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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이들 Jan 29. 2021

[흡흐흡흐] 2강_요가링 수업, 아픈 걸 참지 마세요.

오늘도 수고하고 애쓴 당신에게 권하는 이야기, 오늘은 케어링수업이 어때요


요가링을 이용한 케어링 수업은 초보자들에게 좋다. 기상천외한 묘기를 부리지도 않고, 코어를 단련하기 위해 애를 쓸 필요도 없다. 편안하게 앉거나 누워 뭉친 근육을 풀어주고 이완하는 수업이기 때문이다. 장시간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현대인이라면 케어링 수업을 듣자. 뻐근했던 몸이 말랑말랑 해지는 경험을 하게 될 테니.


하지만 오래 딱딱하게 굳어 있던 몸은 쉽게 풀리지 않는다. 꼼짝없이 굳어있던 시간만큼 몸이 다시 말랑말랑 해 지기 위해선 어느 정도 고통이 수반되기 마련이다. 그래서 케어링 수업을 처음 듣는 사람들은 여기저기서 으악, 으악 비명을 지르곤 한다. 물론 케어링 수업을 자주 들었던 사람이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다. 우리 몸은 꽤나 까탈스러워 매일매일의 컨디션이 다르고, 또 하루라도 돌아봐 주지 않으면 금세 굳어 버리기 때문이다. 내 안에 성가신 고양이 한 마리가 살고 있는 셈이다. 이 날도 예외 없이 나는 윽, 윽 소리 없는 비명을 지르고 흡, 흡 숨을 참았다가 쉬기를 반복했다.


그때였다.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하는 나를 본 선생님은 말했다. 아플 거예요. 많이 아플 거예요. 우리 몸의 근육들이 단단히 뭉쳐서 그래요. 그런데 오늘 푼다고 해서 통증이 다 사라지지 않아요. 내일도 아플 거예요, 모레도 아플 거예요. 아픔은 사라지지 않아요. 조금씩 덜 아파지겠지만 아프지 않은 건 아니에요. 고통은 늘 우리와 함께 있죠. 하지만 그 아픔을 어떻게 바라보는가가 중요해요. 제삼자처럼 통증을 바라보세요. 뇌를 속이는 거예요. 우리 뇌는 꽤 바보라서 속일 수 있어요. 아프지만 미간을 찡그리기보다 입가에 미소를 지으려고 노력하세요. 아, 여기가 뭉쳤었구나. 우리는 그 고통을 풀어내면서, 아픔을 어떻게 바라볼지를 훈련할 거예요. 그럼 아파도 견딜 수 있게 되죠. 숨을 쉬면서 내 몸이 하는 소리를 듣고 호흡으로 풀어 줄 수 있어요.


이상하게도, 너무나 이상하게도. 고통은 늘 함께 할 거라는 말이 더 위로가 되었다. 오늘도 내일도 아플 수 있다는 말이 좋았다. 마음이 아플 땐 시간이 약이라는 말이 제일 싫다. 이까짓 일은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낫는 일인데 나 홀로 오지 않는 깜깜한 시간 속에 갇힌 기분이 되기 때문이다. 그럴 때마다 더욱 괴롭고 슬퍼졌다. 그 점에서 요가를 시작하게 된 건 정말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단단하게 긴장되어 있던 내 몸의 근육들이 이완될 때 터져 나오는 고통을 조금은 멀리서 바라보는 훈련이 되었기 때문이다. 비명이 나올 듯 아픈 순간에 찡그리기보다 미소로 이렇게 아무렇지 않게 말하는 연습을 했다. 와, 내 허벅다리를 누가 바늘로 콕콕 콕콕 찌르고 잡아 비틀어 꼬집는 것만 같구나. 아, 내 허리 근육이랑 겨드랑이 근육이 마치 쫀득이처럼 잡아당겨지고 있구나,라고 3인칭으로 서술하고 말해주는 일. 몸의 고통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지를 훈련하면서 마음의 슬픔도 어떻게 위로해주어야 할지를 배우게 된다. 이 훈련을 하면서 나도 나를 어찌할 수 없는 슬픔에 잠겨 허우적대기보다 조금은 멀리 떨어져서 슬퍼해 줄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슬픈 마음에는 슬퍼하는 마음이 필요하다.

   

마음이 아픈 날이 있었다. 마음이 많이 아픈 날에 나는 울거나, 뛰었다. 가끔은 울면서 뛰었다. 마음이 서늘해질수록 나는 나를 더욱 내몰았다. 내몰지 않으면 견딜 수가 없는 날들이 있었다. 꿈과 사랑과 진심이 가득 차 이것만이 나의 전부라고 믿었던 것들이 속절없이 무너져야 했던 날이 그랬다. 흡사 아파트 5층에서 떨어진 것만 같았다. 오래 꿈꾸던 일을 거절당하던 날, 생각하면 마음이 봄 같아지던 사람이 겨울이 돼야 했던 날. 나는 차라리 금붕어가 되고 싶었다.


나는 참고 견디는 것이 더 익숙한 사람이었다. 일곱 살 때였나. 그 날의 나는 이렇게 기도한다. 하나님, 인생의 고통의 총량이 정해져 있다면, 그 고통은 일곱 살이면 좋겠어요. 하지만 아마 난 여덟 살에도, 아홉 살에도 그리고 그 이후에도 꽤 많은 날들을 인내하고 살았던 것 같다. 아프다는 건 가끔 글을 쓰는 원동력이 되어 주기도 했다. 글을 쓰며 삶을 견디는 법을 배웠다. 1초에도 수십 개의 생각이 떠올랐다 사라지는 생각과는 달리 글은 느렸기 때문이다. 한 글자 한 글자 단어를 골라야 하고, 문장을 완성해야 글이 될 수 있었다. 한 문장, 한 문장 썼다 지웠다를 반복하며 천천히 천천히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시간을 보내며 인내하는 법을 배웠다.


그런데 이제 견디고 인내하지 않아도 슬픔을 내보내는 법을 배운다. 고통은 참고 견뎌야만 하는 것이 아니라, 풀어주고 흘려보내 줄 수도 있단다. 물론 오늘 풀어 준다고 해서 내일 아프지 않을 건 아니다. 내일도 모레도 그다음 날도 또 아플지 모른다. 슬프고 아픈 일은 언제나 느닷없이 찾아오니까. 하지만 이제는 글 말고도 고통을 바라보고 대하는 방법이 하나 더 늘었다. 요가를 하며 '아, 내가 지금 여기가 많이 뭉치고 아팠구나'를 알아봐 주는 연습을 하며 나를 위로해 주는 법도 어렴풋이 배우게 된 것이다. 무작정 견디고 참기만 해선 좋지 않은 것들이 있다. 근육이 그렇고, 마음이 그렇다. 계속 참다가는 기필코 반드시 어딘가 고장나 버리게 되기 마련이다. 슬픈 마음을 어떻게 풀어주고 내보내 줄지 모르겠다면, 일단 근육부터 풀어보자. 너무 아픈 고통에 집중한다기보단 짜릿한 통증 속에서도 흡흐흡흐 잘 숨쉬고 있는 내 호흡을 바라봐주자. 그렇게 근육을 풀다 보면 마음을 푸는 법도 알게 될지도 모른다.


그래서 하루하루 열심히 버티고 끝끝내 견디느라 애쓴 이들을 만나면 나는 곧잘 케어링 수업을 권한다. 마음이 금세 풀리진 않겠지만 몸이라도 풀리길 바라면서. 어찌할 수 없는 고통이었던 것이 어쩌다 보니 견뎌도 좋을만한 쾌통이 되길 바라며.


오늘도 수고하고 애쓴 당신에게 권하는 이야기, 오늘은 케어링(요가링) 수업이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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