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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텔라 Oct 19. 2022

부러운 삶을 살아간다는 건

어느 누구는 나에게 부럽다고 말한다. 내 삶이 좋겠다고 말한다. 그들이 부러워하는 삶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삶을 말하는 걸까?


평생 백수가 꿈이라는 친구는 나처럼 지내는 건 요즘 같은 시대에 행운이라고 말했다. 아무 걱정 없이 시간에 쫓기지 않고 지낼 수 있는 게 얼마나 행복하냐는 것이다. 늘 바쁘게 일에 치여 지내는 그는 여유 있어 보이는 내 세상을 갖고 싶다고 했다.


 그렇게 좋으면 네가 이렇게 살던가. 재미는 없어.


톡 쏘아붙이고 싶지만 참았다. 그에게 자유는 있지만 여유가 없다. 나에겐 여유가 있지만 자유가 없었다. 우리는 서로 갖고 있지 않은 것에 대해 부러워하고 있다. 

여유 있는 시간이 주는 가벼움.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는 걱정의 무거움. 또 하루가 지나간다는 두려움. 아무 걱정 없이 살 것 같은 나도 걱정은 있었고, 늘 행복하진 않았다. 당연하게 여기는 나의 여유로웠던 시간처럼 나는 그들이 당연하게 생각하는 바쁜 일상과 건강한 신체가 주는 자유를 부러워하며 발전 없었던 나의 하루에 실망하기도 한다. 사람은 자신이 갖고 있지 않은 것에 대한 동경과 부러움을 갖는다. 가령 SNS에 집착하는 이유가 그런 게 아닐까? 나를 멋지게 보여주는 화면과 나를 부러워하는 사람들의 환희. 내가 갖지 못한 환경 속에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대리만족.  


 크게 화려한 일상 대신 소박하고 소소한 나의 하루는 엄마에게 내려주는 핸드드립 원두커피, 이제는 못해주지만 꽃순이와 함께 했을 무렵 꽃순이에게 깎아주는 빨간 사과 한 조각, 꽃순이와 집 앞에서 하는 짧은 산책, 색색의 향긋하고 싱그러운 꽃을 다듬어 만드는 드라이플라워. 여유 있는 일상이자 때론 의미 없이 흐르는 시간에 마음이 무거웠던 일상이다. 하루는 살아가는 사람의 무게에 따라 다르다. 한 없이 무거운 하루를 보내고 터벅터벅 집으로 향하는 사람도 있고, 가벼운 하루만큼 즐거운 마음과 가벼운 발걸음을 옮기는 사람도 있다. 내가 보낸 하루는 어느 정도의 무게였을까?


 아무도 아무것도 하지 않는 하루는 없었다. 의미 없는 시간도 없다. 누군가에게 부러워지는 삶을 살아간다는 건 그만큼 부러워할만한 이유를 스스로 만들며 살아간다는 것이다. 누군가를 부러워하며 살다 보면 한 번쯤 부러워하던 삶에 배신이라도 당한 사람처럼 깊은 회의감이 물밀 듯 밀려올 때가 있다. 지나친 부러움이 가져온 상대적 박탈감. 안 그래도 무거운 인생을 더욱 무겁게 만드는 못난 마음이었다. 


 가벼운 하루를 만들기 위해 상대적 박탈감, 회의감 따위를 내려놓았다. 


어깨 위에 올라와 있던 무거운 고민이라는 짐도 하나쯤 덜어 놓으니 마음이 훨씬 가볍다. 내려놓으니 보인다. 내가 살아가야 하는 나의 삶이, 내가 외면했던 나의 일상이 보였다.   


 아등바등 사느라 시간이 없다고 말하며 열심히 살아가는 너에게는 시간적 여유보다 미래의 발전하는 네가 있고, 이렇다 할 할 일을 찾지 못해 한가로이 보냈던 시간에 자책했던 나에게는 치열한 미래를 살아가기 위해 잠시 갖는 휴식기가 지금이다. 우리가 당장 무엇을 이뤄내지 못한다고 조급해할 필요는 없다. 내가 다른 사람을 부러워만 하는 사이 잊고 있었던 나의 삶 또한 누군가의 부러움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나의 무언가를 부러워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건 내가 제법 잘 살고 있다는 말이 된다. 다른 사람이 부러워할 만큼 나의 인생은 아름다운 것. 


다른 사람이 부러워하는 삶을 굳이 내가 먼저 싫어할 이유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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