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만봉씨를 찾았습니다.
무거운 공기를 가르고 요란하게 울려대는 휴대폰을 받자 수화기 너머에서 형사가 건넨 말이었다.
“정말이에요?”
“네! 그런데 그게.......”
형사의 주저하는 말끝에 불길함이 감돌았다.
“그런데 뭐요?”
희수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김만봉씨는 이미 사망하셨습니다.”
“뭐라고요? 사망이요?”
잿빛 타일이 바닥에 깔려있는 안치실 내부에서는 그 어떤 온기도 느낄 수가 없었다. 천장에 있는 푸른색의 등이 차가운 빛을 뿜어 서늘함을 더하고 있었다. 오른쪽 벽면으로 시신보관용 철제냉장고 10개가 이층으로 쌓여있었고, 그 맞은편 벽면에는 시계가 덩그러니 걸려있었다. 그 시계는 지금껏 한 번도 멈춘 적이 없는 듯 정확한 시간을 가리키고 있었다.
희수와 은수가 경직된 얼굴로 안치실 안으로 들어섰다. 서늘한 공기가 목덜미에 닿자 희수는 소름이 돋아 어깨를 움츠렸다. 바닥에는 철제 침대 두 개가 나란히 놓여 있었다. 그중 한 침대에 하얀 시트가 덮여 있었고 그 옆에 조금 전 전화를 했던 형사가 팔짱을 낀 채 서 있었다. 형사는 두 사람이 가까이 다가가자 의식이라도 거행하듯 짧게 숨을 내뱉고 난 후 만봉을 덮고 있던 하얀 시트를 조심스럽게 걷었다.
일주일 전 집을 나갈 때와는 전혀 다른 모습의 만봉이 차가운 모습으로 철제 침대 위에 누워있었다. 푹 꺼진 볼 위로 회색빛의 그늘이 져있었고 야윈 몸은 미라를 연상시킬 만큼 차갑게 굳어있었다. 강한 소독제 냄새와 뒤섞인 역한 냄새가 주변을 맴돌았다. 희수는 구역질이 났다. 그것이 역한 냄새 때문인지, 낯선 만봉의 모습 때문인지 알 수 없었다.
“사후강직으로 봤을 때 사망한 지 4,5일은 지난 것 같습니다.”
형사가 입을 가리고 있는 희수를 보며 말했다.
“어디서 찾으셨어요?”
은수가 어금니를 꽉 물고 물었다.
“양남시에 위치한 대발산 중턱에서 발견했습니다. 대발산 공원묘지 관리인이 공원 외진 곳에서 발견해 신고했습니다.”
그 말에 희수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이렇게 추운데 거기는 왜.......”
낮 최고기온이 영하를 및 도는 날들이 며칠째 이어지고 있었다.
“김만봉씨가 그곳에 간 특별한 이유라도 있습니까?”
“그 공원묘지에 엄마가 있어요.”
은수가 담담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렇군요, 자세한 건 부검을 해봐야 알겠지만 지금으로 봐서는 저체온증으로 사망한 것 같습니다.”
“아빠!”
희수가 만봉의 꺼진 볼을 감싸 쥐고 흐느꼈다. 아빠의 볼이 너무나 차가웠다.
“미안해. 내가 미리 알아차렸어야 했는데......”
그런 희수를 안타까운 표정으로 바라보던 형사가 주저하듯 은수에게 하얀 봉투를 내밀었다.
“그리고 이거!”
“이게 뭐예요?”
“김만봉씨 안주머니에서 나왔습니다. 유서 같습니다.”
봉투는 평소 만봉의 성격을 말해주듯 빈틈없이 풀로 꽉 붙어있었다. 봉투를 열어 한동안 유서를 읽고 난 은수는 몸을 부르르 떨며 주먹을 꽉 쥐고 말했다.
“부검과 함께 자살방조에 대한 수사도 의뢰할게요.”
“자살방조요?”
은수가 꽉 쥐어 구겨진 종이를 형사에게 건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