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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불혹 1부 1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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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국현 Sep 17. 2023

불혹 13. 총알

<부동산소재소설 1부>

         1     


         호영이는 3년 선배인 윤희로 의원과 L 호텔의 일식당에서 점심을 먹는 중이다. 웃을 때 얼굴의 관중이 깊게 보이며 턱이 두 턱으로 살집이 있는 얼굴이다. 윤의원은 대학 선배로 학창 시절, 군사독재 타도를 외치고 다닐 때 핵심 인물 중의 한 사람이다. 윤의원은 대학 3학년 때 총학생회 회장으로 당선되었고, 전국대학생연합회의 핵심 인물이었다. 윤의원은 대중 연설을 잘했다. 그가 붉은색의 두루마기를 입고서 광장에서 모인 학생들을 향해 목소리를 높이면, 같은 또래의 젊은이들 가슴에는 뭔지 알 수 없는 뜨거운 분노가 육체를 뚫고 나왔다. 밖으로 나온 영혼은 과격한 시위의 선두에서 몸을 불살랐고, 그들은 기꺼이 민주투사가 되었다. 학창 시절에는 호영이는 윤의원과 접촉할만한 공통점이 없었다. 윤의원은 대학입학 하면서부터 공부보다는 학생 운동에 전념하였다. 그러다가 강제로 군대에 끌려갔다. 그리고 복학하여 학생회장이 된 것이다. 호영이는 학생 운동은 비현실적인 행위로 판단하여 전혀 관심이 없었다. 특히 데모하는 친구들이 외치는 ‘결사반대’라는 구호가 맘에 안 들었다. ‘결사’는 죽음을 각오하고 반대한다는 의미인데, 최루탄 한 방이면 다들 뿔뿔이 흩어지는 모습을 보고 이율배반적인 행동으로 받아들였다. 그러던 어느 날 젊은 윤의원이 고시 공부하는 법대생들을 찾아왔고, 즉석에서 토론이 벌어졌다. ‘정의가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군사독재에 대해 적극적 저항을 할 때이며 수동적 저항은 젊은이로서는 치욕으로 표현하였다. 제도권의 입신양명을 꿈꾸는 고시생의 선택을 비난하고, 이들을 ‘어용 학생’으로 평가하는 것에 화가 난 호영이와 격한 말다툼을 하였다. 비난하는 자와 그 비난을 받을 수 없다는 두 젊은이의 논쟁이었다. 대중 연설은 잘했지만, 개별 논쟁에서 젊은 윤의원은 호영에게 판정패를 당했다. 소문은 삽시간에 학교에 퍼졌다. 그렇게 학생 운동을 이끌던 윤희로는 집시법 위반으로 구속되어 교도소에 있다가, 출소하면서 바로 정치권에 입문, 보좌관 생활하다가 지금은 4선 위원이다.

         “대검 중수부로 발령받았다고 했지?”

         “네, 그렇습니다. 의원님이 물 밑에서 힘써 주신 덕입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합니다.”

         “부탁은 내가 해야지, 우리가 이번 대선에서 졌기 때문에, 정권 초기에는 바짝 엎드려 있어야 한다. 지금은 그럴 때야, 자네하고 나하고 만나서 밥 먹고 다니는 것도 조심해야지, 박 부장하고 나하고의 관계를 저쪽에서 알아서 좋을 것이 별로 없다. 학교 선후배로 다 알지만···, 숨기고 있어야 해. 힘 있는 박 부장이 날 많이 도와주시게, 그리고 둘이 있을 때는 호칭을 편하게 하자고”

         “네, 알겠습니다. 그리고 이번에 형님이 쓰실 총알은 20개 맞추어 정리하였습니다. 편하게 쓰시면 됩니다.”

         “총알은 누가 준비한 건가? 이번에도 아우님 친구 그 사람인가?”

         “그 친구는 형님 움직이는데 그림자처럼 움직일 친구입니다. 머리 좋은 친구입니다. 평생 곁을 안 주어도 형님에게 불만을 가질 친구가 아닙니다. 그렇게 하기로 저하고 역할 분담했습니다. 형님 곁에서 총을 쏘는 역할은 제가하고, 그 친구는 그림자처럼 총알을 조달하기로”

         “그러면 안 되지, 예의가 아니야, 근처에 있을 것 같은데, 오라고 해, 밥시간인데, 같이 밥이나 먹자” 

         “네, 혹시 몰라서 연락은 해 놓았습니다. 지금 1층 로비에서 커피 마시고 있을 것입니다.”

         태현이는 23층 일식당으로 들어왔다. 종업원이 안쪽에 있는 방으로 안내한다. 문을 열고 윤희로 의원하고 눈이 마주친다. 있는 듯 없는 듯 그런 미소로, 윤의원의 눈빛을 피하지 않고 방에 들어선다. 

         “정태현입니다.”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목소리이다. 그 목소리를 듣고 윤희로 의원이 웃는다. 

         “박 검사에게 들은 대로, 카리스마가 목소리에 숨어 있는 친구로구먼, 잘 부탁합니다. 윤희로입니다.”

         사람을 끌어들이는 정치 기술에 대해 태현이가 자연스럽게 물어보았고, 윤의원이 이야기하는 것을 두 사람은 주로 들었다. 

         “도덕이라고 하는 그런 언어는 주로 감정적인 언어이므로 주관적 판단에 의존하는 거야. 객관성이라고 하는 것은 애초 싹트지 않는 것인데, 우리 사람들은 객관성을 가지고 있다고 공유하고 가치를 부여하는 것이지. 대학에 입학하고, 운동 circle에 들어가서 철학책을 읽었지. 책을 좋아해서 닥치는 대로 읽었지, 그때 읽었던 책 중의 하나였는데···, 제목이 기억이 나지 않아. 내용은 대충 이래 ‘유대인은 전 유럽에 퍼져 살고 있었다. 그렇게 광범위하게 퍼져 사는 유대인을 나치는 어떻게 600만 명이나 죽일 수 있었을까? 이유는 하나이다. 전 유럽인이 하나 된 마음으로 나치의 전략에 따랐기 때문이라는 것이지. 유대인과 반 유대인으로 ’편 가르기‘ 한 것이다. 아돌프 히틀러는 유대인이 유럽인들의 인성과 활동에 위협하는 존재, 인류의 문명을 썩게 만드는 사회적 기생충, 해충, 세계 여러 나라에 퍼져 살면서 그 나라를 썩게 만드는 바이러스로 정의하고 죽이라고 한 것이다. 기생충을 죽이면서 양심의 가책을 받아야 하나? 바퀴벌레 죽이고서 살인을 하였다고 신에게 용서를 빌어야 하나? 유대인을 사람들 마음에 그런 존재로 만들어 놓은 것이 아돌프 히틀러의 연설이야. 그 책을 읽고, 그때 깨달았지, 인류의 역사는 한 사람의 대중 연설로 시작한다는 것을···,” 윤의원이 호흡을 가다듬고 태현이를 본다.

         태현이는 허리를 반듯하게 세우고 존경의 눈빛을 보내지만 비굴하지 않은 당당한 자세로 윤의원의 눈을 마주 본다. 눈빛에 담겨있는 사람 마음을 읽는 사람이라 생각한다. 최대한 정중하게 그러나 약한 자의 눈빛이 되면 안 된다. 

         “내 연설에 취해서 거리로 뛰어가는 사람들을 보면서 내가 세상을 지배할 정복자가 될 수 있다는 그런 착각을 하던 시절이다. 그리고 역사 공부를 좀 했지, 인류의 역사는 반복이었다는 확신이 들더군, 연설은 네 편과 내 편을 가르기에 아주 좋은 도구이지, 정치는 한마디로 연설이야. 내 편에게 행동 지침을 내려주는 메시지, 청중에게 집단 히스테리를 만들어 주면 대한민국에서는 성공한 정치인이 모습이다. 김구, 이승만, 박정희, 김영삼, 김대중의 연설 자료를 구해서 반복해서 읽어보고 연구했지, 다른 나라에서 성공한 정치인들도 보았다. 넬슨 만델라, 링컨, 간디, 처칠 등등 말 한마디로 세상을 지배한 사람들이다. 다 비슷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허공을 가르는 연설이 군중들에게 화살이 되어 날아가는 것이지. 정치가는 바로 연설가이다. 연설을 못 하면 정치에 소질이 없는 것이지. 지금 여의도를 봐, 그냥 자기 밥그릇 챙기기 바쁜 놈들이 모여있는 한심한 곳이다.”

         “가르침을 주시는 말씀, 감사합니다.”

         “이번 정부가 출범하면서 교수하다가 장관으로 발탁된 이상종이 있잖아. 대기업을 상대로 재벌개혁 한다면서 ‘정의 구현 연대’ 통해 떠들던 친구, 그 친구의 상징이 20년 된 양복과 신발이잖아. 헤어지면 기워서 입고, 밑창 갈아서 신고, 그런 행위도 네 편 내 편 나누는 전략이지. 조금 유치하기는 하지만, 그런 유치함이 있어서, 이번 정부에서 발탁이 된 것이지, 국민을 네 편 내 편으로 나누기에 아주 좋거든, 내가 입수한 정보에 의하면 그 친구가 부동산이 상당히 많더군, 아파트가 4채라고 하고, 현금 보유액도 꽤 되더라고, 재벌개혁 한다는 그 친구, 본인이 재벌로 사는 사람이야, 아마 국민은 그런 실제 모습을 봐도 그 사람을 믿을 것이다. 왜···? 그게 객관성이 전혀 없는 주관적 도덕이라고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의원님, 제가 한 말씀 드리겠습니다. 권력은 명령과 복종 두 가지로 구분하는 것이라 알고 있습니다. 명령하는 힘에 있을 것인지, 복종하는 힘에 있을 것인지, 혹자는 복종은 힘이 아니라고 합니다만, 저는 복종하는 힘도 하나의 힘이라고 해석합니다. 바람에 복종하지 않으면 부러져 죽는 것이고, 바람에 복종하면 살아남는 것입니다. 저는 살아남는 힘이 진짜 힘이라고 봅니다. 저는 그런 힘을 ‘돈’에서 찾았습니다.”

         “욕심인가? 욕망인가?”

         “둘 다 아닙니다. 하지만 하나를 선택하라고 하면 욕망에 가까울 것입니다. 인생을 재미있게 살고 싶다는 욕망입니다. 돈은 평생 쓰면서 살아도 될 정도로 벌었습니다. ‘색즉시공’이라 하였습니다. 우리가 보고 느끼고 아는 모든 것은 허상일 수 있습니다. 사막의 신기루처럼 사라지는 것이 인생이라면 미련 없이 놀다 가고 싶습니다.”

         “의외로군, 정 대표와 내가 닮은 구석이 있네, 

         “총알을 만드는 사람으로 한 말씀 드리겠습니다. 가능하면 총알은 제가 독점 공급하고자 합니다. 경제학에 Hold Up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정치에서 이를 적용할 때 좀 더 신중하게 생각하여야 합니다. 여기저기서 총알을 받다가는 예상하지 않았던 총알 한 방에 심장은 멈춥니다. 정치는 잘 모릅니다만, 총알은 잘 알고 있습니다. 설계는 다 끝났습니다. 허공을 향해 가는 총알의 방향은 박 검사가 잡을 것입니다.”

         간단한 식사 자리로 시작하였는데, 술이 방으로 들어간다. 오후 일정이 모두 취소되었다.     


         2 


         노재호 본부장은 처음으로 인생을 걸고 일한다는 느낌이 무엇인지 알았다. 자기가 정한 원칙을 깬 것이다. 보통 수의계약은 분양금액의 80% 정도에서 이루어진다. 이것도 사업 종료되는 시점에 가능한 것이다. 사업 종료가 아직 남았는데, 수의계약으로 처리하기 위해서는 모험을 해야 하였다. 악성 하자 물건으로 만들어서 본인의 전결로 수의계약을 진행하였다. 공중에 고압선이 지나가는 것도 하자이지만, 지질 조사하여 보니 암반이 발견되어 토목공사비용이 일반 다른 토지에 비해 7배가 많은 것으로 서류를 만들었다. 그 서류 작업은 태현이가 소개한 ㈜동인엔지니어링에서 수행하였다. 암반이 일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암반의 재질과 크기에 대해서는 조사자료를 일부 수정한 것이다. 그렇게 해서 정상적인 토지 분양가격의 30%에 처리하였다. 박호영이 지시한 대로 직접 커피를 타서 정태현에게 준 것이다. 

         수의계약이 이루어지고, 3일이 지난 토요일 오전에 광화문 K 호텔을 찾았다. 문자에 찍힌 차량 옆에 주차하고 사우나가 있는 8층으로 올라갔다. 호텔 사우나를 대낮에 와보기는 처음이다. 외국인 두 명이 샤워하고 있고, 물이 담겨있는 온탕이 중앙에 보이고, 그 안에 태현이와 형기가 물속에 앉아있다. 태현이가 손으로 들어오라는 신호를 보낸다. 온탕은 온통 금빛이다. 도금인지 뭔지 모르겠지만 번쩍번쩍 빛나는 욕조이다. 물속에 들어간다.

         “부장님, 지난번 감사하였습니다. 그리고 여기는 저하고 같이 일하는 친구입니다. 자, 커피값 받으셔야 하니 사우나 키 주시지요?”

         사우나 키를 받은 형기는 물에서 일어난다. 물이 떨어지는 형기 왼쪽 가슴에 문신이 그려져 있다. 그 모습을 재호가 바라본다. 적당한 크기의 문신이 왼쪽 가슴을 덮고 있다. 다리가 3개 있는 까마귀이다. 삼족오라는 전설 속의 새이다. 빨간 태양을 입에 물고 있다. 가볍게 인사를 하고 밖으로 나간다. 군더더기 없는 탄탄한 몸이다. 상체 여기저기에 흉터가 보인다.

         “부장님, 여기 처음인가요?”

         “호텔 사우나는 좀 부담스러워서, 오늘 처음 와보네요.”

         “저는 한 달에 두 번 정도 옵니다. 가끔 낮잠 자고 싶을 때 옵니다. 마사지 룸이 있고, 따로 수면실도 있습니다.”

         “네, 사업하는 분이라 역시 다르네요.”

         “저는 여기를 이 물 때문에 옵니다. 빛에 반사되어 금빛으로 번쩍이는 물이 맘에 듭니다. 마치 옛날 중국의 황제가 된 느낌입니다. 광화문을 바라보면서 금빛이 출렁이는 물속에서 발가벗고 앉아있는 느낌이 나쁘지 않습니다. 앞으로 자주 같이 사우나 합시다. 지난번 커피는 다시 한번 감사합니다. 커피값은 골프 백으로 드립니다. 자 나가시죠?”

         밖으로 나와서 가운을 걸치고, 호텔 직원이 마사지실로 안내한다. 거기에는 형기가 마사지를 받으면서 누워있다. 입구 옆에 조그마한 바구니가 있고, 거기에 사우나 키가 두 개 있다. 그중에 하나는 노재호 옷장 키이다. 

         3시간 뒤에 노재호는 자기 차의 트렁크를 열어본다. 골프 백이 실려있다. 살짝 열어보니 5만 원 현금다발이다. 2억 원이다.    

 

              


         태현이는 사업 현장이 늘어나기 시작하였다. 강일지구에 6층 상가건물, 소하지구에 7층 상가건물, 김포신도시에는 5층짜리 상가건물과 10층짜리 상가건물, 인천 논현지구에서 18층의 오피스텔, 그리고 발산지구에서 2개의 필지, 운정지구 3개의 필지, 청라지구에서 25층 되는 주상복합을 개발하였다. 동시다발적으로 사업은 이루어졌다. 사업이 전개되면서 총알이 쌓여갔다. 시공은 ㈜동인건설의 장혁남 사장이 맡아서 하였다. 빌라를 매입한 것은 100채가 넘었다. 박호영이 넘겨준 이름으로 새로운 사업자를 2개를 만들었다. 그리고 빌라를 다시 매입하기 시작하였다. 각각 200채를 매입하라고 정 팀장에게 지시하였다. 정 팀장이 중개사 카페 동호회를 네이버에 만들었다. 한 달에 한 번씩 친목회 또는 세미나를 기획하였다. 가입한 중개사들이 2,000명이 넘었다.



사진출처 :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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