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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혼자 가면 당신도 외로울 거예요

NGO 직원의 업무교육과 인사관리

by 구르는 소

상위 1% 인재가 조직을 먹여 살린다!


인재경영을 하는 기업이나 여러 단체들에서 흔하게 듣는 말입니다. 똑똑하고 우수한 상위 1%의 S급 인재 확보를 위해서라면 경영자가 직접 나서는 일도 흔하다고 하죠. 뭐 그럴 수도 있겠습니다.


위의 문구랑 곧잘 인용되는 게 '사람이 답이다'라는 말입니다. 모든 해결책과 혁신은 결국 사람에서 나오고 이를 잘 진행할 인재가 상위 1%의 S급 인재려나요.

상위 1%에 속할 인재의 삶이 부럽습니다.


저는 위 말에 100% 찬성하지는 않습니다.


비영리기관의 활동가로서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일반 기업처럼 일을 아주 잘하는 사람, 적당히 해내는 사람, 잘하지 못하는 사람, 아주 못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하지만 비영리 기관에서는 사람이 답이라면서, 어떻게 일 잘하는 상위그룹의 사람들만을 따로 챙깁니까?


다소 느리더라도, 일이 안되더라도 기다려주고 천천히 같이 가는 미덕이 필요한 곳이 사회복지분야라고 생각합니다. 자기는 우수한데 부당한 처우를 받는다는 생각이 들거나, 왜 일 못하는 저 사람보다 일 많이 하는 내가 동일한 급여를 받아야 하냐는 생각이 들면요.

그냥 다른 기관을 찾아보거나 다른 직종으로 이직하면 됩니다.


예전에 얘기했듯, 비영리는 열정, 비전, 사명, 헌신이 중요한 기관입니다.

내가 속한 조직과 나의 비전이 부합하고 미션 실행에 만족하면 그뿐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인사업무를 할 초기에는 멋모르고 S급 인재를 양성해야 한다느니, 우수인재 특별교육을 해야 한다느니 주장도 하고 제도도 만들어보고 했는데, 반성합니다.

미숙하고 생각이 짧았습니다.

일반기업과 NGO는 다른 곳이더군요.


저희 기관에서 많은 연구와 도전으로 활동가들의 직무교육을 짜다 보니 역설적이게도 '사람'중심의 업무교육에서 '직무'중심의 업무교육으로 방향을 잡게 되더군요.

즉, 고성과자에는 다소 고급화된 직무교육, 저성과자에게는 이해도가 쉬운 직무교육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직원 모두에게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매뉴얼 기반의 교육 커리큘럼을 제공한다는 것입니다.


좀 더 풀어쓰면, 지역 내 기금 유치와 후원자 개발 업무를 처음 맡게 된 신입직원과 5년 차 직원, 15년 차 리더급의 직원은 동일한 기본교육을 수강하게 됩니다.

근무년수가 많다고, 직급이 높다고 해서 교육을 빼주거나 심화교육으로 바로 넘어가게 하지 않는 것이지요.

교육을 제공하고 업무를 경험하면서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는 동등한 커리큘럼을 제공하면 됩니다.

평등한 기회를 모두에게 제공하면 되는 것이지요.


그럼 고성과자의 관리나 교육은 어떻게 하냐고요?


고성과자는 자기가 알아서 스스로 교육도 받고 도전도 하면서 잘 변화하더라고요. 넘치는 월급과 과한 보상을 바라고 비영리 분야로 들어온 것이 아니니 열정과 사명이 변하지 않도록 서로가 관심을 가져주면 됩니다.

성과가 낮거나 다소 늦게 나오는 직원들만 잘 보듬어주면서 성과를 내도록 지도해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끝까지 저성과자이면 어떡하냐고요?

음.... 사회복지가 어려운 사람 돕자는 건데 끝까지 가르치면서 같이 가야죠.

(그래서 처음부터 사람을 잘 뽑아야 합니다.... 그게 쉬운 일은 아니지만요)

하지만, 결국, 본인이 저성과자라고 느끼게 되거나 이러저러 이유로 자기 인식을 하게 되면, 알아서 퇴사하고 이직하더라고요.

시간이 다소 걸릴 뿐입니다.


후원자분들도 비슷한 관점에서 비영리기관의 직원들을 바라본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내 소중한 기부금을 일이 안 되는 저성과자를 보듬는 인건비로 쓴다는 것이냐고 화를 내실 분들도 일부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어려운 이웃들을 돕자고 후원하는데, 이를 수행하는 너희들 구성원부터 조직까지 일반 사회와는 달라야 하는 거 아니냐라고 하시는 후원자들도 많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후원하고 있는 제자신도 그렇고 주변 지인들도 '너희들만은 우리랑 달라야 하지 않냐?'라고 얘기들을 많이 하거든요.


저는 인사평가라는 단어도 비영리기관에서는 잘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인권을 중시하고 사람이 전부인 비영리기관에서 누가 누굴 평가합니까?

하나님 보시기에 다 똑같이 본인의 형상대로 지으심 받은 동등한 사람일 뿐입니다.


앞에서 얘기했듯,

어떤 성과를 냄에 있어 좀 빠르냐 늦냐, 퀄리티가 좋으냐 나쁘냐지 다 같이 가면 됩니다.


그러다 망한다고요? 영리는 망하겠죠.

비영리는 이렇게 하면 오히려 흥할 기회가 더 많을 것입니다.

알베르키위 작품, 밥 말리 (2021)




"이 세상 누구에나 태양이 비추듯이 누구나 행복할 권리가 있다는 것을.

길을 걷다 채이는 돌멩이라 하여도 그것 없인 어떤 집도 지을 수 없다는 걸.

너무 빨리 혼자서 앞서 가지 마세요.

그렇게 혼자 가면 당신도 외로울 거예요.

저 뒤에 앉아서 한숨 돌리는 사람. 바로 그 한 사람이 정말, 소중한 사람이죠.

잊어서는 정말 안돼요. 소중한 사람들을."

< 노동가요 - 바로 그 한 사람이 (이원경 작곡, 조민하 작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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