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명 : 한국단편문학선 2
작가/역자 : 김동리 외/이남호 엮음
출판사 : 민음사
평점: ****
독서 소감
- 지난번의 한국단편문학선 1이 주로 1020년대와 1930년대의 단편소설들이었다면, 한국단편문학선 2는 주로 1950년대와 1960년대 초반의 소설들이다. 시기적으로 보면 한국전쟁이 끝나고 나서 기존의 가치관이 다 무너진 시대에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답을 찾지 못하는 혼란스러운 사람들의 삶을 다루고 있다.
수록된 단편소설 13가지 중에서 몇 가지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1. 황순원 : 소나기. 비바리
- 황순원의 소나기는 국어 교과서에도 실릴 만큼 유명한 단편소설이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사람들은 황순원의 소나기 줄거리 정도는 기억하고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서울에서 전학 온 도시 여자애와 개울에서 만나 같이 놀러 갔다가 소나기를 만나 잊을 수 없는 추억을 만들게 된 시골 남자아이의 이야기이다. 병약한 여자 아이는 소나기를 맞은 후유증으로 죽는다. 이야기의 줄거리는 간단하지만, 글의 아름다운 묘사로 인해 기억에 아련한 잔상을 남긴다.
- 황순원의 비바리는 소나기만큼 유명한 단편소설은 아니지만 상당히 생동감 넘치는 묘사가 뛰어난 작품이다.
전쟁으로 제주도에 어머니와 같이 피난 온 도시 청년은 물에서 생동감 넘치는 비바리를 만난다. 비바리는 제주도에서 갯마을의 건강한 처녀를 일컫는 말이다. 이 소설에서는 바다에서 물질을 하며 전복이나 생선을 잡기도 한다. 병약한 도시 청년의 이미지와 상반되게 바닷가의 생명력 넘치는 처녀의 이미지가 대조된다. 이질적인 두 사람은 서로 사랑하게 되지만, 비바리는 육지로 돌아가는 청년을 따라가지도 않고, 제주도가 자신이 있을 곳이라고 생각한다. 황순원은 순종적인 여성이 아니라, 상당히 건강하고 주체적인 여주인공을 만들어 내었다.
2. 이호철 : 나상
- 전쟁터에서 포로로 끌려가는 형제의 이야기이다. 형은 어릴 때부터 좀 둔감했고, 위태위태하도록 솔직했고, 좀 모자란 편이었다. 동생은 이에 반해 냉담한 성격이어서 푼수 같은 형을 무시했다. 둘은 사변이 일어나자 군인이 되었다가 포로로 잡혀 끌려가다가 같이 만나게 되었다. 처음에는 푼수 같은 형이 주변 상황도 고려하지 않고 실없는 소리나 하는 것이 동생은 못마땅했다. 그런데 형이 자신의 배를 곪아가면서도 몰래 밥 한 덩어리라도 더 얻어서 동생에게 챙겨주는 마음씀을 깨닫게 된다. 결국 전쟁통에 포로로 끌려가다가 지쳐서 다리를 절룩거리게 된 형은 호송병의 총에 맞아 죽게 된다. 어릴 때는 형이 둔감한 편이라고 생각했던 동생은 사실 형이 아니라 자신이 둔감했다는 것을 깨닫는다. 친적 중에 성격이 비슷한 사람이 있어 공감되는 측면이 있었다.
3. 박경리 : 불신시대
- 박경리의 장편 소설은 토지를 포함하여 여러 권을 읽어 보았지만, 단편소설은 이번에 처음 읽어 보았다. 불신시대는 어린 아들을 사고로 잃은 인텔리 여성의 이야기이다. 어린 아들의 영혼을 위로하고 천당에 보내기 위해 처음에는 먼 친척 아주머니가 소개한 천주교 성당에 가 보지만, 만족하지 못하고 절에도 위패를 모시려고 한다. 죽은 아이를 위한 불공을 부탁하지만 적은 돈을 내었다고 절의 중은 신경을 써 주지 않고 건성으로 한다. 이에 분노한 주인공은 결국 아이의 위패와 사진을 찾아와서 불사른다. 종교에 대한 불신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이율배반적인 사람에 대한 불신이라고 보는 것이 더 맞을 것 같다.
박경리는 본인이 6.25 전쟁통에 남편이 죽고, 연이어 세 살 난 아들을 잃는 고통을 겪었다. 고향인 통영에서도 힘든 일을 많이 겪었다. 그러면서 시대와 사람에 대한 불신이 생기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런 점들이 이 불신시대에도 반영이 되었을 것 같다.
4. 강신재 : 젊은 느티나무
- 강신재의 젊은 느티나무는 1960년 소설로는 상당히 모던한 소설이다. 그 시대의 소설들이 대부분 전쟁 후의 암울한 시대나 인간 삶의 비루한 모습들을 묘사하였다면, 강신재의 소설은 부유한 젊은 주인공들을 배경으로 아주 젊고 감각적이다. 마치 프랑스의 소설가 프랑수아즈 사강의 <슬픔이여 안녕> 같은 느낌도 있다.
- 소설은 '그에게서는 언제나 비누 냄새가 난다'라는 산뜻한 첫 문장으로 시작된다. 주인공인 숙희라는 여고생은 어머니의 재혼으로 새아버지 집에서 대학생인 새오빠인 현규와 같이 살게 된다. 테니스를 함께 치기도 하면서, 오누이는 점점 사랑에 빠져들게 된다. 어머니가 새아버지를 따라 외국에 가게 되어, 단둘이 집에 남게 될 상황에 처하자 숙희는 해서는 안 되는 위험한 사랑이라고 느끼고 외갓집으로 도망치듯이 피한다. 현규가 숙희를 찾아와서 외국에 가든지 자신들에게 길이 없지는 않다고 얘기한다. 숙희는 붙잡고 있던 젊은 느티나무를 안고 웃는다.
- 젊은 느티나무는 몇십 년 전 고등학생일 때 읽었을 때도 젊은 감각의 소설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수십 년이 시간이 지난 지금 다시 읽어도 그 기억이 새삼 느껴진다.
밑줄 친 문장
산등성이에서 바라다보이는 시가는 너절했다. 구릉을 지운 곳마다 집들이 마치 진딧물 모양으로 다닥다닥 붙어 있었다. 그 속에는 절이 있고 예배당이 있고, 그리고 서양적인 것, 동양적인 것이 과도기처럼 있고, 조화를 깨뜨린 잡다한 생활이 그 속에 있었다.
같이 보면 좋은 마을
- 황순원문학촌 소나기마을
https://blog.naver.com/sonagivill
- 경기도 양평군에 황순원문학촌 소나기마을이라고 있다.
아이들과 같이 교과서에 나오는 한국문학을 이해하기도 좋고, 주변 경치도 참 좋다.
책을 읽고 생각난 질문
- 한국인의 삶은 6.25 전쟁 이후로 얼마나 변했을까?
- 전쟁이 가져오는 것이 기존 체계의 무너짐이라면, 사람들은 얼마나 빨리 새로운 세계에 적응하는가?
- 토속적인 것과 근대적인 것이 공존할 수 있을까?
- 한국적인 것과 세계적인 것에 차이가 있을까?
나의 한 줄 추천사
- 외국의 세계문학도 좋지만, 한국문학 작품들도 우리나라의 고유한 정서를 느끼는데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