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로는 근기(根氣)라고 하죠.
7. 멀리 보지 말고, 바닥만 보고 걸어라.
시간이 또 흘러 고등학교에 입학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중학교 3학년 시절 반에서 1등 하던 아이는 한 번도 성적으로 이긴 적은 없습니다. 심지어 같은 고등학교에 진학하게 되었지요. 반은 달랐습니다.
고등학교 입학을 했더니, 저는 다시 반에서 3등이 되어 있었습니다. 저는 등수가 나오는 것이 너무 싫었습니다. 비교를 당하기 때문이었죠. ‘누가 1등이네. 누가 누구보다 점수가 높네.’ 물론, 이런 식의 비교로부터 자유롭기는 어려웠죠.
그렇지만, 저는 고등학교에 입학한 이상, 주변 친구들과의 비교에 신경 쓰기보다도 대학교 진학을 신경 쓰는 것이 더 옳다고 생각하여 모의고사에 집중하기 시작했습니다. 첫 번째 3월 모의고사에서 국영수를 모두 2등급을 맞았습니다. 객관적으로 보면 상위권에 속하는 편이었지만, 저는 서울대에 진학하고 싶어 했던 아이였습니다. 충격을 받았죠. ‘이렇게 공부해도 세상에는 대단한 사람들이 많구나. 난 우물 안의 개구리였구나.’ 생각을 했습니다.
‘목표는 저 위의 산 정상인데, 나는 지금 산 중턱에 있구나.’ 한탄하면서 잠시 동안 하염없이 정상만 바라봤습니다. 그러다가 문득 생각이 들더라고요. 산 정상을 바라만보고 있는 상태는 한 치도 그 바라보고 있는 정상과 가까워지고 있는 순간은 아니다 라고요.
그래서 바닥을 보며 넘어지지 않게 한 걸음 한 걸음 걸었습니다. 그러다가 4월에 사설 모의고사를 치게 되었습니다. 거기서 저는 국영수 과목 모두를 1등급을 받게 되었습니다.
저는 삶의 목표를 정하고 그것을 위해 노력하는 일은 등산과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등산을 싫어하기는 합니다만 해본 적은 있습니다. 산에 오르기 전, 앞에 등산 안내도를 봅니다. 보고 이런 방향으로 가면 되구나. 머릿속에 그리고 출발을 합니다.
걷다보면 머릿속에 그린 것은 거의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어느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지 어느 위치에 있는지도 알 수 가 없지요. 앞을 보고 걸을 수도 없습니다. 바닥이 워낙 울퉁불퉁해야지요. 앞에 내가 나아가야할 길을 보고 걷다가는 넘어지기 십상입니다.
그래서 바닥만 보고 걷게 되지요. 바닥만 보고 당장 다음 디딜 발 자리를 찾는 것에만 집중합니다. 끈질기게요. 그렇게 오랫동안 꾸준하다가 뒤를 한 번 돌아보면 꽤 높이 올라와있습니다.
현실적으로도 그렇습니다. 예를 들어 고등학교 시절 서 울대(산 정상)에 가겠다고 했을 때, 할 수 있는 일은 지도를 볼 수 있겠죠. 계획을 세우는 일이죠. 지도를 보고 걷다보면 ‘여기가 어디지? 앞으로 어느 방향이 나오지?’ 는 어느 샌가 알 수가 없게 됩니다.
마찬가지로 공부 계획을 세우고 직접 하다 보면 ‘나의 실력은 어느 정도지?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하지?’ 역시 알 수 없습니다. 더욱이 다시 등산으로 돌아와 보면 앞을 보고 걷지도 못합니다. 바닥만 보고 걷게 되지요. 공부도 그래요. 내일 무슨 공부하지 생각해도 안 됩니다. 지금 내 눈 아래 있는 책을 보고 공부를 해야 하지요. 끈질기게요. 그러다 보면 어느 샌가 꽤 성장해있습니다.
실질적으로 미래를 그리고, 예상해서 미래를 살기는 현재에서는 할 수 없습니다. 미래의 일은 그 미래가 현재가 되었을 때 에야만 할 수 있는 것입니다. 고로 모든 일은 현재에만 할 수 있습니다.
실제 할 수 있는 일은 현재의 순간에 집중하는 것, 그러한 짧은 순간을 지속시키는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것을 저는 끈기라고 봐요.
한자로는 근기(根氣)라고 하죠. 그대로 해석하자면 근본이 되는 기운이죠. 바탕이 되는 기운, 뿌리의 기운이죠. 실질적으로 나를 성장시키는 그 근원인 뿌리가 되는 것이요.
식물로 보아도 그렇지 않나요? 저 키 높은 나무를 보아도, 저 나무를 키우는 것은 가장 높은 곳에 있는 가지가 아니라, 바닥 속에 깊이 박혀있는 보이지 않는 뿌리니까요.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근본적이고 뿌리가 되는 실천은 꿈을 바라보고, 상상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하는 것입니다. 노력은 미래가 아니라 현재에 합니다.
“끊임없이 노력하라. 체력이나 지능이 아니라 노력이야말로 잠재력의 자물쇠를 푸는 열쇠다.”
-윈스턴 처칠
“굳은 인내와 노력을 하지 않는 천재는 이 세상에서 있었던 적이 없다.”
-아이작 뉴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