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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계원 Oct 10. 2020

시골책방입니다

내 인생에서 좋아하는 것 첫 번째는 책인 것 같다. 엄마가 내게 전화하셔서 어디 있냐고 물어보시면 대부분 도서관, 아니면 서점, 그도 아니면 집에서 책 읽고 있다고 대답할 때가 많다. 코로나 때문에 오랜만에 문 연 도서관에서 <시골책방입니다>라는 책을 빌려 왔다. 시골 책방 [생각을담는집]은 외진 곳(시골이긴 해도 사실은 용인시에 있다)에 있는 책방으로 북카페, 북스테이까지 같이 하는 복합 문화공간이다. 얼마 전에 <공유경제로 창업하기 시리즈>에서 '공유서점으로 창업하기'란 글을 쓴 적도 있고 해서 복합 문화공간으로서의 서점에 관심이 많았는데 책과 같이 소개해 보고자 한다.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6345819



시골에 책방이라니!


이 책의 저자인 임후남 작가는 남편이 퇴직하고 나서 시골에 책방을 차렸다. 시골에 집을 짓고 책방을 차린다는 말에 동네 사람조차도 "이런 시골에 책방이라니, 참!"이라고 말했다. 시골은 사실 도시보다 삶이 불편하다. 편리한 아파트 생활에 비해 직접 손보고 챙겨야 할 일들도 많다. 사람이 적어서 장사도 잘 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시가 주지 못하는 많은 아름다움과 즐거움이 있다.


나는 지방 소도시에서 자랐다. 아빠가 중학교 국어 선생님을 하셨기 때문에 아빠 학교가 있던 소도시에서 초중고를 다녔다. 거기서 살 때는 내가 시골에 산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었다. 우리 집은 작지만 도심에 있었고, 농사를 짓지도 않았다. 농사짓는 모습을 가까이서 본 적이 없어 벼와 보리의 차이도 제대로 알지 못했다. 그런데도 서울에서 대학을 다닐 때 방학 때 집에 간다고 하면 친구들이 "시골 가니?"라고 물어보았다.


서울과 분당에서 오래 살다가 남편 직장이 공공기관 지방이전으로 나주로 이사 오게 되었다. 지금 사는 곳은 나주 혁신도시 안에 있는 아파트인데, 거실 창문으로 넓은 나주평야가 펼쳐져 있다.  이곳에 이사 오면서 집 앞의 논에서 농사짓는 모습을 평생 처음 실시간으로 보게 되었다. 여기서는 사람이 농사를 짓지 않는다. 들이 너르기 때문에 트랙터로 농사를 짓고, 드론이 날아다니면서 농약을 뿌린다. 세상은 생각과는 다른 것들이 많다.

나주평야

다방을 좋아하는 아이들


임후남 작가가 하는 책방은 북카페도 겸하고 있기 때문에, 이웃집 어른은 다방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도시에 사는 일곱 살짜리 손자를 데려오면서 "아니, 조그마한 애가 뭔 다방을 그렇게 좋아하는지 모르겠어요."라고 이야기하신다고 한다. 아마 어린 손자는 책도 보고 맛있는 음료도 같이 마실 수 있는 이 책방 공간이 좋은 지 모른다.


우리 집 작은 아이도 서점과 카페를 좋아한다. 나주 혁신도시 안에는 종로서적이라는 멋진 서점이 있다. 서점 공간도 넓고 책을 읽을 수 있는 좌석 공간도 서울의 유명 서점 보다도 훨씬 편안하고 우아하게 잘 되어 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서점 안에는 카페가 없기 때문에 음료를 마시려면 서점 밖으로 나가야 한다는 점이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나주 혁신도시는 새로 생긴 도시이고, 도시 한가운데 호수를 중심으로 배치되어 있어서 전망 좋은 카페들이 정말 많다. 서울 같으면 비좁고 낡은 공간에 다닥다닥 붙어 있을 식당이나 카페들이 여기는 좋은 건물에 아주 널찍하게 자리 잡고 있다. 그래서 나랑 아이가 좋아하는 산책 루트가 도서관에서 책을 빌리거나 서점에서 책을 사서,  호수공원이 보이는 넓고 한적한 카페에 앉아서 커피나 달콤한 디저트를 먹으면서 편안하게 책을 보는 일이 되었다.

나주혁신도시 호수공원
나주혁신도시 카페


어메이징! '문화 샤워'예요


임후남 작가가 하는 [생각을담는집]은 책방일 뿐 만 아니라 북카페, 북스테이도 하고 이런저런 강연도 많이 하는 복합 문화공간이다. 하루는 아이들을 데리고 와서 강연을 듣고 하룻밤을 잔 어머니가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강의를 듣고, 작가를 만나고, 개울에서 얼음을 지치고, 시골 책방에서 하룻밤을 지낸 것은 온몸으로 느낀 문화샤워였어요."


나도 서울과 수도권에서 오래 살았지만, 막상 서울에 살 때에는 생각만큼 문화생활을 즐기지 못했다. 근처에 영화관과 미술관, 박물관, 음악 공연장 등이 많이 있었지만, 직장 생활하다 보니 바쁘고 지쳐서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1년에 1~2번도 문화공연을 잘 보러 가지 않았다. 오히려 나주에 내려와서 첫해 동안 무료로 해 주는 다양한 음악공연과 영화를 즐겼다. 주변에 1~2시간이면 갈 수 있는 아름다운 곳들로 자주 여행했다. 우리 집 아이들이 나중에 어린 시절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도시 아이들로 컸던 것보다는 훨씬 많은 아름다운 추억들을 가져갈 수 있으면 좋겠다.


책을 떠나보내는 일


임후남 작가는 본인이 하는 책방에 신간 서적도 팔지만, 본인이 보았던 중고책도 꽂아 놓았다고 한다. 작가가 보았던 중고책은 판매를 위한 것이 아니지만, 서가에 꽂아두니 아주 가끔 판매하느냐고 묻는 분이 계시다고 한다. 손때 묻은 책을 떠나 보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지만, 누구라도 보면 좋을 것 같다고 한다.


나도 한때는 열심히 책을 사서 모았는데, 어느 순간부터 책에 대한 소유욕이 없어지기 시작했다. 요즘은 웬만한 책은 도서관에서 빌려 보고, 내가 소유한 책들도 다른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기 시작했다. 사실 제일 아까운 것은 책을 남에게 주는 것이 아니라, 멀쩡한 책들이 아무도 안 읽게 방치되거나 버려지는 것이다. 주로 도서관에 기증하거나 했는데, 요즘은 미용실이나 카페 등 사람들이 많이 머무르는 시간에 비해 읽을 책이 없는 공간에 한 두 권씩이라도 가져다주곤 한다. 내가 보았던 책들이 다른 사람들에게도 유용하게 많이 읽혔으면 좋겠다. 


책방이 있는 동네, 책방이 없는 동네


임후남 작가는 학교 앞에 작은 서점이 여럿 있는 곳에 살았다고 한다. 문고판 책들도 사고, 레코드 가게에서 LP도 사곤 했다곤 한다.  큰 서점인 종로서점에 처음 갔을 때 층별로 각 분야의 책들이 그렇게 많다는 것에 놀랐다고 한다. 그러다가 교보문고 시대가 열린 후에는 교보문고가 천국 같았다고 한다. 


<섬에 있는 서점(개브리엘 제빈 지음]> 앞표지에 " 책방이 없는 동네는 동네라고 할 수 없지."라는 문구가 있다고 한다. 내가 있는 나주 혁신도시는 처음 이사 올 때는 서점이 없었다. 다른 것은 크게 아쉬운 것이 없었는데, 서점이 없는 것은 참 많이 아쉬웠다. 그러다가 종로서적이 들어왔다. 내가 서울에서 다녔던 교보문고나 영창문고 같은 큰 서점 보다도 훨씬 아름답고 책 읽기 좋은 우아하고 편안한 서점이다. 가끔씩 넓은 서점에 사람이 너무 없어서 서점 운영이 제대로 되는지 걱정이 될 때가 있다. 그래서 내 책은 주로 도서관에서 빌려 보지만, 아이 책이라든지 문구류라든지 뭐라도 하나씩 사 가지고 나오려고 한다. 이 아름다운 동네서점이 문 닫으면 안 되므로!

나주 혁신도시 종로서적


문화 공간으로서의 동네 책방


요즘 동네 책방은 단순히 책만 파는 공간이 아니라, 작가 강연, 전시회, 글쓰기 수업 등 다양한 활동을 하는 복합 문화공간으로서의 역할을 한다고 한다. 몇 년 전 가족여행으로 갔던 통영에 있는 봄날의 책방이라는 서점도 다양한 전시와 강연 등을 하기도 하고, 북스테이도 하고, 남해의 봄날이라는 출판사도 같이 운영하고 있었다.

통영에 있는 봄날의 책방


사실 동네 책방은 책만 팔아서는 수익을 내기도 어렵고, 고객을 확보하기도 어려운 곳이다. 시골에 있다면 더욱 그럴 것이다. 단순히 책만 파는 곳이 아니라 복합 문화공간으로 변신해야만 인터넷으로 모든 것을 살 수 있는 시대에 살아남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보다 자세한 내용은 아래의 [공유서점으로 창업하기] 브런치 글을 참고하기 바란다.


https://brunch.co.kr/@kw0762/36

* 코로나 이후에 시골책방 생각을 담는 집은 북스테이를 운영하고 있지 않다고 합니다.

코로나가 끝나고 마음 편하게 책도 보고 하룻밤 자고 올 수 있는 북스테이가 다시 운영 될 수 있기를 희망해 봅니다.


글 : 이계원(공유경제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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