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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yle Lee Jan 28. 2023

임신 전보다 체중이 더 줄어든 아내

31. 아내가 회사로 돌아갔다.

“내일이면 다시 회사에 가야 하는데. 기분이 어때요?”


아내가 코로나 후유증에 따른 요양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지 2주가 지났다. 임산부의 코로나 확진과 세 번의 기절, 그리고 두 번의 응급실 행은 회사에게도 제법 난감한 사안이었던 것 같았다. 덕분이라고 하긴 뭐 하지만 회사에서는 재택근무를 할 수 있도록 배려해 주었고, 아내는 휴직을 하지 않고도 출퇴근에 따른 에너지 낭비를 줄이며 체력을 다시 회복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2주가 순식간에 흘러갔다. 앉은자리에서 일어나기만 해도 심박수가 140을 넘기던 아내는 이제 남들과 비슷한 속도로 걸을 수 있었고 느리지만 계단도 오를 수 있을 만큼 상태가 호전되었다. 이제야 정상적으로 대중교통도 이용할 수 있고, 남들이 다니는 길도 큰 무리 없이 갈 수 있는 상태가 된 것이다. 


“시간이 너무 빨라. 나 괜찮겠지?”


불안 가득한 눈으로 아내가 말한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아내에게 말했다. 


"괜찮을 거예요. 만약 너무 힘들다 싶으면 바로 집으로 돌아와요. 그때는 휴직이든 뭐든 하자." 


나의 말에 아내가 생각에 잠긴다. 그 작은 머릿속에는 아마도 아이가 태어나면 쓰게 될 각종 비용과 청구서 더미들이 눈보라처럼 휘몰아치고 있을 것이다. 나는 아내의 답이 어떠할 것인지를 잘 안다. 아내는 결코 일을 쉬겠다 말하지 않을 것이다. 이 작은 체구의 어디서 그런 힘이 나오는 것인지는 여전히 미스터리다. 


2주간의 재택근무가 끝났고, 아내는 회사로 돌아갔다.


아내가 다시 사무실로 출근하기 시작한 그날은 내게도 무척 정신없는 하루였다. 평소에는 잘 없는 외근이 오후 내내 잡혀있었기에 하루치 사무업무를 오전 내에 모두 끝내야만 했다. 다이어리에 빼곡히 적힌 업무목록을 부지런히 지워내려 가는 와중에도 나의 의식은 때때로 아내에게 가 닿았다. 잘하고 있을까. 혹시 힘에 부치는 상황은 아닐까. 혹시 또 쓰러져서 내게 연락이 오는 것은 아닐까. 


나의 걱정과 다르게 시간은 무사히 흘러갔고 저녁이 되어 나는 아내를 데리러 갔다. 차에 타는 아내는 차분했고 조금 지쳐있었으며 얼굴에는 피로감이 있었다. 


“오늘 어땠어요?”


나의 물음에 아내가 답한다. 나, 천상 직장인인가 봐요.


“나 천상 직장인인가 봐요. 2주 만에 사무실에 들어간 건데 마치 어제까지 멀쩡히 일하고 평소처럼 출근한 느낌이었어요.”


그냥, 모든 게 다, 너무 자연스러웠어. 아내는 기분 좋은 웃음을 보이며 말했다. 그 미소가 조금은 나를 안심시켰다.


“그런데 내가 정말 그렇게 많이 달라졌어요?”


보는 사람마다 모두 깜짝 놀라는 거예요. 못 알아볼 뻔했다고. 내 얼굴이 반쪽이 되어버렸다고. 나는 잠시 아내와 눈을 맞추고 마지못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응. 내가 봐도 많이 야위었어요. 좀 걱정이 될 만큼.”


임신 23주인 아내는 임신하기 전보다 몸무게가 2, 3킬로그램은 더 빠진 상태가 되어 있었다. 아기와 양수 무게를 합하면 대략 3킬로그램은 된다. 그러니 최소한 아이를 갖기 전보다 5, 6킬로그램은 빠진 셈이다. 보통은 임신하고 23주 정도가 되면 최소 5킬로그램 정도는 찐다고 하던데. 어떤 사람은 10킬로그램 넘게도 찌고 그런다던데. 


아내의 체중은 임신 전보다 오히려 줄어있었다.


아무튼 그랬다. 아내는 2주 만에 회사에 돌아갔고, 아내를 본 동료들은 하나같이 걱정 어린 시선을 보내왔으며, 그와는 관계없이 천진난만한 표정을 한 아내는 창백한 얼굴로 자리를 지키며 평소처럼 일했다. 


조금 힘들었지만 견딜만했다고 말하는 아내. 다만 꼬물이는 엄마가 오래 앉아있는 걸 좋아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하며 배를 쓰다듬는 아내. 아내의 말에 내가 묻는다. 그걸 어떻게 아느냐고. 아내가 답한다. 엄마는 알 수 있다고. 당신은 엄마가 아니라서 아마 평생 모를 거라고.


“꼬물이가 좋으면 폴짝거려요. 마음에 들지 않을 때는 온몸을 웅크리고 힘을 주는 게 느껴져요. 볼 수 없어도 느껴지는 느낌이 있어요.”


맞다. 나는 도무지 상상이 가지 않는 감각이다. 아마 평생 모르겠지.


아내는 야윈 만큼 더 강해진 듯하다.


지난 몇 주 동안 힘겨운 시간을 보내며 아내는 한층 더 강해진 느낌이다. 몸이 야윈 만큼 오히려 더 또렷한 눈빛을 반짝였다. 아내는 엄마로서 몸을 돌보면서, 동시에 부모로서 아이를 무사히 낳고 기르기 위한 경제력을 유지하려 하고 있었다. 


그런 아내를 돕는 회사의 배려와 사회적 안전망을 느끼기도 했다. 이례적으로 긴 기간 동안 연속으로 재택근무를 허락해 준 회사와 그런 아내에게 최대한 일감을 주지 않고 휴식시간을 확보해 준 아내의 동료들. 아내가 쓰러졌을 때 한걸음에 달려와 아내를 안전하게 병원으로 이송해 준 구급대원들. 이 모든 배려와 도움이 없었다면 우리는 훨씬 더 힘들고 거친 시간을 지나 전부 닳아버린 배터리처럼 한 순간에 픽, 하고 전원이 나가버렸을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와 아내는 여전히 불편한 것이 많고 불안한 것도 많다. 안전하지 못하다 느끼는 그 불완전함 속에서 우리는 어떻게든 생존하기 위해 발버둥 치는 느낌이다. 


그 모든 순간이 우리를 강하게 하기를


코로나로 인한 우리 생활의 일시적 일탈은 아마도 여기까지인 듯 싶다. 회복을 시작한 아내는 더 강해졌고, 나는 그런 아내에게 부끄럽지 않은 남편이 되고 싶다. 이제는 다시 원래대로의 패턴으로 돌아간다. 나와 아내는 다시 출퇴근길을 함께하며, 점점 더 부풀어 오르는 아내의 배를 토닥일 것이다. 


꼬물이가 태어나기까지 남은 기간은 4개월. 우리가 엄마 아빠가 될 준비를 할 수 있는 남은 기간도 4개월. 부디 이제 더는 이런 곤란한 상황이 닥치지 않기를. 


설령 그렇더라도, 그 모든 순간이 지금처럼 우리를 강하게 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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