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하고 편안하게 유럽 자동차 여행하기> 서유럽여행
▲ 마테호른 일출, 골든 호른(Golden Horn) © Kyros
유럽 자동차 여행을 계획하며 아내가 제일 보고 싶은 것은 노르웨이 오로라였는데, 고맙게도 날씨의 도움으로 두 번의 환상적인 조우를 하였다(참조: https://brunch.co.kr/@kyros/21, https://brunch.co.kr/@kyros/24 ). 나는 스위스 체르마트(Zermatt)에 위치한 고르너그라트(Gornergrat) 정상 호텔에서 마테호른(Matterhorn )의 황금빛 일출(Golden Horn) 감상이 그 첫 번째이다.
체르마트는 스위스 발레주(Valais )의 최남단, 스위스에서 가장 높은 산기슭(해발 1,620 m )에 위치한 인구 약 5,800명의 독일어권 도시이다. 세계적인 스위스 알프스 등산, 스키 리조트로 유명하며 일자리의 약 절반은 호텔이나 레스토랑 등 관광분야에 기반을 두고 있다(출처: https://www.zermatt.ch). ‘스위스 알프스의 보석’이라 불리는 마테호른(해발 4,478 m), 유럽에서 가장 크고 높은 곳에 있는 여름 스키 지역 ‘마테호른 글래시어 파라다이스(Matterhorn Glacier Paradise)’가 바로 이곳에 있다.
테쉬(Täsch )에서 셔틀 기차로 체르마트까지 약 20분 소요되며, 매 20분 간격으로 운행한다. 체르마트역 도로 건너편에 고르너그라트행 산악기차(Cogwheel train)역이 있다. 계절별로 첫차와 막차 시간 변동이 있고 특정기간에는 운행하지 않는 구간이 있다. 약 38분 소요되며, 35분 간격으로 운행하는데 스케줄은 사전 확인이 필요하다.
며칠간 체르마트(Zermatt) 지역을 여행할 계획이라면 셔틀 기차, 시내버스와 케이블카(스키 리프트 제외) 등을 해당 기간 동안 무제한 이용 가능한 피크 패스(Peak Pass)를 구입하는 것이 편리하다. 5일권의 경우 성인 1인당 CHF 310(약 49만 원, 9월 가격이며 계절별로 다름)이다.
세계 최초의 완전 전기 톱니바퀴 열차이며 유럽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는 산악열차를 타고, 고르너그라트 기차역(Gornergrat Bahn)에서 9.4 km를 달려 고르너그라트(해발 3,089 m) 전망대에 도착한다. 스위스 최고 봉우리 두푸르스피체(Dufourspitze, 4,634m)가 있는 몬테 로사(Monte Rosa), 알프스에서 두 번째로 큰 빙하 고르너 빙하(Gorner Glacier) 그리고 4,000 m 이상의 산 29개가 보이는 파노라마 전망이 펼쳐진다(출처: https://www.zermatt.ch).
열차를 타고 산을 오르는 중에 석양을 뒤로한 채 빛나고 있는 마테호른을 마주한다. 빙하도 바로 옆을 스친다. 그림에서 보던 마테호른과 고르너 빙하가 내 옆에 나란히 자리한다.
정상에는 독특한 모양의 천문대 겸 호텔(3100 Kulmhotel Gornergrat)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삭막하기 그지없는 이곳에 서있는 이 비싼 호텔은 오로지 빙하와 마테호른 덕택에 존재하는 것이다. 독특한 자연이나 문화유산은 다양한 관련 산업을 일으키고 국가경제에 도움을 주며 수많은 일자리를 창출한다.
아침에 떠오르는 태양의 햇살을 맞아 황금빛으로 빛나는 골든 호른을 잠시 만나기 위해, 가까이서 눈 덮인 빙하를 감상하기 위해 전 세계의 수많은 사람들이 이 간단하지 않은 길을 기꺼이 선택한다. 그 안에 우리도 있다. 관광산업의 위력이다.
주변의 삭막함과는 달리 호텔은 아늑하고 세련되고 편안하다. 객실 현관문을 비롯해 중문, 욕실 등의 문과 침대, 가구들이 모두 천연목으로 제작되어 신선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타원형 객실의 모든 면에 둥그런 창문이 설치되어 마테호른과 빙하와 하늘을 눈높이 그대로 침실에 들여놓는다. 우리의 휴식공간 이름은 ‘몬테로사(Monte Rosa with Matterhorn View),’ 이곳을 둘러싼 빙하의 이름을 바로 사용한 아름다운 객실이다.
아내의 두통이 심하다. 고산병이 아니길 바란다. 저녁 10시, 호텔 주변은 칠흑처럼 어둡다. 가까이 빙하의 흐릿한 윤곽이 하늘 끝에 닿아 있고, 저 아래 종착역의 불빛만 유일하다. 하늘을 올려다본 순간, 쏟아지는 별들과 길게 흐르는 하얀 은하수가 언제 인지 모르는 어린 시절로 나를 이끈다. 이렇게 맑은 별들이 한자리에서 화려하게 반짝이는 모습을, 스위스 마테호른과 빙하와 함께 감상한다.
새벽 5시 즈음 잠에서 깨 7시부터는 마테호른과 시선을 맞춘 채 대기 중, 연한 붉은빛을 띠기 시작하는 하늘이 보인다. 이 마테호른 꼭대기로 황금햇살이 한 뼘씩 퍼져 나가더니 진한 오렌지 빛 마테호른과 주변 바위산의 모습은 세상사람들이 그리워하는 얼굴 그대로를 보여준다.
‘건강을 잃으면 모든 것을 잃는다’고 누구나 언제나 말을 한다. 그러나 내가 겪기 전에는 남의 이야기일 뿐이다. 이른 아침 황금빛 마테호른을 만난 후 결국 염려가 현실이 된다. 아내의 극심한 두통은 구토로 이어지고, 종일 창밖으로 보이는 마테호른과 빙하의 위로를 받으며 침대와 한 몸이 되어있다.
체르마트에 내려가 구해온 고산증 약품을 복용하고 물한 모금 넘길 수 없던 고통 속에서 다행히 조금 벗어난 것 같다. 젊은 시절 몽블랑(Mont Blanc)과 융프라우요흐(Jungfraujoch) 여행도 무사해서, 고산증 대비(참조: https://brunch.co.kr/@kyros/8)에 소홀한 것이 큰 화근이었다.
컨디션이 조금 회복되고 나서야 독특한 호텔 모습을 둘러보는 아내와 함께 아담한 예배당(Bernhard von Aosta Chapel)에도 들어가 본다.
마테호른의 일출, 고르너 빙하와 호수 주변 트레킹 여행객을 실어 나르는 산악기차가 분주히 오간다. 햇살이 찬란한 산 정상 주변은 사진 찍는 사람들로 북적이고, 오후에는 밴드음악과 박수소리가 요란하니 연주회가 있는 모양이다.
이토록 아름답고 신비한 자연 속에 머물며 그 귀한 황금빛 ‘골든 호른’을 만날 수 있도록 맑은 날씨를 허락하심에 감사한다. 날씨선물이 아니면 불가능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