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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터 Sep 15. 2020

삼겹살로 수상할 줄이야

2탄. 글쓰기 공모전 수상

#공모전 소재 선정


<우리家한식> 공모전의 작년 수상작들을 살펴보며, 작가들의 섬세한 표현력에 놀랐다. 무말랭이 하나에 외할머니와의 추억을 풀어내는 이야기는 마치 그 자리에 있는 것 같은 온정을 느끼게 했고, 머릿속 상상의 나래를 펼치게 했다.


세부 주제를 살펴보니 가족과 함께하는 음식에 대한 이야기들을 다루면 되는 것이었는데, 과연 어떤 소재를 꺼내야 하나 며칠을 고민했던 거 같다. 사실 좀 멋들어진 글을 위해서 픽션이 가미될 수도 있지만, 좀 투박하더라도 경험에 기인한 글을 쓰기로 하고 주제를 정했다. 평소 한식을 즐겨 먹었던 터라 '된장찌개'와 '삼겹살' 중에서 경험들을 정리해보았는데, 최종적으로 다양한 에피소드가 있던 삼겹살을 소재로 정했다.



#초고는 일필휘지라


소재를 정하고, 글의 제목은 '일요일 저녁의 삼겹살'로 붙였다.


일요일이면 가족들이 모여 삼겹살을 자주 구워 먹었는데 그에 대한 이야기였다. 사실, 일요일 저녁의 삼겹살은 우리 가족에게는 좀 특별한 의미가 있었다. 한주를 마무리하면서 고생한 스스로에게 주는 위로의 음식이기도 했고, 다음날부터 시작할 한주에 대한 응원의 음식이기도 했다.


삼겹살을 먹으면서 나눴던 대화들도 워낙 많았기에 기억들을 소환하면서 그때 느꼈던 생각과 감정들을 글로 조금씩 풀어냈다. 글을 쓰면서 많이 생각한 건 초고는 일필휘지로 써야 한다는 것이었다. 너무 생각이 많아지고 고쳐쓰기를 반복하니 진도가 나가지 않아, 일단은 생각나는 것들을 열심히 쏟아내고 조금씩 수정에 들어갔다.



#수정에 수정을 거듭하며


그렇게 초고를 쓰고 나고 원고에 대한 전체적인 흐름을 많이 살폈던 거 같다. 글을 크게 서론, 본론, 결론으로 나눈다고 하면 서론(1. 삼겹살 먹는 노하우)에선 우리 가족이 오랫동안 삼겹살을 구우며 쌓아왔던 노하우를 담았다. 양질의 삼겹살을 구매하는 팁부터 삼겹살과 곁들일 재료들에 대한 후기까지 삼겹살 본연에 대한 이야기였다.


그리고 본론(2. 삼겹살에 소주 한잔 : 아버지는 말씀하셨다)에서는 삼겹살을 먹으며 가족들과 많이 나눴던 이야기를 담았다. 삼겹살을 구워 먹을 때는 항상 소주 한잔이 실 가는데 바늘 가듯이 따라왔고, 이 조합을 좋아하시는 아버지는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어렸을 적부터 친척들 간의 교류와 화합이 많았던 우리 집이었기에 우리 가족뿐만 아니라 친척들과도 에피소드가 많았는데 주된 이야기는 이러한 배경 속에서 아버지의 살아온 이야기와 조언이었다.


마지막 결론 파트(3. 삼겹살에 소주 한잔 : 아버지의 독백)에서는 아버지의 조언 속에서 느꼈던 생각들을 담았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후로 일찍 가장이 되신 아버지는 가족들을 책임지기 위해 리스크가 있는 일보다는 망하지 않고 안정적으로 생활하는 것에 집중하셨고, 가족 간의 우애를 중요시하시며 많은 희생을 해오셨는데 그에 대한 이야기였다.


그렇게 '일요일 저녁의 삼겹살'은 완성됐고 최종 응모를 했다.


https://brunch.co.kr/@ktk1104zzang/18






#브런치 알람이 울리던 날


그렇게 공모를 하고 한참의 시간이 지났다.


사실 공모 자체도 글을 발행할 때 '브런치 X 우리가 한식'이라는 키워드만 추가하면 자동으로 응모되는 것이었기에 복잡할 것은 없었지만, 6월 21일 마감일에 응모하고 한 달쯤 지났을까 오후에 갑지가 브런치 알람이 울렸다. 보통의 브런치 알람은 내가 쓴 글의 라이킷 알림 정도였으나, 이날은 새로운 제안이 왔다는 알림이었다. 뭔가 해서 메일을 확인해보니, 수필 부문 특별상으로 수상했다는 안내였다.


사실 좀 얼떨떨했던 거 같다. 약 1500여 편의 응모작들 중 27편의 수상작 사이에 내 글이 포함되었다는 것도 신기했고, 또 한편으로는 부족하지만 진솔한 이야기에 대해서 후한 평가를 받았다는 것에 감사했다.  



브런치 제안이 도착했습니다  ⓒ피터

 

공모전 수상 안내 메일  ⓒ피터



https://brunch.co.kr/@hansikculture/29



#진솔한 글이 가지는 힘


그렇게 수상작에 대한 안내를 받고, 이후 상금 입금과 10월 말 출간 예정인 수상작품집 진행에 대한 안내를 받았다. 사실 나야 특별상이라 상금이 그리 큰 의미가 있는 건 아니었지만, 무언가 나의 경험에 기인한 생각과 글이 인정을 받았다는 사실이 기뻤다. 그리고 또 한참의 시간이 지난 지금 전국의 도서관에 배치될 수상작품집 원고 교열까지 마치고, 즐거운 기다림의 시간을 가지고 있다.


진솔한 글이 가지는 힘을 믿으면서 말이다.



저작권 양도 확인서 작성  ⓒ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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