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늘의 현재학 Jun 21. 2024

대통령 담화문의 기이한 화법

대통령의 담화문에서 말하는 방식을 뜯어보면 기괴하다.


(1) 늘공들이 지금까지 관행적으로 유지해오던 의료 구조를 그대로 유지한 채로 할 수 취할 수 있는 방안만을 고집하며, 그것을 가정한 연구만 연구로 취급하려한다.  "어떤 연구 방법론에 의하더라도 지금부터 10년 후인 2035년에는 자연 증감분을 고려하고도 최소 1만 명 이상의 의사가 부족하다는 결론은 동일합니다."

(2) 자신의 행정부 조직이 예상하지 못한 행동을 보이는 상대의 행동을 불법으로 단정 짓는다. "지금 전공의들은 50일 가까이 의료 현장을 이탈하여 불법적인 집단행동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3) 그 상대의 의도를 단정 짓는다. "만일 증원에 반대하는 이유가 장래 수입 감소를 걱정하는 것이라면,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현재 우리나라 의사들의 평균 소득은 OECD 국가들 가운데 1위입니다. 20년 후에 의사가 2만 명이 더 늘어서, 수입이 줄어들 것이라는 걱정은 기우에 불과합니다."

(4) 정부와의 일 대 일 소통을 해야 한다고 요구한다. 그리고 이 세상에서 가장 합리적인 집단이 정부인 양, 정부가 듣기에 더 타당하고 합리적인 방안이면 들어주겠다고 말한다. "의료계가 증원 규모를 2천 명에서 줄여야 한다고 주장하려면, 집단행동이 아니라, 확실한 과학적 근거를 가지고 통일된 안을 정부에 제시해야 마땅합니다. 더 타당하고 합리적인 방안을 가져온다면, 얼마든지 논의할 수 있습니다."


맥락을 지우고 발화의 방식만을 살펴보자. 이게 과연 한 나라의 정치 지도자가 말하는 방식인가, 아니면 한 조직의 우두머리가 으름장을 놓기 위해 말하는 방식인가. 나는 솔직히 후자 쪽이라고 생각하는 편이다.


또한 행정부는 불법인지 아닌지 판단하는 주체가 아니다. 불법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사법부가 할 일이다. 행정부의 공식입장인 대통령의 담화문에 불법인지 아닌지, 여부가 확실하지 않은 사안을 두고 불법이라고 단정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은, 그것 자체로 반헌법적이지 않은지 묻고 싶다.




* 본 글은 얼룩소(alook.so)에서 진행하는 프로젝트인 에어북으로 공모하려 했다가, 현재 에어북 공모를 운영중이지 않은 관계로 브런치북으로 제작되었습니다. 그리고 브런치스토리와 얼룩소 사이트에 동시에 올리게 되었습니다.

- 얼룩소 원글 링크: https://alook.so/posts/WLtJDEp

이전 01화 구조적 사유의 부재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