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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꿍꿍이 많은 직장인 Jun 28. 2020

12 서른 즈음에_김광석(친구/청춘)

매일 이별하며 살고 있구나

초등학생 시절,

같이 어울리던 친구들에게 은따를 당했던 적이 있다(은따 : 은근히 따돌림).


언제부턴가 친구들이 나를 빼고 모였고, 학교에서 마주쳐도 싸늘하게 인사만 하고 지나갔다.

나는 그것도 모르고 그 집단에 끼이려 애썼었는데, 결국 나중에는 혼자 남게 되었다.

며칠 후 그중 나와 친했던 한 친구가 나를 따로 불렀고,

그 재서야 나는 은따를 당한 이유를 알게 되었다.


왕따를 당하고 있는 한 친구와 계속 어울렸다는 것이 이유였다.

그 이유로 함께 놀던 친구들이 등을 돌렸다는 것이 어린 마음에 꽤나 큰 상처였다.

내게 있어서 처음으로 친구들과 이별했던 기억이다.


초등학생, 중학생, 고등학생, 대학생 그때마다 어울리던 친구들이 있었다.

그리고 친구들이 전부였던, 또 그렇게 평생 함께 할 줄 알았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가며 대부분의 기억은 추억이 되었고,

평생을 함께 할 줄 알았던 친구들은 '한 때 친했던 친구'가 되어 있었다.


무한하리라 기대했던 우정은 유한한 내 기억 속에서 조금씩 멀어져 갔다.

그렇게 만남과 이별은 나의 기억 속에서 자연스레 이루어지고 있었다.


또 하루 멀어져 간다

내뿜은 담배 연기처럼

작기만 한 내 기억 속에

무얼 채워 살고 있는지

- 김광석 '서른 즈음에 중' -


친구들과 모여서 술 한잔 하고 떠들다 보면 새벽 1시였다.

뭐가 그리 아쉬웠는지 맥주 몇 캔 사들고는 가까운 강변에 가서 또 밤새 이야기를 했었다.

다음날엔 만나선 함께 해장하고, 또다시 그렇게 놀곤 했다.


그때는 친구들이 전부였고 평생 그렇게 함께 할 것 같았다.


그렇게 항상 붙어있던 녀석들이 직장이 생기고, 결혼을 했다.

그렇게 가정이 생기고, 아기가 생기면서 이제는 각자의 위치와 가족의 삶을 책임지며 살아가고 있다.

나 역시 그렇다. 


이제는 그렇게 자연스럽게... 만나기도 쉽지 않게 되어 버렸다.


평생을 약속했던 친구들의 이름은 핸드폰이라는 작은 수첩 안에 모두 있지만, 

이젠 편하게 만날 수 있는 친구가 몇 명이나 있을까 싶다.


점점 더 멀어져 간다 머물러 있는 청춘인 줄 알았는데

비어 가는 내 가슴속엔 더 아무것도 찾을 수 없네

계절은 다시 돌아 오지만 떠나간 내 사랑은 어디에

내가 떠나보낸 것도 아닌데

내가 떠나 온 것도 아닌데

- 김광석 '서른 즈음에' 중 -


한때는, 무한하리라 생각했던 것들이 변해가는 것이 못내 아쉬웠다.

나의 기대와는 다른 반응이 못내 섭섭했던 때도 있었고,

나 역시 기대에 응해주지 못해 섭섭하게 했을 때도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가고, 같은 상황을 경험하며,

자연스레 서로를 이해하게 되었다. 


서로가 오랜 시간을 함께 할 수 없음을 이해하기에,

이제는 몇 번 없는, 몇 시간 되지 않는 그 유한한 만남이 무척이나 소중하다.


이렇게 삶의 유한함을 받아들이는 시기가 서른 즈음이었던 것 같다.


살다 보면 특정 시기에 가슴속으로 스며드는 노래가 하나씩은 있기 마련인데,

30대에 느낀 심적 변화를 이 노래만큼 잘 대변하는 노래가 있을까 싶다.


그렇게 나의 서른 즈음은,

무한의 기대보다 유한의 소중함을 배운 시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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