외워졌다. (난 알아“요~ 나폿 키-바녹!”) 감사하단 말 ‘쾨쇠뇜(Köszönöm)’엔 장음은 없지만 외(ö) 발음이 까다롭다. 다행히도 프랑스어 ‘œ’소리(입은 ‘오’로 둥글게 내밀고 소리를 ‘에’라고 내는)와 같아 바로 익힐 수 있었다.
삼총사 중에 제일 입에 붙지 않은 말은 마지막, 헤어질 때 인사인 ‘비손틀라-타-슈러(Viszontlátásra)’였다. 뒷부분에 아-, 아- 하고 장음이 두 번 붙는데, 요/나폿/키-바-녹처럼 음절이 구분되지 않아 헷갈렸다. 이번엔 자음도 한몫했다. ‘SZ’와 ‘S’. S는 헝가리어 발음으론 ‘슈’, SZ로 써야 시옷 발음이다. (수도인 budapest는 원어 발음으론 부다페‘슈’트이다) 이미 알파벳 ‘S=시옷 발음’으로 각인되어서 정확한 발음의 적용이 쉽지 않았다. 비소-ㄴ트... 비-숀... 비손틀라타... 장음인지 단음인지, ‘스’인지 ‘슈’인지 헷갈리는 통에 일곱 음절 인사말은 ‘바이(bye)’ 두 음절로 축약됐다.
식당을 들어가며 ‘요- 나폿 키-바-녹’, 서태지 노래를 떠올리며 경쾌하게 인사한다. 음식이 나오면 ‘쾨쇠뇜’, 입에 익은 프랑스어 발음을 떠올리며 자신 있게 감사 표시를 한다. 계산을 마치고 나오며 ‘비-’하고 말을 하려다 멈칫, 재빨리 영어로 인사하고 나온 적이 많았다.
여행의 끝자락에서야 헤어지는 인사가 왜 이리도 입에 붙지 않는지 깨달았다. 오후 느지막이 루카츠(Lukács) 온천을 다녀온 날이었다. 온천을 나와 다뉴브 강변에 들어섰을 때 눈 앞에 펼쳐진 부다페스트의 야경을 보니 확실히 알았다. 이런 야경을 두고 ‘안녕히 계세요’라고 함부로 말할 수 없다는 것을. 여행 일정 막바지에 만난 야경인지라 고작 하루 만에 헤어지기엔 그 여운이 너무나도 짙었다.
다른 인사말처럼 이미 외우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저 부다페스트를 떨쳐 보낼 수 없어 잘 있으라는 말이 입으로 구현되지 않았을 뿐. 문득 안녕히 있으라는 말을 버겁게 만든 부다페스트의 그때 그 야경이 그리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