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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레인 Nov 24. 2023

언제나 딱 그만큼의 돈이 있었다.

대표님은 이 달에만 두 명이나 나갔다고 서운해하시지만
우리 회사 직원 수는 7 명 정도가 딱 적당해.

김대리도 몇 년 있어봐서 알겠지만,
10명 넘어가면 사람들이 알아서 다 떨어져 나가잖아.
그릇이 딱 고만큼인 거라고.


은영은 이사님과의 산책 시간이 좋았다.


옆자리의 이사님은 '지혜롭다'는 표현이 어울리는 분이었다. 아무리 꼬인 상황도 차근차근 풀었다. 화가 난 고객도 그녀와 통화를 하고 나면 묘하게 설득을 당하곤 했다.


그날도 은영은 이사님과 점심을 먹고

커피를 들고서 회사 근처 공원을 돌고 있었다.


돈도 마찬가지야.
그 사람의 크기만큼 유지되지.

어쩌다 더 많이 들어오잖아?
딱 그만큼 나갈 일이 생겨.

아쉬워할 것도 없지.
그게 현재 자신의 그릇일 테니까.


그러고 보니 그렇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학시절도 직장인이 되어서도 그때그때 수준이 달라지긴 했지만 특별히 아끼거나 더 벌려고 하지 않아도 늘 고만한 정도의 돈이 유지되고 있었다.


그러네요. 이사님,
그런 거 같아요.


와, 벌써 10년 전 일이네.



내가 원하는 나의 모습

나의 수준, 나의 재산...


'원하는 나''현재의 나' 사이의 갭을 생각하다

오래전 이사님의 말이 떠올랐다.


문득 은영은

10년 전엔 별 느낌이 없던 문장 하나가

오늘에 와 깊숙이 다가옴을 느꼈다.


'아쉬워할 것도 없지.'


그래, 아쉬울 것도 없는데 말이야...


그게 나인데,

긴 시간을 부인해 왔다.


이건 내 수준이 아니라고

나는 더 많이 벌 것이고

더 많이 훌륭해질 거라고.


지금의 부족하고 못난 나는

진짜 내가 아니라며

바라보지 않고 외면했다.


아쉬움을 넘어 아파서

차마 오래 볼 수 없었다.


그렇게 현재의 나를 부인하며

얼마나 오래 어려운 길을 걸어왔는지,


은영이 분명히 기억하는 것이 있다.

잊지 않으려고 수시로 떠올리는 생각이다.


그것은 바로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주었을 때

진정한 변화가 시작되었다는 것!


조건 없는 자기 사랑


있는 그대로의 자기가 되는 일은

오래 걸리는 작업이었지만

가장 중요한 일이었다.


현재가 밉다고 뚝 잘라 버리고서는

미래로 나아갈 수 없다.


어떤 날은 잔뜩 부풀었다가

어떤 날은 푹 꺼져 자책으로


결핍에 기반한 애씀은

늘 부작용을 가져왔다.


현재를 감싸 안으면

바로 여기서 변화가 시작된다.


사랑에 기반한 움직임은

의지와 동기부여가 필요 없는

자연스러운 노력이었다.





현재의 나는

지금까지의 내가 선택해 온 결과야.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지.


언제 어느 때나

딱 필요한 만큼의 돈이 있었어.


얼마가 있는지는 문제가 아니었어.

돈이 없다는 그 생각을 믿는 게 문제였어.


부족함을 느꼈던 건

배움이 필요했기 때문이야.


그렇게 도망치지 말고

그대로의 나를

바로 보고 인정해 주라고


삶은,

살펴볼 기회를 주고 있었어.


그러고 보니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완벽한 지금이란 생각이 들었다.

돌아보니 고통이라 믿었던 순간도

언제나 고마운 축복이었다.


얼마가 있든,

딱 나의 그릇만큼 필요한 정도로 있는 것이다.

더 많은 것을 원한다면

그릇을 넓히면 되는 것이다.


조급할 것도 불안할 것도 없어.

편안해진 지금이 좋아.


은영의 가슴에 에너지가 차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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