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과 함께 하는 놀이를 통해 얻는 소소한 삶의 진리
놀이란 참 묘한 물건이다.
아무것도 아닌 듯하면서도, 마음의 쓴 약이 되고, 자라나는 밥이 된다.
놀다 보면 아이는 웃는다.
그 웃음엔 힘이 있다.
꾹 참고 있던 눈물이 녹아 흐르고,
말 못 했던 서운함이 바람에 날아간다.
그저 종이 한 장, 고무줄 하나만 있어도
그 속엔 아이의 삶이 다 들어 있다.
언젠가 아동센터에서 닭싸움을 하며 아이들과 마주 서 있었을 때다.
한 발 들고 균형을 잡으며 서로를 향해 툭툭 다가갈 때,
아이들의 얼굴엔 긴장감과 기대가 뒤섞인 표정이 어른거렸다.
한창 신이 난 아이는 나를 향해 달려들었고,
나는 휘청이다가 결국 땅에 철퍼덕 나가떨어졌다.
아이들은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웃음폭탄을 터뜨렸다.
그 아이들의 웃음소리를 듣는 순간,
어쩐지 내 마음 한구석도 가벼워졌다.
어깨에 묻은 먼지를 툭툭 털며 일어나는 동안,
나도 모르게 웃고 있었다.
그 웃음은 어느 때보다 진심이었다.
이긴 것도, 진 것도 중요하지 않았다.
함께 놀았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우리는 같은 편이 되었고, 같은 하늘 아래 있었고,
서로를 마음에 품게 되었다.
놀이라는 건 그렇게 사람을 품는다.
마음이 허기질 때, 놀이는 밥이 되어 준다.
마음이 다쳤을 때, 놀이는 약이 되어 준다.
아이들은 노는 동안
세상의 규칙을 배우고,
자기감정을 들여다보고,
내가 누구인지 천천히 알아간다.
어른들도 마찬가지다.
어른도 어른 노릇에 지치고,
누군가의 엄마, 아빠, 선생님이라는 이름에 눌릴 때,
가끔은 아무 이름도 없이
그저 한 사람으로 놀고 싶어진다.
그럴 때 아이와 함께 노는 일은
어른에게도 다시 숨을 쉬게 해 준다.
세상이라는 커다란 바람에 흔들리던 마음이
아이의 웃음소리에
비로소 조용히 내려앉는다.
나는 요즘 그걸 자주 느낀다.
장난스러운 눈빛을 가진 아이가
“한 판 붙어요!” 하고 다가올 때,
그 아이가 건네는 건 사실 놀이가 아니라
‘함께 살아보자’는 제안인지도 모르겠다.
놀이는 그냥 몸을 움직이는 일이 아니다.
그건 마음과 마음이 부딪히고, 어깨를 맞대는 일이다.
진심을 꺼내 보여주는 일이다.
그리고 결국,
우리를 서로 가까워지게 만드는 일이다.
놀이는 아이를 자라게 한다.
조금씩, 조금씩,
놀이는 아이를 자라게 하고,
가끔은
지친 어른도 다시 일어서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