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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 껍데기 22

다들 비슷하게 산다

by 구르는 소

12년 전 여행사진을 들여다본다.

입고 있는 상의가 익숙하다.

어제 입은 상의다. 7년 전, 5년 전 여행사진에서도 입고 있다.

누가 보면 같은 여행지인 줄 알겠다.

의류회사들 실력이 좋은지 헤지지도 않는다.


10년 전 업무사진을 들여다본다.

신고 있는 구두가 낯이 익다.

밑창을 3번 교체했다. 구두 뒷굽만 2번 갈아 끼웠다.

조금 더 비싼 신발 사면 수선비가 싸다.

새 신발에 적응할 필요도 없다.


10년 동안 출근하면서 메던 배낭은 어깨줄을 2번 교환했다.

비슷한 재질이 더 이상 나오지 않는다기에 새로운 배낭을 마련했다.

5년째 잘 쓰고 있다.

더 튼튼한 것을 샀으니 앞으로 10년간 문제없다.


애가 셋인데 자가용 없이 살아온 기간이 14년째다.

택시, 렌터카, 공유차량이 우리 집 자가용이었다.

쏘카가 우리 아이들을 키웠다.

쏘카가 주식시장에 상장할 때, 흔쾌히 주주가 되었다.

지구환경위기에 일조하는 건 덤이다.


수년만에 친구들과 여행가는 돼지아내도

80만원이 아닌 8천원짜리 가방을 새로 샀다.

비슷한 이들이 같이 산다.




나도 멋지고 산뜻한 새 옷들 많이 사고 싶다.

새 신발 신고 멋짐 뿜뿜 자랑하고 싶다.

남자도 비싼 신상 가방으로 자존심을 드러낸다.

경제력만 있다면 나도 벤츠 타고 싶다.


검소함과 절약정신, 탄소중립의 시대정신은

돈없는 돼지부부의 허울 좋은 인생핑계일 수도 있다.


내가 플렉스 하는 건

먹는 것뿐이다.

부양책임자로서 모든 것을 양보한다 쳐도

먹는 것에서 만큼은 자존심을 지키고 싶다.


돼지++

그래봐야,

업계 1위 도미노 피자 2판교촌 치킨 2마리 배달시킨다.


힘든 삶의 껍데기를 지고 살아가는 돼지아빠들, 돼지엄마들

모두 힘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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