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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텔라 Oct 19. 2022

죽을 만큼, 죽지 않을 만큼

죽을 만큼 노력했어요. 하루를 사는데도 죽을 만큼 노력해야 열심히 살아간다고 느낀다. 고작 하루를 사는데 죽을 만큼 노력을 해야 한다는 건 슬픈 일이다. 나는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했다. 꽉 찬 하루를 보내는 사람들이 보기에는 허투루 보내는 시간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나로서는 잘 살고 있다. 나도 모르게 나는 죽을 고비를 여러 번 넘겨왔다. 아픔을 느낄 때도 있고, 때로는 아픈 줄도 모르게 죽음이 코앞까지 다가와 있을 때도 있었다. 죽음이 무서운 건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았을 때 오는 두려움 때문이다. 그렇다고 준비가 되었다고 두렵지 않은 건 아니었다. 나에게 내일은 그랬다.




한때는 아프지 않을 거라는 걸 염두해고 내일의 계획을 만들어 나갔다. 내가 마음먹은 대로 해내기에는 얄궂은 세상은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난 아프지 않는다는 보장을 할 수 없는 내일을 가지고 있었다. 아무렇지 않은 일상을 보내다가도 남들에겐 아주 작은 부딪힘도 한 달, 두 달은 쉽게 사라지게 만드는 병원생활이 암묵적으로 날 따라다니고 있었다.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준비를 하고 있지만 곧바로 다가오는 내일이 어떻게 달라질지 모를 때가 많았다. 나에겐 거시적인 관점으로 바라보는 미래는 있지만 미시적인 관점으로 바라볼 수 있는 내일은 없었다. 당장에 내일 무엇을 할지도 모르면서 더 먼 미래를 쫓는 게 과연 맞는 걸까?


“넌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사니?”


사람들은 자신의 기준에서 다른 사람을 생각한다. 자신들에게 내일은 언제나 오늘과 같다고 생각하기에 계획 없이 다음날을 맞이하는 나에게 이따금씩 무슨 생각을 하고 사는지 사람들은 핀잔 섞인 말로 물었다. 무슨 생각이라니. 내일을 살아갈 생각이지.


 십 년 후 나는 무엇을 할 거야.라는 말은 종종 했었다. 하지만 당장의 내일 이걸 할 거야.라는 구체적인 계획은 가지지 않기로 했다. 미래라고 어렵게 생각할 필요는 없었다. 먼 미래가 아닌 가까운 미래이자 다가오는 내일을 부끄럽지 않게 살아간다면 내가 생각했던 미래가 성큼 내 앞에 다가와 있을 것이다. 부끄럽지 않은 내일을 살아가려면 내일을 미리 준비해야 된다고 말한다. 아니, 하지만 난 꼭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내일은 그날의 아침이 밝으면 달라진다. 미리 하루, 한 달 단위로 계획을 정해놓고 내가 생각했던 계획이 틀어졌을 때 오는 스트레스는 생각보다 어마어마하다. 나의 한 번뿐인 시간을 스스로 스트레스에 얽매이게 하고 싶지 않다. 나도 모르게 흘러가는 시간 속에 미래는 이미 현재가 되어 가고 있다. 내일을 계획하지 않는 나를 한심하게 보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이건 미래를 만들어나가는 나만의 방식이다. 



모든 사람들이 똑같은 미래를 꿈꾸지 않는 듯 미래를 만들어 나가는 방식도 각자 다르다. 남들과 다르다고 틀린 게 아니다. 내일의 계획이 없다고 더 먼 미래의 계획이 없는 건 아니다. 스트레스받으며 내일을 죽을 만큼 열심히 살기보다는 죽지 않을 만큼 현재를 잘 살면서 행복하게 미래를 만들어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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