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시아 속초'가 건넨 선물은 '영감' 그리고 '새삼'이다.
'카시아 속초'는 반얀트리 그룹의 호텔 앤 리조트이다.
현재 시점에서 5성급으로, 오픈한 지 얼마 안 된 신축호텔이다.
한옥도 아니고, 특이한 펜션도 아니고 그냥 신축 호텔일 뿐인데,
세련된 감각이나 럭셔리, 그 지역의 특성도 아닌 '영감'과 '새삼'을 선물로 얻었다니.
도대체 왜 하필, 나는 그곳에서 '영감'과 '새삼'을 느낀 걸까.
'카시아 속초'에 도착했을 때, 외경을 보자마자 감탄이 터져 나왔다.
흔하지 않은 조형미에 웅장함이 느껴졌다. 한편으론, 용산의 드래곤시티(호텔 이비스와 노보텔)와 비슷한 것 같기도 했다. 색다름과 익숙함이 공존했다.
화이트톤의 건축물은 마알간 하늘의 배경과 잘 어울렸다. 내가 간 날은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이어서 그랬는지 마치 구름처럼 보이기도 했다.
카시아 속초는 지하 2층부터 지상 26층까지 있으며, 717 객실 모두 오션뷰에 다양한 부대시설이 마련되어 있다고 한다. 연면적 3.6만 평 규모 역대급 스케일로 건물은 A동, B동, C동으로 나뉘어 있었다. 이 세 개의 타워는 두 개의 브릿지로 서로 연결되어 있었는데, 그 모습이 마치 그림 같았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용산의 드래곤시티가 생각나기도 했고, 스쳐 지나가며 봤던 브릿지가 있는 건물들이 떠올랐다. 많이 본 건 두 개의 건물을 연결한 브릿지였는데, 세 개의 건물을 브릿지 두 개로 연결한 건 거의 본 적이 없어서 카시아 속초의 외경이 더욱 색다르게 보였다.
색다르게 보인 부분은 그뿐만이 아니었다. '선'이었다. 카시아 속초는 '선'을 잘 활용한 것 같았다. 특히 곡선이 돋보이는 건축물이었다. 정직한 사각형에 가까운 형태만 많이 보다가 타원형과 곡선투성이인 건축물을 보니 흥미로웠다. 첫인상부터 범상치 않은 특이함에 나의 뇌가 자극받는 느낌이 들었다.
호텔 건물을 보는 게 아니라 예술작품을 본 것 같았다.
아래에 적을 내용인데, 외경뿐만 아니라 내부도 매우 특이했다. 호텔 안에 들어와 있는 게 아니라, 예술작품 안에 들어와 있는 듯했다. 정확히는 예술작품 같았던 호텔의 외경에서 연장선으로 그 작품 안에 쏙 들어간 기분이었다. 전시회를 관람할 때 이따금씩 판타지 드라마처럼 이런 예술작품 안에 들어가면 어떤 기분일까, 한 번 그 기분을 경험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그걸 이룬 기분이었다. 그 정도로 전체적인 분위기부터 컨셉, 인테리어, 오브제 모두가 '예술'이었다.
내게 이 정도로 예술로써 다가오는 데엔 이유가 있을 테다. 괜히 그럴 리 없을 거라 여긴 나는 집에 돌아와 호털사이트에 검색해 봤다.
알고 보니 디자인 잡지 ‘월페이퍼’가 선정한 주목해야 할 세계 건축가 20인에 속하는 김찬중 건축가가 디자인했다고 한다.
더구나 독특한 조형미에 반했던 외경은 library city 컨셉으로 책에서 모티브를 얻어 세 권의 책이 세워져 있는 듯한 모습을 표현했다고 한다.
덧붙여서, 내 눈에는 타원형의 건물은 모서리가 둥근 책의 기둥으로, 옆에 사각형은 책표지로 보였다.
아래에서 나오지만 옥상에 올라가면 타원형이 교차되어 있는 걸 볼 수 있었는데, 이것이 브릿지와 연결되어 책이 펼쳐진 상태로 세워져 있는 모습이 연상되었다. 나중에 홈페이지를 통해 위에서 내려다본 카시아 속초의 건물을 확인해 보니 더욱 그래 보였다. 건물의 무엇 하나 버릴 게 없는 조형미였다.
이 호텔의 특징은 독특함, 특이함이었다. 즉 바꿔 이야기하면, 특별하다는 의미이다.
그 특별함이 이곳의 스토리를 알게 되니 더욱 배가 되어 느껴졌다.
다른 컨셉도 아닌, library cith 컨셉이라니.
인기 관광지 또는 휴양지인 만큼 동적인 지역과 반대되는 성격인 정적인 컨셉에 도전할 생각을 했을까. 기발함과 도전정신에 박수를 쳐주고 싶었다. 무엇보다 이 컨셉이 무척 마음에 들었다. 활기찬 이 지역에서 독서를 즐기는 휴양객의 모습을 상상해 본 적도 없었고, 이를 바탕으로 책을 표현하는 호텔이 존재할 거란 생각도 해본 적이 없다. 개인적으로 이 컨셉이 새로운 트렌드가 되었으면 좋겠다. 사실 이런 트렌드가 없는 건 아니지만, 지금보다 더 급부상하여 챌린지도 많은 인기 트렌드가 되길 바란다.
낮의 외경도 멋지지만, 밤의 외경도 정말 멋지다. 낮과 밤의 매력이 매우 다르고 둘 다 매혹적이었다.
세 개의 타워가 브릿지로 연결되어 있고, 타워 옆에는 엘리베이터가 오르락내리락하는 게 보였다. 그 엘리베이터는 바깥풍경이 보이는 투명 엘리베이터라서 엘리베이터의 조명이 밖에서 보였다. 더구나 양쪽의 엘리베이터가 서로 교차되어 지나가니 영화 속 한 장면 같았다.
어찌나 인상적이었는지, 결국 함께 온 그 사람에게 실없는 소리를 했다.
"저거 봐. 엘리베이터 조명보여? 움직이는 것도 보여? 드라마나 영화 같아."
"그러게"
"저런 엘리베이터가 옛날 드라마나 영화에서 잘 나왔었는데. 꼭 그러잖아. 저런 엘리베이터가 교차되면서 지나가면 반대편 엘리베이터에 있는 내 애인의 불륜 현장을 목격하거나 남녀 주인공이 서로 엇갈리는 거로 나오잖아."
내 말에 그는 익숙해하면서도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
또 하나 인상적이었던 건, 브릿지 하단에 있는 미디어파사드였다.
보통 브릿지 하단까지 신경 쓰지 않는데, 김찬중 건축가는 그 부분까지 놓치지 않았다.
지나가는 사람들이나 방문하는 사람들이 야경을 보기 위해 위를 올려다볼 것을 예상하고 세심하게 신경 쓴 듯했다. 그것도 보기 좋은 아무거나 넣은 게 아니라, 주변의 풍경과 잘 어울리는 바다가 일렁이는 듯한 영상과 푸른빛의 조명을 넣었다.
이렇게까지 세심한 분이라니. 그 순간, 문득 그 건축가가 어떤 사람인지 궁금했다.
호텔로비는 4층에 있었다. 주차장에 차를 주차한 뒤, 4층으로 올라가니 넓은 로비와 풍경이 훤히 보이는 통창, 창가마다 있는 테이블과 소파가 눈에 들어왔다.
통창을 통해 밖을 바라보니, 기다란 수영이 눈에 들어왔는데 바다를 바라보고 있었다. 모 호텔의 수영장처럼 바다와 수영장이 이어진 듯한 느낌이 들었다. 수영장뿐만 아니라 스파도 있다고 하는데, 우리는 갑자기 온 거라서 수영과 스파는 다음을 기약했다.
통유리로 바다가 쭈욱- 보이니, 안 그래도 넓은 로비가 더욱 시원하게 탁 트인 느낌이 들었다. 창가마다 비치된 테이블과 소파는 보기만 해도 편안함과 안락함이 느껴졌다.
나중에 포털사이트에서 찾아보니, 로비가 포함된 4층부터 6층까지는 유람선의 선실부, 주차장부터 3층까지는 유람선의 본체를 표현했다고 한다. 그리고 주차장은 유람선 내부를 표현했다고 한다. 그러나 내 눈을 사로잡았던 건 따로 있었다.
객실복도였다.
엘리베이터를 타면서 바깥 구경을 하고, 배정받은 21층에 내리니 비현실적인 광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각층의 복도들이 한눈에 보였는데, 화이트의 벽면과 위에서부터 아래로 쭉 뻗어나간 빨간색의 파이프가 눈에 들어왔다. 여기에 모서리가 곡선으로 되어 있어서 예술작품을 보는 듯했다. 뒤에 보이는 짙은 우드톤의 문과 투박하게 붙여있는 숫자까지 하나의 작품 같았다.
특히 화이트의 벽면 위로 쭉 뻗은 빨간색의 파이프가 인상적이었는데, 봐도 봐도 질리지 않는 인테리어였다. 어찌 보면 빨간색 파이프가 붉은 선으로 보이기도 했다.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언젠가 전시회에서 본 작품과 비슷한 것 같아서 마치 작품 속 안에 들어온 것 같았다. 앞에 보이는 광경이 현실이 아니라 비현실적으로 보였다.
한편으로는 (한 번도 가본 적은 없지만) 유럽에 온 것 같기도 했다.
건물을 관통하는 중정이 있었는데, 식당이 있는 층과 객실층이 나뉘어 있었다. 그래서 밑에서 음식냄새가 객실층까지 올라오지 않았다. 이런 점까지 염두하고 중간에 유리로 막은 거라면, 진짜 세심하다고 박수 쳐주고 싶었다.
작품 같은 복도 풍경에 신이 난 나머지 같이 간 그 사람에게 사진을 찍어주겠다며 호들갑을 떨었다. 멀리서 포즈를 취하기도 하고, 아래를 바라보는 척하는 그를 사진에 담았다. 사진에 담긴 그와 복도 풍경은 마치 영화 속 한 장면 같았다.
영화나 드라마 촬영현장으로도 손색이 없을 듯했으며, 화가나 사진작가가 와서 자신만의 작품 스타일로 표현해도 좋을 것 같았다.
나중에 알고 보니, 빨간색 파이프는 별을 표현했다고 한다. 천장에서 비치는 별들이 중정을 통해 아래로 떨어지는 듯한 모습을 빨간색 파이프로 시각화하였다고 하는데, 의미를 알고 사진을 보니 더욱 예술작품처럼 보였다. 지금 생각해도 그때 그곳의 복도와 중정의 모습은 비현실적인, 꿈같은 광경이었다.
객실에 들어서니 긴 현관이 나왔다. 다른 호텔과 다르게 이 호텔은 객실 현관이 길고 ㄱ자로, 룸과 현관이 분리되어 좋았다. 전체적으로 정갈하고, 담백한 분위기였다. 우드톤에 맞춰서 그림과 카펫의 컬러가 옐로우였다. 화장실도 우드톤이 돋보였고, 샤워실과 분리되어 있었다. 한켠에는 주방과 테이블이 있었고, 창가에는 소파와 미니테이블이 있었다. 침대 뒤에는 미니 드레스룸이 있었다. 미니였지만, 이곳에 옷들을 걸어놓고 화장하는 등 외출준비 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크기였다.
창가를 마주 보는 쪽에는 침대, 소파와 테이블, 자쿠지가 있었다. 모두 통창을 통해 바다를 감상하기 좋은 방향으로 배치되어 있었다. 흥미로웠던 점은 창가에 있던 소파, 객실 안에 있는 자쿠지, 창과 마주 본 위치에 있었던 큰 소파, 침대까지 각각 어디서 보냐에 따라 바다뷰가 조금씩 다르게 보였다.
다음에는 시간여유가 충분한 상태에서 방문하여 호텔의 부대시설들도 이용하고, 객실 안에서 바다를 보며 반신욕도 하고 싶다.
객실에서 본 바다뷰는 지금도 잊히지 않는다. 하늘빛의 바다와 짙은 푸른빛의 두 바다를 한 번에 볼 수 있었고, 푸른 숲도 함께 볼 수 있었다. 무엇보다 고층에서 본 바다라는 점 그리고 하나의 바다도 아닌, 두 바다를 한 눈에 담을 수 있다는 점이 특별했다.
사실 바다뷰는 시티뷰와 다르게 저층이나 고층이나 비슷할 거라고 생각했다. 별 감흥이 느껴지지 않을 줄 알았다. 그러나 고층에서 바다를 내려다본 순간 그 편견이 싹 사라졌다.
바다가 더욱 깊고, 넓어 보였고 더 시원해 보였다. 마치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듯했다.
바다의 야경도 매우 인상적이었는데, 특히 저 멀리 보이던 관람차의 불빛이 좋았다.
매우 애정하는 바다의 모습을 또 다른 시선에서 바라본 순간은 내 별 주머니 속에서 오래오래 빛날 것 같다.
옥상에 올라가니, 루프탑바가 있었다. 마찬가지로 시간상의 이유로 이용하지 못했지만, 다음에는 꼭 고층에서의 바다뷰를 보며 그와 술 한잔과 진솔한 대화를 나누고 싶다.
바 외에 하늘과 바다와 함께 휴식을 즐길 수 있는 공간과 간단한 운동기구들도 마련되어 있었다.
하늘이 가까이 느껴지고, 구름은 팔을 뻗으면 손에 닿을 것만 같고 바다는 내려다보이니 마치 천국에 있는 듯했다. 기둥 위로 타원형이 펼쳐진 모습은 신전이 연상되었다.
객실의 복도를 마주했을 때처럼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
부대시설은 여기에 다 담을 수 없지만, 매우 다양하게 마련되어 있었다. 키즈카페, 북카페, 스파, 수영장, 노천탕, 사우나, 편의점, 레스토랑, 루프탑바 등 없는 게 없어서 모든 것을 누리기엔 1박으로는 부족해 보였다.
특히 수영장의 야경이 인상적이었다. 조명에 의해 물이 일렁이는 것처럼 보였는데, 바다와 이어지는 시각적인 효과를 가진 수영장인만큼 바다에서 파도치는 것 같았다.
두 번째로 인상적이었던 점은 저층의 중정에 있던 식물이었다. 매우 긴 원기둥 위에 푸릇푸릇한 식물이 있었는데, 독특하고 감각적이었다. 호텔의 중정과도 조화로웠다.
이 밖에도 건물 곳곳에는 감각적인 오브제들이 있었고, 호텔 컨셉과 어울리는 책들이 비치되어 있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곳에 있는 동안 뇌가 말랑말랑 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곳곳에는 나의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것들이 존재했다. 조형미와 인테리어, 조명 등 모두 예술작품으로 보였다. 발 닿는 곳마다, 시선이 닿는 곳마다 '예술'이었다. 무심결에라도 '예술'을 접하니 내 안의 영감이 살아 움직이는 듯했다. 평소 '예술'과 거리가 먼 사람도 이곳에 오면 예술적인 감각이 툭, 툭 건드려지지 않을까.
특별하든, 특별하지 않든 내 안의 '영감'이 살아 움직이는 걸 느끼면서 그동안의 나를 되돌아봤다.
그리고 이처럼 내게 선물을 주는 장소를 만날 때마다 느꼈던 부분이지만 또, '새삼' 느꼈다.
찰나의 순간이라도 내게 좋은 곳을 만나면, 난 늘 살아있음을 느꼈다.
내 안의 감각, 감정이 건드려지는 기분을 느꼈다. 특별하거나 천재적이지 않더라도 '영감'을 얻었다.
그곳이 선물로 준 '영감'과 '새삼'은 무기력해 있던 내게 의욕을 심어줬고, 무의미하게 여기려는 내게 의미부여를 인식시켜 줬다.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기대하지도 않았던 시기에 뜻밖의 선물을 받았다.
또, 다시 있는 힘껏 몸을 일으켜 세웠다. 그리고 앞으로 발을 내디뎠다.
+ 아쉬운 점
객실층이 중정으로 관통하고 있는데, 루프탑바와도 연결되어 있어서 음악 소리가 객실 안까지 다 들렸다. 영업마감시간인 2시까지 들렸다. 아침에도 들림....
우리는 프리미어킹 룸에서 묵어서 매우 넓게 지낼 수 있었지만, 다른 숙박객들의 평을 보면 일반객실은 가격대비 좁아 보였다.
(개인적인 취향이지만) 객실의 커튼이 전동커튼이었다면 호텔의 특장점인 통창과 바다뷰가 더 돋보였을 듯하다. 들어서자마자 커튼이 열리면서 바다뷰가 시원하게 보였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
(자료 참고 : 카시아 속초 홈페이지, 네이버 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