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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텔라 Oct 19. 2022

처음은 어려워

모든 새로운 일을 시작한다는 건 낯선 것에 대한 설렘과 두려움이 공존한다. 대학을 갓 졸업한 졸업생에서 풋풋한 사회초년생이 될 즈음 사회에 첫 발을 내딛고 사회경험을 시작한다고 생각하지만 가족의 품을 처음 떠나 어린이집이라든지 유치원에서부터 새로운 무리를 만나 자신의 틀을 형성하는 시기부터 사회경험은 시작된다. 조금 이르다고 생각이 드는 유년기부터 치열한 사회에 발을 내디딘 셈이다. 어린이도 자신들만의 룰이 존재하는 공간에서 새로운 만남이 가득한 세상을 배워나간다.


 얼마 전 나에게 ‘일’이라고 말할 수 있는 일을 시작하는 계기가 생겼었다. 일을 시작하기 앞서 일적으로 사람을 만나야 되는 일이 있었다. 누군가의 도움 없이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이 생긴다는 건 매우 특별한 일이었다. 하지만 ‘드디어 나에게도 혼자 할 수 있는 게 생겼다!’라고 기뻐하기도 전에 드는 마음은 불안함과 떨림이었다. 과연 내가 잘할 수 있을까?부터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 사람을 만나서 어떤 말로 시작해야 하는지도 온통 모르는 것들 천지였다. 사람을 만난다는 것이 이렇게 어려운 일인 줄 미처 몰랐었다. 대인공포증이나 공황장애처럼 사람을 두려워하는 편은 아니었는데 왜인지 그때는 엄마가 모르는, 가족이 모르는 사람을 아무런 보호받지 못하는 공간에서 만나야 된다는 부담감 때문인지 불안함을 증폭되었다. 나에게 불안감을 주는 요소는 크게는 두 가지였다. 모르는 장소에 대한 불안감과 처음으로 온전히 혼자, 타인을 만나야 한다는 것이었다.


 약속 당일, 일기예보에서는 비가 오는 날은 아니라고 했지만 어쩐지 하늘에서 비가 금방이라도 쏟아질 것처럼 날씨가 우중충했다. 모르는 사람을 처음 만날 때 첫인상이 중요하기에 전날 미용실에 다녀왔다. 몇 년째 탈색한 머리를 유지하고 있던 나는 유독 붉게 물든 빨간 머리 앤을 연상시키는 붉은 머리로 약속 장소에 나갔다.

 우중충한 날씨, 모르는 장소, 혼자 만나야 하는 처음 보는 타인. 모든 게 불안한 요소였지만 만남은 요 며칠 초조했던 것이 허무할 정도로 가볍고 특별히 새로울 것 없는 만남이었다. 불안할 것 없는 자리라는 안도감도 잠시, 나의 첫 사회경험이라고 칭하는 그 자리가 주는 떨림은 여전했다. 나의 작은 버벅거림과 긴장으로 인해 떨려오는 손은 계약서에 사인을 할 즈음 극에 달해서 상대방이 나의 떨림을 눈치챌 정도였다. 떨리는 손을 부여잡으니 코끝이 찡해졌다. 대화가 이뤄지는 동안 코끝에 맺힌 콧물 때문에 몇 번을 훌쩍거렸는지 모르겠다. 카페를 가득 채우는 향긋한 커피향 위로 달짝지끈한 카라멜마끼야또가 채워진 잔에 달근한 향이 사라질 무렵 만나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어떻게 대화를 시작해야 될지 모른다는 걱정이 가득했던 만남은 상대방이 떠난 후에도 떨고 있는 나를 제외한다면 순탄하게 마무리되었다. 혼자 나를 보내는 게 영 불안했던 엄마는 나를 자리에 앉혀주고 조금 떨어진 옆 테이블에서 우리의 이야기가 끝나도록 묵묵히 기다려주었다.


나는 곁에 온 엄마의 품에 안겼다. 모든 건 그다지 문제 될 것 없이 끝났지만 나는 최악의 기분이었다. 나이에 비해 경험해본 것도 없었고, 할 수 있는 것도 열 손가락에 꼽았다. 혼자 있는 세상에서는 그것들이 문제 되는 건 없었다. 나조차도 눈에 띄지 않아 몰랐던 문제들이 세상 밖으로 나와 타인이라는 거울에 비친 모습 속에 낱낱이 보였다. 타인의 시선으로 바라본 나는 어린아이와 같다고 생각하니 부끄러웠다. 지금껏 느껴본 적 없던 회의감이 몰려와 나에게 실망스러웠다. 아직도 떨리는 나의 몸을 지그시 안아주던 엄마의 음성이 귓가에 들려왔다.



“처음부터 잘하면 그게 처음이겠어. 잘했어.”

처음부터 잘하지 못하는 게 단점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처음부터 잘하지 못한다면 필요치 않은 사람이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처음부터 모든 잘하는 사람은 더 이상 발전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 딱, 그 정도에서 멈추기 쉽다고 했다. 그런가 하면 처음부터 잘하지 못하기에 처음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처음 잘하지 못한 만큼 다른 사람보다 더 많이 노력하면 발전 가능성이 무한대인 사람이 될 수 있다고 말해준다. 처음부터 잘하지 못한다는 것을 단점으로 생각한다면 단점으로 끝나버리지만 처음부터 잘한다는 생각 대신 처음이니깐 더 노력한다는 자세로 하나씩 배워나간다면 나의 처음의 떨림과 서투름은 더 나은 내가 되기 위한 첫걸음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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