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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혜령 Nov 12. 2019

이상한 나라에서는 모두가 이상한 게 정상

나만의 이상한 세계를 확고하게 지키겠습니다

성장과정에서 세뇌된 삶의 태도 중에 하나는 표준의 삶을 사는 것이었습니다. 정규분포의 볼록한 부분(아래 그림)에 속해야 한다고. 즉, 튀지 않게 평범하게 사는 것이 좋다고. 그렇게 살지 않으면 이상한 사람 취급받는다고 이해했고 그렇게 스스로 삶의 규준을 만들었던 것 같습니다. 물론 교과서에는 나오지 않았지만, 내가 만났던 수많은 어른들. 가령 부모님이나 선생님, 그리고 친척 어른들이나 매체에서 나오는 이야기를 통해 배웠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살았습니다. 평균에 부합할 것 같은 그런 삶을 요. 그런 저에게 ‘너 제정신이야?’라는 말은 들어서는 안 될 무서운 호통이었지요.


어떤 기준으로든 줄을 세우면 대부분 이런 모양의 그래프가 나오지요.  저 볼록한 부분에 들어야만 우리는 안전할까요.




유독 겁이 많았던 저는 제가 제정신임을 증명하기 위해, 평범한 사람으로 보이기 위해 무진장 애를 썼던 것 같습니다. 나를 이상한쪽으로 오해할 것 같으면 길게 설명했습니다. 이해시킬 수 없을 것 같을 때에는 침묵하기도 했습니다. 대신 나를 바꾸려고 했지요.  그런 노력을 이십 대 후반까지도 했던 것 같습니다.


시간이 흘러 그동안 자란 키만큼 자아가 조금 더 성장했나 봅니다. 그렇게 자라난 눈으로 세상을 보니 수많은 질문들이 생겨났습니다. 도대체 정상은 무엇이고 비정상은 무엇이지? 평범하다는 것은 무엇이지? 에서부터, 이 세상은 과연 제정신으로 살아낼 수 있는 곳인가?라는 궁금증으로 이어졌습니다.


사람들은 모두 그럭저럭 괜찮은 옷을 입고 있을 뿐, 제각기 자신의 별난 모습을 감추고 있었습니다. 또 저마다의 눈으로 자신만의 세계에 살고 있었습니다. 각자가 가진 안경을 통해 나를 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나를 ‘오해’하게 된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아무리 나를 해명해도 결국에 ‘진짜 나’를 투명하게 볼 수 없을 것입니다. 그렇게 생각하니 나를 굳이 해명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가 이상해 보이면 어쩌지’라는 생각에 나를 가두고 살았던 저는 어느 순간 ‘이상하면 왜 안돼?’라는 질문으로 나아갔습니다.


내가 어떤 모습이든 타인은 결국 나를 오해합니다. 저 또한 타인을 제 방식으로 오해할 것이고요. 각자의 방식으로 즉, 제멋대로 생각합니다. 딱 그 사람 마음의 크기만큼의 관대함으로 나를 보려 할 것입니다.


모두가 진짜 네 모습을 알 가치가 있는 것은 아니다.
그들이 너라고 생각하는 사람을 비난하도록 내버려 두라.
- 파울로 코엘료 <스파이>


그렇기에 우리는 비난이 두려워 이상한 사람이 되지 않기 위해 노력할 게 아니라 기꺼이 이상한 사람으로 살 수 있어야 합니다. 내가 얼마나 괜찮고 멀쩡한 사람인지 타인에게 해명할 게 아니라 자신만의 세계를 잘 구축해서 자기 확신을 가질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럴 수 있을 때에 타인 때문에 흔들리지 않고 마음을 단단하게 지켜낼 수 있습니다.


자신의 세계를 안전하게 구축하는 것이 곧 마음을 단단하게 지켜내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만의 기준이 명확하게 있어야 합니다. 내 기준이 명확하면 남과 자신을 비교하면서 열등감에 위축되거나 우월감에 우쭐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질문을 통해서 성장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어떻게 내 기준이 명확해질 수 있을까요? 답은 간단합니다. 끊임없이 질문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어릴 때 학교에서 질문하는 법을 배우지 못했습니다. 정해진 답을 맞히도록 만들어졌습니다. 하지만 질문 속에서만이 우리는 자라날 수 있습니다. 질문을 하고 스스로 답을 구하는 과정에서 내 발로 서고 내 눈으로 세상을 볼 수 있습니다. 그렇게 내 세계가 확고해집니다. 그 과정에서 정확한 답을 내리지 않아도 상관없습니다. 질문을 갖고 사는 것 자체가 내 방식으로 살아가는 힘이 되는 것입니다.


이는  <여덟 단어> 책에서 말하는 ‘자존감’에 대한 것이기도 합니다.

... 이런 사회에서 자존을 찾을 수 있을까요? 남과 다르면 알 수 없는 불안감이 밀려드는 환경에서 자존감을 가지고 살려면 스스로 부단히 노력해야 합니다. 자존감이 없으면 서울대를 다닌다고 해도 행복할 수 없어요. 백억을 번다고 다 행복하기만 하지 않을 겁니다. 중요한 건 얼마나 좋은 학벌을 가지고 있느냐, 얼마나 많은 돈을 버느냐가 아닙니다. 기준점을 바깥에 두고 남을 따라가느냐, 아니면 안에 두고 나를 존중하느냐일 겁니다.

-박웅현 <여덟 단어> 중에서


이제 와서 생각해보면 정상과 비정상이라는 단어가 주는 일종의 강제성 때문에 더 정상에 집착하지 않았나 생각해봅니다. 마치 합격과 불합격이라는 구분처럼 생각한 것이죠. 이렇게 우리는 언어의 영향을 받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제 정상과 비정상이라는 단어를 쓰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 또한 이상하다 라는 표현을 부정적으로 여기지 않습니다.


 만약 평범해 보이지 않는 것이 이상한 것이라면 저는 기꺼이 이상한 사람이고 싶습니다. 모두가 다르기 때문에 모두가 이상한 것은 당연합니다. 각자의 매력을 지닌 모두가 '평범함'이라는 틀에 갇혀 자신을 숨기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모든 아이들, 학생들과 어른들이 기꺼이 이상하게 살아갈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위 글이 담긴 브런치북 [How are you?내마음] 이  <내 마음을 돌보는 시간> 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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