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을 키우고 있지는 않나요?
타인을 향해있지만 정작 내가 상처 받는 칼이 바로 미움입니다. 하지만 살면서 누군가를 미워하지 않기는 어렵죠. 저는 누구를 만나도 상대의 좋은 점을 많이 찾아낼 수 있다고 자신하지만, 한 때는 미움으로 가득했던 때가 있었습니다. 증오에 가까운 마음이 하루 종일 머릿속을 채우고 있었고, 꿈에서도 저를 괴롭혔습니다. 현실에서 내뱉지 못한 말들이 쌓여서 나를 할퀴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어느 날 괴물을 발견한 후 그만두기로 결심했습니다. 어느 늦은 밤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창문에 비친 괴물을 똑똑히 보았거든요. 저였죠.
때로는 타인을 믿고 지지하는 것보다 미워하는 게 쉽습니다. 어떤 면에서 미움은 나를 지키기 위한 방어전략이기도 하지요. 상대를 ‘악’으로 만들면 나를 ‘선’으로 정당화할 수 있습니다. 내가 괜찮은 사람이 되려면 그 순간 누군가를 미워할 수밖에 없는 거죠. 하지만 ‘순간’ 일뿐입니다. 순간을 살지만 결국 긴 시간을 버텨야 하는 인간이, 누굴 미워하면서 마음이 평안할 리가 없습니다.
미워한다는 것은 결국 내게 무언가 아픔을 준다는 것입니다. 괴롭죠. 내가 상처 받고 있다는 뜻입니다. 생각할수록 괴롭기만 한 사람과 애써 화해할 마음이 없다면 완전히 분리해야 합니다. 그의 삶과 나의 삶을 명확하게 구분지어야 합니다.
대학시절 교수님께서 ‘내가 가장 많이 하는 행동이 나를 만든다’는 말을 하셨던 게 기억납니다. 맞는 말입니다. 행동이라는 단어를 ‘생각’으로 바꿔도 마찬가지입니다. ‘내가 가장 많이 하는 생각이 나를 만든다.’
네, 저는 하루 종일, 심지어 꿈속에서조차 누군가를 미워하고 증오하다가, 미움 그 자체가 되어버렸던 겁니다. 그건 괴물이 분명했고요.
관심이 두는 곳으로 에너지는 쏟깁니다. ‘누군가’를 싫어한다면 그 누군가에게 당신의 에너지가 소모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당신의 소중한 에너지를요!!
인간인지라 좋고 싫은 마음을 막을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싫어하는 그 마음에 집착하는 순간 괴로움은 시작됩니다. 싫어하는 사람이나 사건을 떠올리면 당연히 기분이 좋지 않습니다. 기분이 좋지 않으면 그만큼 부정적인 생각을 할 가능성이 커집니다. 부정적인 감정이 들 때 부정적인 사건이나 기억을 더 많이 떠올리는 현상을 심리학에서는 ‘기분 유도 편향(mood-included bias)'이라고 합니다. 이는 우울한 사람들을 더 괴롭게 만드는 요인 중에 하나이기도 합니다. 우울한 상태에서는 계속 부정적인 생각들만 떠오르는 거죠. 또 사람이나 사건에 대해 부정적으로 해석할 가능성이 높고요. 그러면 악순환이 되는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마음을 그곳에서 거두어 얼른 기분이 좋아지는 일들에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첫 번째는 내 마음이 미움에 빠져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려야겠죠. 내가 부정적인 일에 조명을 비추고 있었구나. 하고 알아차리는 겁니다. 그리고 즐거운 것들에 초점을 맞추면 됩니다. 이때 '00에 대한 생각을 하지 말아야지'하는 생각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애쓰고 결심하지 마십시오. 단지 '아 내가 00에 대한 생각에 빠져있었네.' 하고 알아차리기만 하는 겁니다. 그럼 그 생각으로부터 한 걸음 물러나게 되는 거고요. 잠깐 그 생각을 바라보셔도 좋습니다. 그럼 서서히 사라지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을 거예요.
우리에게는 원하는 것에 주의를 기울일 수 있는 힘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힘을 기르는 방법이 바로 마음 챙김(Mindfulness)이고요. 떠올렸을 때 기분이 좋아지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을 떠올려보세요. 아주 오래전이라도 내가 가장 즐거웠던 기억을 꺼내 선명하게 그려보세요. 그러면 뇌는 즐거운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고 착각하고, 더 긍정적인 생각과 기억을 떠올릴 것입니다. (뇌는 실제와 상상을 구분하지 못하는 특성이 있어요)
그렇게 우리는 미워하는 마음과 멀어질 수 있습니다. 자연히 미워하는 사람으로부터 영향받지 않게 되겠지요. 소중한 에너지도 아낄 수 있고요.
저의 경우, 괴물과 영영 작별을 하게 해 주었던 큰 깨달음은 이것이었습니다.
저 사람은 계속 저렇게 살겠지. 하지만 그게 내 몫은 아니지
어느 순간 이 문장이 제게 떠오르더군요. 그리고 점차 가벼워졌습니다. 그 사람이 나쁜 100가지 이유를 찾아내기보다, 어떻게 하면 내가 그 사람에게 영향받지 않을 수 있을까를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타인은 나를 화나게 할 수도 미움을 갖게 할 수도 없습니다. 만약 그것이 가능하다면 내 마음은 그 타인의 것인 거죠. ‘나는 A가 한 말 때문에 화가 났다.’ ‘나는 A를 미워한다.’ 주어는 나입니다. 화를 만든, 미움을 만든 주체자는 나입니다.
혹시 어떤 사람 때문에 마음에 미움을 키우고 있나요?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못돼 먹은 사람이 주변에 있나요? ‘저 사람은 계속 저렇게 살겠구나. 하지만 그게 내 몫은 아니지’ 이렇게 말하고 얼른 내 삶으로 돌아오시길 바랍니다. 그 사람을 관심 속에 데리고 있는 한 마음은 병들어 갈 테니까요. 내 안에 있는 더 좋은 것들에 조명을 비추면서 즐거운 기분, 유쾌한 감정을 더 많이 느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가 어떤 감정을 느껴도 그건 자연스러운 것이지만, 나를 아프게 하는 감정은 줄어들수록 좋겠지요. 부디 미움 다이어트에 성공하셔서 건강하고 이쁜 마음을 유지하시기를 바랍니다.
위 글이 담긴 브런치북 [How are you?내마음] 이 <내 마음을 돌보는 시간> 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었습니다.
YES24
http://www.yes24.com/Product/Goods/90959595?OzSrank=1
알라딘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243990586
교보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