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담화문에서 말하는 방식을 뜯어보면 기괴하다.
(1) 늘공들이 지금까지 관행적으로 유지해오던 의료 구조를 그대로 유지한 채로 할 수 취할 수 있는 방안만을 고집하며, 그것을 가정한 연구만 연구로 취급하려한다. "어떤 연구 방법론에 의하더라도 지금부터 10년 후인 2035년에는 자연 증감분을 고려하고도 최소 1만 명 이상의 의사가 부족하다는 결론은 동일합니다."
(2) 자신의 행정부 조직이 예상하지 못한 행동을 보이는 상대의 행동을 불법으로 단정 짓는다. "지금 전공의들은 50일 가까이 의료 현장을 이탈하여 불법적인 집단행동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3) 그 상대의 의도를 단정 짓는다. "만일 증원에 반대하는 이유가 장래 수입 감소를 걱정하는 것이라면,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현재 우리나라 의사들의 평균 소득은 OECD 국가들 가운데 1위입니다. 20년 후에 의사가 2만 명이 더 늘어서, 수입이 줄어들 것이라는 걱정은 기우에 불과합니다."
(4) 정부와의 일 대 일 소통을 해야 한다고 요구한다. 그리고 이 세상에서 가장 합리적인 집단이 정부인 양, 정부가 듣기에 더 타당하고 합리적인 방안이면 들어주겠다고 말한다. "의료계가 증원 규모를 2천 명에서 줄여야 한다고 주장하려면, 집단행동이 아니라, 확실한 과학적 근거를 가지고 통일된 안을 정부에 제시해야 마땅합니다. 더 타당하고 합리적인 방안을 가져온다면, 얼마든지 논의할 수 있습니다."
맥락을 지우고 발화의 방식만을 살펴보자. 이게 과연 한 나라의 정치 지도자가 말하는 방식인가, 아니면 한 조직의 우두머리가 으름장을 놓기 위해 말하는 방식인가. 나는 솔직히 후자 쪽이라고 생각하는 편이다.
또한 행정부는 불법인지 아닌지 판단하는 주체가 아니다. 불법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사법부가 할 일이다. 행정부의 공식입장인 대통령의 담화문에 불법인지 아닌지, 여부가 확실하지 않은 사안을 두고 불법이라고 단정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은, 그것 자체로 반헌법적이지 않은지 묻고 싶다.
* 본 글은 얼룩소(alook.so)에서 진행하는 프로젝트인 에어북으로 공모하려 했다가, 현재 에어북 공모를 운영중이지 않은 관계로 브런치북으로 제작되었습니다. 그리고 브런치스토리와 얼룩소 사이트에 동시에 올리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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