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와 햄버거 사이에서의 삼겹살
[위치 선정의 완료. 골을 넣어야 한다.]
근로자의 날에 장사를 하겠다고 마음먹기는 했지만, 사실 24년에 들어서면서 나의 커리어패스는 사실상 장사로 흐르기 시작했다. 흔들리지 않는 굳은 의지를 확인한 것이 저 날짜일뿐. 이미 올해 들어서 기울고 있음을 알고 있었다. 때문에 난 올해부터 조금씩 신중하게 내가 정한 기준에 따라 입지를 찾고 있었다. 기준이 나름 타이트 했던 것인지 원하는 매장입지는 쉽게 나오지 않았다. 모든 것이 부합하면 건물주가 음식점 특히 고깃집으로 임대하는 것을 반대하는 경우가 많았다. 내가 세운 기준에서 하나라도 벗어나면 절대 계약하지 않겠다는 생각이 강해서 조건이 한두개 부합하지 않는 경우에도 타협하지 않았다. 아마도 이커머스의 사업의 실패에 대한 트라우마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이커머스는 조금은 다르겠지만 결국 장사이고 난 몇가지 사항에 대해서 타협했다. 그리고 그것이 실패의 이유라고 생각한다.)
이상하게 개인사업을 하게 되면 미신 혹은 알 수 없는 힘 같은 것에 귀가 팔랑거린다. 거짓말처럼 5월1일날 장사를 하겠다고 마음먹고 그간 해왔던 모든 것에 대해서 물리적 정신적으로 정리하였다. 나의 인생의 후반전 또는 2막이 열릴려고 우주의 기운이 바뀌는 것인지... 정리하자 마자 몇 시간 안되어서 내가 세운 조건에 거의 모든 것이 부합하는 그리고 내가 그동안 계속 지속적으로 보아왔던 입지의 건물주에게서 연락이 왔다. (이 입지는 심지어 부동산을 통해서 한번 보여주기만이라도 할 수 없냐고 구조 정도는 살펴볼 수 있는거 아니냐며 애걸복걸해서 사전에 체크했었다.)
"(부동산관리업체) 건물주께서 계약하시기로 하셨습니다. 가계약은 따로 없고, 5월8일날 본 계약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5월 8일에 보시죠"
그렇게 5월8일날 난 나의 인생의 후반전을 책임져 줄 고깃집의 계약을 진행했다. 이 입지는 99% 내가 세운 기준에 부합한다. 집에서 도보 3분 정도의 거리 / 전용면적 20평 / 예산범위내의 임차료 / 같은 층에 업종이 다른 대형프랜차이즈 / 완벽한 가스와 전기를 갖춘 빌딩. 이 다섯개의 조건이 완벽하게 부합한다. 특히 개인적으로는 가장 자신이 없었던 부분이 상권분석에 대한 부분이었는데 이것에 대한 레펀런스를 확보 할 수 있었다고 본다. 계약한 매장의 좌측은 내 매장과 비슷한 규모의 메가커피가 입점하여 있고 우측은 버거킹이 입점하여 있다. 두 매장다 올해 입점한 매장들이다. 100% 확신할 수는 없지만 어쨌든 메가커피와 버거킹이 입점하였다는 것은 나쁘지 않은 입지선정이라고 판단해도 될 수 있을 것 같다.
이렇게 난 어버이날인 5월8일에 내 생애 처음으로 장사를 하기 위한 매장을 계약하게 되었다. 떨리기도 하고 긴장되기도 하지만 그것조차 지금은 생각할 여유가 없다. 어떻게 해서든지 성공시키는 것 이것만 생각하기에도 머리에 여유 공간이 없다. 임차가 끝났으니 5월13일부터는 이제 매장을 오픈하기 위한 실제적 업무들이 진행된다. 우선 인테리어 공사가 진행될 것이고, 이와 병행하여 행정적인 절차를 진행해야 한다. 부디 사고없이 잘 진행되길 바라며, 매일 매일의 장사록에 긍정적인 일만 가득하길.
ep.4 -끝-
* 매일은 아니겠지만, 장사를 시작하기로 마음먹은 날부터의 창업에 대한 모든 것을 기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