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브런치북 불혹 1부 11화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경국현 Sep 14. 2023

불혹 11. 욕심

<부동산소재소설 1부>

         1


         “경영학에서 기업의 목적은 이윤추구라고도 한다. 그럼 사업을 왜 하는 것인지?”

         “아, 참 너무 무시하는 것 아닙니까? 당연히 돈 벌자고 사업하는 것이죠, 당연한 질문을 하시니 당황스럽습니다.”

         “정 팀장, 그러면 하나 더 질문, 돈을 살았을 때 벌어야 하나? 죽고 나서 벌어야 하나?”

         “일단 살아 있을 때 벌어야지요, 죽으면 금은보석이 무슨 소용이 있나요?”

         “그래 맞아, 그런데 사업을 하다 보면, 살아남아야만, 살아있어야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을 생각 안 한다. 이게 전제 조건이다. 사업하다가 힘들어, 그래서 포기해? 사업 정리하는 그 순간으로 끝이야, 포기하면 그 어떤 기회도 잡을 수 없다.”

         형기가 커피잔을 들고 마신다. 그것을 보면서 태현이도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 내려놓으면서 말을 계속한다.

         “버티는 놈에게 기회가 오는 법이다. 인생도 마찬가지이다. 돈은 살았을 때 벌어야만 하는 것이다. 자, 그럼 회의들 해보자, 고압선이 위에 흐르는 땅이다. 어떻게 해야 우리가 돈을 벌 수 있을까? 어떻게 해야 우리가 살아남을 수 있을까?”

         강남 선릉역에 있는 빌딩의 한 층을 다 임대하였다. 디자인이 고급스러워 보이는 소파에 네 명이 앉아있다. 대표이사 사무실이다. 소파 뒤로 상판에 가죽으로 입힌 고급원목 책상과 진열장이 있다. 직원들이 늘어났다. 새로 합류한 사람들은 실무를 담당하는 직원이다. 부동산학과를 졸업하였거나, 부동산회사에서 일한 경력이 있다. 개발업, 분양업, 중개법인, 투자자문업의 형태로 법인이 늘어났고 몇 개의 개인회사가 있다. 미희와 정 팀장은 대표이사 타이틀을 하나씩 가지고 있다. 형기는 본인이 끝까지 싫다고 해서 상무로 직함을 유지하고 있다. 초심을 잃으면 안 된다는 의미로 호칭은 처음 인연을 맺었을 때처럼 부르고 있다.

                                                         


        “자, 이것을 봐, 수의계약으로 LH에서 가지고 온 땅은 지금 최고 5층밖에 못 올린다. 오른쪽으로 공원이 있고, 왼쪽으로는 ‘이호건설’에서 22층 주상복합이 올라간다. 고압선은 공원에서 우리 땅을 지나서 일반도로 그리고 바로 인접한 고속도로로 연결되지, 고속도로를 경계로 수원시와 화천시로 나뉜다. 고압선은 우리가 개발하고자 하는 땅의 중앙을 관통하고 있다. 도로에는 광교신도시로 들어오는 톨게이트가 예정되어 있다. 자 아이디어를 내봐.”

         “내가 먼저 이야기하지”라며 형기가 몸을 바로 잡는다.

         “지금 우리는 토지를 매입하였기 때문에, 개발사업을 어떻게든 해야만 하지. 돈을 번다는 것은 수입에서 비용을 뺀 것이잖아. 두 가지 중에 하나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면, 우리 같은 경우에는 수입을 극대화하기 위해 힘을 쏟을 것이 아니고, 지금 비용을 어떻게 줄일 것인가? 생각하는 게 더 급선무일 것 같다. 결국 공사비를 줄여야 하는 것이 답이 아닌가 싶다.”

         “공사비를 줄여야 한다. 그렇지, 개발사업 비용의 가장 많은 부분이 공사비이다. 중요한 이야기를 해주었다. 공사비를 줄이는 것 외에, 수입을 더 증가시킬 방법은 없을까?”

         “제가 보기에 광교와 화천시로 빠지는 톨게이트가 있다고 하니, 광고효과가 있을 것 같습니다. 화천시 인구가 약 90만 명입니다. 그리고 인천 및 경기 서쪽에서 경부고속도로를 이용하고자 한다면 이 톨게이트를 지나가야 합니다. 톨게이트 앞에서 차는 속도를 늦추게 되어있고, 모든 운전자는 자연스럽게 저희가 개발하는 건물을 100%로 보게 됩니다. 광고효과 분명히 있습니다. 이것을 이용한 뭔가를 찾아내야 할 것입니다.” 정 팀장이 한마디 꺼낸다.

         “그렇지, 광고효과 분명히 있지, 정 팀장은 광고로 벌어들일 수 있는 돈이 1년에 얼마인지 조사해 봐. 우리는 톨게이트 앞에 있어 광고효과가 있으니, 높은 가격으로 광고료 받을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리고 그것을 염두에 둔 분양가격도 한번 검토해봐,”

         “알겠습니다. 대표님”

         “보통 개발사업을 하면 얼마나 버는 것이지?”

         “나중에 ‘개발사업 수지 분석’해야만 정확히 아는 것이지만, 그것은 지난달에 입사한 최 차장이 엑셀로 만들 것이고, 대충 이렇게 생각하면 된다.”

         회의용 테이블에 있는 백지에 펜으로 글씨를 써가면서 말한다. 

         “Case By Case라서 다르기는 하지만, 상가 건물 짓는다고 한다면 보통 15% 내외, 오피스텔은 8% 내외, 아파트면 4% 내외, 여기서 이 숫자는 실제 수익률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모든 경비를 다 계산하고 100% 분양을 했을 때, 벌어들이는 장부상 금액이다. 예를 들어 1,000억이 매출액으로 나오는 아파트 개발사업이면 4%인 40억 내외가 수익이고, 상업용인 상가 개발하는 사업이면 150억 내외, 오피스텔이면 약 80억 내외, 이 숫자에서 +/-가 있는 것이지,” 고개를 들어 형기를 한번 본다. 형기가 자기 말에 집중하고 있는 것을 확인한다.

         “왜 이런 차이가 있는가 하면 아파트는 분양이 100% 된다고 볼 수 있지, 반대로 상가는 미분양이 100% 발생한다. 특히 상층부는 거의 미분양이야, 오피스텔은 분양이 다 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고, 아파트보다 분양이 어렵고, 상가보다는 쉽다. 즉 위험이 달라서 수익률이 다른 거야, 그런데 이것은 어디까지나 장부상이다. 실제는 이것보다 훨씬 더 벌지” 

         “그럼, 여기서 얼마를 벌라고 그러는 거야?”

         “경영대학원에서 강의할 때 내가 농담처럼 이렇게 이야기한다. ‘개발 사업하면 평생 써도 쓰지 못할 돈 번다고, 물론 실패하면 평생 갚아도 갚지 못할 빚이 생겨, 그래서 진정한 벤처 기업이다’라고 한다.”

         “모 아니면 도, 쉽지 않네”

         “아니, 형기야 아주 쉽다. 욕심만 안 부리면 땅 짚고 헤엄치기다. 평생 써도 못 쓸 돈, 앞으로 우리가 벌 거야, 여기는 연습이다. 총알 만드는 거야”

         회의는 길어진다. 개발, 설계, 공사, 분양 등등으로 난상토론으로 이어진다.

         “그래서 여기를 어떻게 할 생각입니까? 형님 생각이 정리되었을 것 같은데”

         정 팀장은 태현이 버릇을 안다. 회의라고 하지만 본인의 생각을 끊임없이 의심하고 질문하고, 의견을 듣고, 다시 질문하고 그러면서 머릿속에서 고치고 또 고치면서 정리하는 시간이다. 회의라는 형식으로 3명이 서로 소통하고, 서로 가르치고, 서로 배우면서 전략을 짜는 것이다. 회의가 끝날 때는 방향을 잡았을 때이다.

         “나는 수익률로 승부를 볼 거야, 아까도 이야기했지만, 수익률 싸움이다. 1,000억 분양해서 100억 벌면 10%야, 300억 분양해서 30억도 10%야, 그런데 300억 해서 15%면 45억이다. 그런데 200억 해서 20%면 20억이다. 돈의 크기가 아니라 수익률의 크기가 승부처이다. 10%인 100억 벌자고 덤비지 말고, 20%인 20억 벌자고 덤비면 이기는 게임이다. 그런데 이것이 우리 땅을 기준으로 한 것이 아니라, 옆에 ‘이호건설’이 개발하는 주상복합 개발사업 기준이다. 우리는 ‘이호건설’ 땅값의 30%에 가져왔다. 이미 이기는 게임이다. 질 수 없는 것이다. 문제는 수익률이고 분양가격이다. 돈의 크기야. 분양가를 어떻게 할 것인가? 아까 정 팀장이 이야기한 광고 수입을 분양자들에게 주고, 분양가는 최고로 높게 할 것이다.” 

         형기를 쳐다본다. “형기가 이야기 한 대로 공사비는 최대한 경쟁력 있게 만들면 된다.”

         미희를 쳐다본다. “건설사는 미희가 알아보면 될 것 같다.” 

         그리고 전부를 둘러보면서 말한다. 

         “토지를 확보하는 과정에 작업비가 들었다. 호영이가 도와주었다. 그 덕에 그동안에 벌어놓은 돈으로 땅을 매입할 수 있었던 거야, PF가 없는 구조야, 분양팀은 단 한팀, 우리 4명이다. 형기가 도와주겠지만, 미희하고 정 팀장이 일을 주도적으로 해야만 한다. 분양 수수료는 우리 넷이 25%씩 나눈다. 용돈이라고 생각해, 그리고 용돈 받으면 늘 그렇듯이 호영이 몫으로 10%씩 십일조 잊지 마시고.”

         “1/N, 그거는 아닌 것 같습니다. 대표님이 조금 더 가지셔야 할 것 같은데요?”

         “정 팀장, 그렇게 이야기하면 십일조 더 할래? 눈에 보이는 그런 일을 하는 우리보다 더 많은 일이 안 보이는 그곳에서 시작되는 것이다. 그리고 아직도 정 팀장은 돈 욕심이 있나? 그러면 나하고 같이할 수 없다고 내가 이야기했는데.”

         태현이가 몸을 뒤로 젖히면서 정 팀장을 바라본다. 그러다가 고개를 숙인다. 다시 고개를 들고 정 팀장을 본다.

         “죄송합니다. 형님, 제가 말을 실수했습니다.”

         정 팀장이 일어나서 허리를 숙인다. 그리고 자리에 앉는다. 태현이가 일어나서 진열장으로 간다. 진열장에 있는 책들을 눈으로 본다. 진열장에 있는 성경책에서 눈이 멈춘다. 

         “세 사람은 성경책을 안 읽어서 모르겠지만, 창세기에 보면 에덴동산에서 아담과 이브가 추방당했을 때, 에덴동산 밖에는 많은 사람이 이미 살고 있었다. 인류의 시작은 아담과 이브가 아니다. 우리가 흔히 상식으로 알고 있는 것은 전부 거짓이다. 성경에서는 신의 아들과 사람의 아들로 구분하였다.”

         “·····”

         “·····”

         “·····”

         잠시 서 있다가 뒤돌아 와서 자리에 앉아서 정 팀장을 본다.

         “정 팀장, 명심해, 한순간도 흔들리면 안 돼, 신의 아들로 살지, 사람의 아들로 살지. 형기와 미희는 내가 걱정 안 하는데, 네가 걱정된다.”

         “죄송합니다. 제 마음이 흔들리는 게 아닙니다. 말을 실수한 것입니다.”

         “돈이 뭐 의미가 있나? 숫자야, 쓰든 안 쓰든 통장에 1억 쌓아놓기가 힘든 것이고, 10억이 넘어가면 다 숫자야, 어차피 쓰지도 않는 돈이야, 집 있고 차 있고, 법인 카드 사용하는데, 무슨 돈이 필요해. 형기가 늦게 합류해서 그렇지 정 팀장 4~5억 통장에 있지?”

         “네, 4억 정도 있습니다.”

         “대한민국에서 현금으로 통장에 4억 있는 사람 몇 명 없다. 그리고 여기 흥청망청 사는 사람은 없잖아. 돈 있다고 건방 떠는 사람 없잖아. 명품 사기를 해, 어디 도박하기를 해, 겨우 해 보았자, 좀 비싼 밥 먹고, 양주 먹고 골프 치면서 노는 것이 다잖아. 돈 뭐 더 필요해? 필요하면 언제든지 이야기해. 돈 줄 터이니”

         잠시 침묵이 흐른다. 정 팀장이 입을 꾹 다물고 앞에 앉은 형기를 보고 도와달라는 눈짓 신호를 보낸다. 형기는 눈으로 웃음을 보낸다.

         “이야기했잖아, 돈 벌라고 일하는 게 아니라고, 직원들은 돈이 목적이 돼서 회사에 나와서 일하겠지만, 우리 네 사람은 돈이 목적이 되면 안 돼. 돈 걱정 안 하고 살아야 진짜 일을 할 수 있는 것이야.”

         “죄송합니다. 제가 실수했습니다. 형님 만나서 돈 걱정 없이 살고 있습니다. 아파트 두 채에 빌라 두 채입니다. 애들 엄마 명의 하나, 제 명의 하나, 아버지한테 상속받은 빌라는 애들 명의로 있습니다.”

         “그래, 난 아파트가 3채이다. 미희도 2채이고, 네가 집이 제일 많네.”

         “·····”

         “우리 지난 7년 동안 돈 많이 벌었다. 이제 돈은 숫자야, 그냥 숫자라 생각하고 지금부터 숫자 놀이해보자고, 그냥 놀이라고 생각하면서 일을 즐기자고. 형기는 이번에 이것이 정리되면 내가 조금 더 챙겨줄게. 너 이름으로 하지 말고, 딸 이름으로 아파트 장만해. 나도 그렇게 아이들 이름으로 하나씩 했다. 공부 잘한다고 하니, 유학 보내도 되고. 이제는 돈 벌라고 일하지 말고, 그냥 세상 재미나게 살아보자고.”

         “고맙다. 태현아, 그리고 미희도, 정 팀장도”

         “아닙니다. 제가 잘 모시겠습니다. 제가 형님하고 일하면서 가졌던 초심을 순간 잊었습니다. 벙어리, 장님, 귀머거리가 되어 형님을 모시겠다고 다짐했는데, 죄송합니다.”

         “인생은 한번 사는 것이야, 남의 인생을 잘 산 인생, 못 산 인생이라고 판단 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우리 재미있게 살아보자. 재미있게 살다가 죽자고.”     


         2     


         미희와 강혜영이와 서로 연락하여 일정을 조율하였고, 양재역에 있는 ㈜동인건설 사무실에서 미팅하기로 하였다. 형기가 동행하기로 하였다. 건설사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책상이 언뜻 10개 정도 보이는데 빈 책상처럼 보이고, 한쪽 구석에 직원처럼 보이는 남자 2명이 앉아있다. 통로를 지나면서 왼쪽으로는 전무, 상무, 이사, 회의실의 명판이 찍힌 룸을 지나, 안쪽에 대표이사 방이 보인다. 상무실에 한사람이 앉아있다가 방문객들이 지나는 것을 보고 일어난다. 대표이사 방이 열리면서 혜영이가 ‘언니’ 하면서 나온다. 태현이는 방에서 나오는 혜영이 모습을 보았다. 청순한 30대 초반으로 보이는 여자가 나오는 것이다. 수수한 옷차림에 전형적인 동양 미인의 얼굴이었다. ‘이쁘다’ 느낌이 확 들어왔다. 황진이가 있었다면 저런 타입이었을 것이다. 5살 아래인 것이 믿기지 않아 옆눈으로 흘깃 두어 번을 더 본다. 그것을 미희가 보고 웃는다. 대표이사 방에 장혁남 대표가 일어나면서 형기를 보고 놀란다. 형기도 놀란다.

         “야, 너 형기 아냐?”

         “어, 형님” 분위기가 어수선해졌다. 두 사람은 정말 놀란 듯한 표정을 서로가 짓는다.

         “처음 뵙겠습니다. 정태현입니다.”

         “반갑습니다. 장혁남입니다.” 그렇게 서로들 인사하고 자리에 앉았다. 

         “형님이 건설사 사업을 하시는 것입니까?”

         “너, 강남 떠난 것은 소식을 들어 알고 있었는데, 너는 어떻게 부동산개발회사에서 일하냐?”

         “여기 정태현 사장이 어릴 적 불알친구입니다. 동네에서 같이 자랐습니다. 저 어려운 것을 알고, 같이 일하자 해서, 이렇게 되었습니다. 여기 김미희 이사도 어릴 적 친구입니다.”

         “안녕하세요, 김미희입니다.”

         “대표님, 여기 미희 언니가 제가 이야기 한 그 언니예요, 그리고 정태현 사장님 강혜영입니다. 언니한테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한번 뵙고 싶었는데, 오늘 뵙네요.” 강혜영이 한마디 건넨다.

         이야기는 삼천포로 빠졌다. 형기와 장 사장은 그동안 있었던 이야기를 주고받는다. 장 사장은 형기가 웨이터 할 때 알게 된 손님이었다. 형기가 모 검사한테 조인트 맞고, 룸 입구에서 무릎 꿇고 죄송하다고 사과할 때, 검사한테 대들었던 사람이다. 어디 소속이냐고 명함 내놓으라고 내일 당장 검찰청 찾아가겠다고 해서 검사가 눈치 보면서 꼬랑지 내리고 간 적이 있다. 그것이 인연이 되어 형기는 장 사장이 오면 극진히 서비스했고, 그렇게 손님과 웨이터로 만나서 호형호제가 된 것이다. 두 살 많은 장 사장이 형이 된 것이다. 장 사장이 술에 취해 시비 붙어 연락이 오면 형기가 나서서 해결해 주었다.

         장 사장은 상무를 불렀고, 공사계약 이야기를 나누었다. 설계가 확정되어야만 공사 견적을 뽑을 수 있다고 하면서 설계가 확정되었는지를 물었다. 설계 이전에 평당 얼마 하는 것은 말장난이라는 것이다. 형기와 미희로 엮인 인간관계는 무시할 수 없었다. 공사계약을 하기로 합의하였다. 설계하는 건축사 연락처를 알려주었다. 혜영이는 너무 잘 되었다며 저녁을 먹으러 가자고 한다. 뱅뱅사거리에 있는 일식집에 다들 앉았다. 

         “제가 한잔 먼저 올리겠습니다. 정 대표님 한잔 받으시죠?”라며 동인건설 상무가 태현에게 한잔을 따라주고, 미희와 형기에게도 준다. 그리고 형기가 바로 술을 장 사장, 상무, 혜영에게 차례대로 따라준다. 

         “형기가 있으니, 제가 솔직하게 이야기하겠습니다. 건설회사는 공사감독 하는 회사입니다. 실제 공사하는 일은 토목, 기초, 전기, 소방 등등으로 나누어 하청받은 업체 통해서 이루어지는 것이 대부분입니다. 아까 제 사무실 들어올 때 본 남자 기억나시나요? 그 친구들이 공사 감독하는 현장 소장들입니다. 대기업 공사들도 마찬가지입니다. 하청받아서 또 하청주고 그렇게 연결구조가 이루어집니다.”

         “그런 구조라고 저도 이해하고는 있습니다.”

         “오늘 외근 나간 박 부장이란 직원이 있습니다. 그 친구가 견적을 뽑아서 드릴 것입니다. 그리고 공사계약 이전에는 계약을 수주하기 위해 건설사가 바짝 엎드려 있습니다만, 계약서가 작성되면 건설사가 우위에 있습니다. 공사변경에 따른 설계 및 자재 변경, 자재비 인상, 유치권 행사, 자재 수급 조절 등등, 시행사를 가지고 놀 수 있는 것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20만 원 하는 국산 대리석하고, 5만 원 하는 중국 대리석을 일반인들은 구분하기 어렵습니다. 견적은 국산 제품하고 실제 공사는 값싼 수입 제품 하는 것이죠. 기둥에 철근 30개가 들어가는데, 10% 줄여서 27개 넣으면 알 수 있나요?”

         “감리가 있지 않나요?”

         “감리요? 감리, 공사, 설계가 한통속이 되지 말라는 법 있습니까? 그리고 대부분 설계업체가 감리를 맡아서 합니다. 다 서류 작업입니다. 서류 작업이라는 말 이해 하시죠? 시행사는 공사 계약하는 순간에 아무것도 아닙니다. 그래서 은행에서 PF 심사할 때 시공이 책임준공 도장 찍는 것입니다. 그냥 참고로 알아두시라고 제가 솔직하게 이야기해 드립니다.” 

         “네, 감사합니다.”

         “건물은 비 안 새고, 누수 없고, 물 잘 빠지면 하자 보수는 거의 없습니다. 특히 이런 분양형 건물일수록 이점에 더욱 신경 써야 합니다. 건설회사가 공사 기간 단축해서 인건비 아끼려고 하다가 하자가 발생하는 것입니다. 현장 소장의 역할이 중요한 것입니다. 시행사는 알 턱이 없습니다.”

         “네, 그렇군요”

         “그런 장난 없이 깔끔하게 일하겠습니다. 한번 맺은 인연을 소중하게 가지고 가겠습니다. 정태현 대표님이 앞으로 쭉쭉 나가시면, 우리 회사도 덩달아서 크는 것입니다. 행여 대표님이 건설사를 하나 만들고 싶다면, 아니 그런 유혹을 100% 받으실 겁니다. 그러면 저의 동인건설이 그 역할을 하겠습니다. 건설사 만들고 싶으시면 제가 그 수고를 덜어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사업하시다가 돈에 염색 칠 때가 있으면 제가 도와드리겠습니다. 관리하는 하청회사가 수십 개입니다.”

         저녁 자리는 비즈니스 관계라기보다는 오랜만에 만난 형제들처럼 이야기가 진행되었다. 설계가 끝나고, 한 달 뒤에 공사계약이 진행되었다. 착수금으로 자금 집행이 시작되자, 2억 원을 현금으로 혜영이가 가지고 왔다. 공사 수주 영업을 엮어준 사람들에게 수수료로 계약금액의 2%를 준단다. 미희하고 태현이는 그 돈을 받지 않았고, 혜영이는 난처해했다. 영업은 혜영이가 한 것이니 혜영이 돈이라고 하였다. 혜영이는 그 사실을 장 사장에게 전화하였고, 전화가 끝나자마자 장 사장이 허겁지겁 바로 찾아왔다. 그리고 자리에 앉자마자 2억 원 현금을 ‘정태현 사장이 주는 것이다.’라면서 혜영에게 주었다. 혜영은 영업을 혼자 한 것이 아니고 같이 한 것이라면서 1억 원을 미희에게 주었다. 그리고 장 사장은 태현에게 악수를 청하면서 밥 먹으러 가자고 한다. 넷은 삼성동에 있는 ‘황구’라는 보신탕집에 앉았다. 새벽까지 술 먹었다.     

 

         3     


         분양가는 주변 시세보다 10% 비싸게 책정하였지만, 오피스텔은 100% 분양되었다. 건물에서 공원으로 산책하러 나갈 수 있는 출입구와 공용 휴게실을 카페처럼 만들었다. 사시사철 꽃과 푸른색을 볼 수 있도록 조경하였다. 옥외 광고의 수익은 전액 수 분양자들에게 안분하여 지급하기로 계약서에 명시하였다. 1% 정도의 수익률을 수 분양자들은 확보할 수 있었다. 돌과 바람 그리고 숲의 컨셉으로 공간마다 조경하였다. 눈에 보이는 마감재는 호텔 로비와 복도처럼 고급스럽게 하였다. 층·고는 최대한 높였다. 태현이는 오피스텔 5개를 차명으로 매입하였다. 나머지는 미희하고 정 팀장이 그동안 가지고 있던 의뢰인 명단에 일일이 전화해서 다 팔았다. 착공하고 한 달 만에 분양을 완료하였다. 개발사업 수익으로 93억을 벌었다. 분양 수수료 명목으로 네 명은 6억 3천만 원씩 나누었다. 물론 십일조는 따로 떼어 놓았다. 태현이가 세명에게 한마디 하였다. 

         “통장에 넣어놓고, 죽을 때까지 붕어빵 사 먹자”     

       


사진출처 : 픽사베이

이전 10화 불혹 10. 사기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