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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텔라 Apr 25. 2022

바퀴벌레는 다리가 많아서 좋겠다

프롤로그

많은 벌레들의 활동 시간 새벽, 잠 못 이루는 나와 새벽을 함께 공유하는 벌레는 내 시선 끝자락 즈음에

자주 모습을 보였다. 주택가 뒤에 무성히 자란 풀잎 사이에서 찌르륵거리던 여치는 여름날 밤이면 찾아온다.  유독 거실에서 내가 혼자 있는 시간에 나타나는 꼽등이인지 여치인지 모를 모습에 소스라치게 놀라  새벽녘 엄마를 깨우면 잠이   엄마는 벌레가 아니라 곤충 여치라며 치워주고 다시 주무시는 일이 우리 집의 여름날 흔한 풍경이었다.


 엄마는 나에게 벌레를 너무 무서워하니 눈에 더 잘 띄는 거라고 말했다. 엄밀히 따지면 벌레와 활동 시간이 겹치거나 집이라는 같은 공간에 가장 오래 머물기에 내 눈에 잘 띌 수밖에 없었다.

아빠의 결벽증에 가까운 깔끔한 성격 덕분에  깨끗한 집안에 바퀴벌레가 있다는 사실을 현실적으로 받아들인 가족은 나밖에 없었다.


 나는 그들과 같은 시간을 공유한다.


나와 벌레들의 시간이 공존하는 새벽. 우리가 가장 또렷하고 활발하게 움직이는 시간이었다. 벌레를 싫어하는 이유는 비호감적인 외형보다 더 큰 부분을 차지하는 내면에 있다. 바로 그들이 가진 특정한 신체 능력이다. 바퀴벌레의 미칠 듯이 빠른 속도, 비상하게 날아다니는 날개 짓이나 혹은 여치류의 엄청난 점프력 등

어쩌면 그들의 생존법칙이 가장 무섭게 느껴지게 하는 부분이다.

 그들은 나보다 빨랐고, 훌쩍 뛰면 앉아있는 내 눈높이를 가뿐히 넘었다.

심지어 그들은 나보다 생존 능력이 뛰어나 보였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엄청 열심히 사네. 부럽다.”




그 무렵 나의 단조롭던 일상은 재미없었다. 살아간다는 의미는 하염없이 흘러가는 시간을 막연하게 보낸다에 그쳤다. 밝은 곳을 등지고 어둠 속으로 빠르게 사라지는 바퀴벌레도 살기 위해 열심히 움직였다. 나 빼고 모두 열심히 사는 세상이었다. 우리가 같은 공간에서 같은 시간대를 공유하는 똑같은 생명체라면

 그들은 나보다 잘 살아가 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세상에서 가장 혐오하는 생명체에 대한 또 다른 시각이 불러오는 뜻밖의 부러움이었다.


 노브레이크 인생 바퀴벌레, 하늘 높은 줄 모르는 꼽등이, 멈춤 없는 쉬파리, 하루를 살아도 화끈한 하루살이. 죽더라도 하고 싶은 대로 하다가 죽는데 난 왜 남에 눈치를 보고 사는 걸까요?

한번 사는 인생이라면 남에 눈치 볼 것 없이 저들처럼 살아 본다면 후회는 없겠다.  


바퀴벌레는 다리가 많아서 좋겠다, 빨리 도망갈 수 있으니.


바라보는 시선을 바꾸니 장점이 보인다. 보는 시선에 따라 단점으로만 보였던 것들이 장점이 되었다.


사람이 안 좋게 보면 어때요. 그게 그들의 생존을 위한 가장 큰 장점인걸요.

 



내가 살아가는 데 있어서 타인의 시선은 중요치 않습니다.

얽매여 있던 눈치에서 벗어나는 순간 많은 게 달라집니다.

남들과 다름은 틀림이 아니기에 내가 사는 지금 이 순간도 나는 틀리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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