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없는 그림책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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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리별은 친구별들과 함께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왕이 태어나기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동쪽 하늘에서
곧 왕이 될 아기가 태어날 거라는 소문이 들려왔기 때문입니다.
누리별과 친구별들은
눈을 반짝이며 땅을 내려다보았습니다.
“도대체 어디에서 태어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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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누리별은 불빛 하나 없는 길을 헤매는
가난한 젊은 부부를 보았습니다.
만삭의 아기를 품은 채
지친 발걸음으로 걷고 있었습니다.
누리별은
그들을 따라가고 싶어졌습니다.
왠지 혼자 두면 안 될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친구별들이 누리별을 붙잡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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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리별, 왜 저 아기를 따라가려고 해?
가난하게 태어나
이름도 없이 사라질지도 모를 아기잖아.
조금만 기다리면
진짜 왕이 태어날 거야.
그리고 별은 울면 안 돼.
눈물을 흘리면
불타서 사라지게 된단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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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누리별은
그 말을 따를 수 없었습니다.
아무도 축하해 주지 않는 탄생이라면,
자기라도 함께 있어 주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누리별은
친구별들을 뒤로하고
눈물을 반짝이며
가난한 부부를 따라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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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친구별들의 말도 사실이었습니다.
이 땅 어딘가에서
정말로 위대한 왕이 태어나고 있었습니다.
동쪽에서
지혜로운 세 명의 박사들이
왕에게 줄 선물을 들고
길을 떠나는 모습도 보였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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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나는
이 외로운 아기의 탄생을 축하할 거야.’
박사들은 왕을 찾기 위해
화려한 왕궁으로 향했지만,
누리별은
가난한 부부를 따라
작은 시골 여관으로 날아갔습니다.
그날 밤,
부부는 여관 안에도 들어가지 못하고
마구간에서
아기를 낳아야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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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구간에서 어머니의 진통이 시작되자
누리별의 눈에서도 눈물이 흘러내렸습니다.
그 눈물로 인해 누리별의 빛은
다른 별들과는 달리 황금빛으로 타올랐습니다.
아기의 행복을 진심으로 바라던
누리별의 몸은 새벽하늘을 가르며
더 밝게 빛나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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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누리별은 놀라운 장면을 보았습니다.
왕궁으로 향하던 세 명의 박사들이
자신의 황금빛을 따라
마구간으로 오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그들은
막 태어난 아기 앞에 무릎을 꿇고
선물을 드리며 경배했습니다.
어느새 목동들까지 모여
아기의 탄생을 노래로 축하하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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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제야 누리별은 알게 되었습니다.
마구간에서 태어난 이 아기가
바로 메시아라는 것을.
하늘의 영광과
이 땅의 평화를
세상에 나누어 줄 아기라는 것을.
기쁨의 눈물이
누리별의 온몸에서 쏟아졌고,
누리별은
춤추듯 더 깊은 황금빛으로 빛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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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이후,
황금빛 누리별은
하늘 어디에서도 보이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 빛은 이제
새로 태어난 아기 메시아의
두 눈동자 안에만
남아 있었기 때문입니다.
메리 크리스마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