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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지하철 원정대! 뉴욕을 누비다!

-괜찮아. 진정해 12살 , 매일 눈물바다 7세, 덜덜덜 42세 엄마

by 마틸 Feb 13.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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퀸스 Woodside 61st 7 Line. 


뉴욕 지하철을 타기 시작하고 소 1에게 새로운 취미가 생겼다. 지하철이 들어올 때마다 그랜드 센트럴 역 안내방송 따라하기다. 실제로 그랜드 센트럴 역에 도착하면? 눈이 동그래져서 내 귀에 대고 소곤소곤 안내방송을 해준다. 응, 알아. 안다고. 알아!!!!!!!!!!!!!!!!!!!!!!!!!!!!!!!!!!!!!!!!!!!!!!!!!!!!!!


한국에서는 운전도 안 하는 내가 뉴욕에서 애들 데리고 대중교통을 탄다니까, 지인들 표정이 심각해졌다. 더럽고 위험하기로 유명한 뉴욕 지하철을, 그것도 영어도 못하는 엄마가 애들 데리고? 


하지만 내 여행 철학은 이렇다. 

ONE, 운전도 못하는 내가 미국에서 운전하는 게 더 위험하지 않나?

TWO, 결국 다 사람 사는 곳이다.

THREE, 구글 지도와 파파고만 있으면 문명사회 어디든 갈 수 있다.

FOUR, 해 뜨면 나가서 해 지면 들어온다. (여름이라 해가 길다는 건 안 비밀)

FIVE, 최악의 경우 택시 앱이 있다!


여행 전, OMNY 카드만 있으면 대중교통은 문제없다는 걸 알았다. 와이파이 표시만 있는 카드면 된다고? 완벽해!... 었는데, 우리가 셋이라 카드를 각자 찍어야 하나? 혹시나 해서 신한체인지업, 신한 트레블, 트레블 월렛 카드까지 준비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한 장으로 세 번 찍어도 되더라...)


우리의 아침은 이렇게 시작된다:


1. 여행 가이드이자 책임자인 엄마(나)가 1등으로 기상.

2. 커피 한 잔 마시며 일정 체크.

3. 지하철에선 핸드폰이 먹통이라, 노선도랑 출구 정보 미리 캡처.

4. 8시 전 애들 깨우기

   - 소 1: "오늘 아침 메뉴가 뭐예요? 일정은요?"

   - 소 2: "... 혼자 집에 있을래요."

5. 소 2와의 아침 협상

   - "라면은 왜 안 돼요?"

   - "아빠가 보고 싶어요..."

   - (모든 항의는 무시)

6. 소 1의 버스 시간 체크.(정확히는 엄마가 버스도착시간 앱을 확인했는지 확인하기)

7. 현관 앞 타임스탬프 사진 찍고 버스정류장까지 달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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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지하철역에 도착했을 때는 충격의 연속이었다. 스크린도어는 없고, 누가 밀면 바로 떨어질 것 같은 좁은 승강장에 아슬아슬한 난간... 벽은 지저분하고 바닥은 더럽고. 애들이 벽에 기대거나 가방을 바닥에 놓을까 봐 신경이 곤두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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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날엔 3인조 트리오가 지하철에서 귀청 떨어질 듯한 공연을 했고, 다음 날엔 철봉 묘기를 보여주겠다는 청년이 등장했다. 그 청년이 갑자기 소 2에게 다가왔을 때... 소 2는 울음을 터트렸고, 그 후로는 지하철에서 나와 소 1 사이에 앉는 것 외엔 거부했다.


처음 지하철을 탈 때는 애들이 나한테 말을 걸어도 제대로 못 듣고 오로지 핸드폰으로 캡처한 화면만 쳐다봤다. 목적지 도착할 때까지 모두 조용. 엄마 예민해. 도착해서 말해. 점점 지하철에도 익숙해졌다. 아침 8시 이후 저녁 9시 이전 시간대는 별 문제가 없었다. 습하고 덥고 냄새나는 건 익숙해졌다. 업타운, 다운타운만 잘 구분하면 크게 지하철 잘 못 탈 일은 없을 것만 같았다. 좀 이상하면 소 1을 시켜서 우리 가는 방향이 이 승강장이 맞는지 가장 친절해 보이는 사람에게 물어보라 했다. 파워 E 소 1은 늘 생글생글 웃으며 말을 건다. 타임스퀘어 쪽 지하철 승강장에서는 현지에 사는 한국분들이나 여행객을 만나 도움을 받기도 했다. 

뉴욕 지하철 이까이꺼 아무것도 아니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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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다 그날이 왔다.


밤 9시가 넘어 집에 가는 길, 한 정거장에서 유난히 오래 멈춰 있었다. 지지직거리는 방송이 몇 번 나왔지만 우린 '점검하나 보다~' 했다. 그런데 우리가 내릴 역을 그냥 지나쳐 버린 것이다! 핸드폰도 안 되고 머릿속이 하얘졌다. 


다음 역에서 내렸는데 왜 지하철 승강장에 경찰들이 가득 있는 걸까? (내 눈엔 한 200명 있는 느낌이었는데, 나중에 소 1에게 물어보니 무슨 소리냐며....) 두 번째 멘붕이 찾아왔다. 밤이라 택시 기사들이 이상한 언어로 호객행위를 하고, 소 2는 무서워서 급기야 울기 시작... 어떤 아저씨가 내 등을 잡았을 때는 등골이 서늘했다. 어~음. 저……고개가 잘 안 돌아가는데, 일단 애들 손 잡고 뛰어야 하나?


그때 소 1의 든든한 목소리.


"엄마, 진정해. 괜찮아. 저 아저씨 그냥 자기 택시 타라는 거야."

"침착해. 일단 핸드폰으로 택시 불러. 내가 소 2 손 잡고 있을게."


택시를 타고 10분 만에 숙소 도착. 소 2는 씻지도 못하고 잠들어버렸다. 

소 1에게 "고. 맙. 다"고 하다가 울컥했다. 

"엄마가 미안해. 엄마가 더 침착했어야 했는데..."

"그럴 수도 있지. 괜찮아 엄마. 근데 우리 이제 9시 전에는 들어오자."

"응... 응...""응... 응..."

.

.

"그럼... 나 게임 한 판 하고 자도 돼?"

.

.

그래. 너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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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살 인터뷰]


- 한국 지하철이랑 뭐가 제일 달라?

: 미국 지하철에선 이상한 냄새가 계속 나고 화장실이나 역 전체의 위생이 좋지 않았다.

- 스크린 도어 없는 지하철 정거장은 어땠어?

: 좀 불안하고 아슬아슬했다.

- 퀸스에서 지하철 타면 사람들이 들어와서 노래나 악기 연주하고 그랬는데 기억나는 게 있어?

: 그 지하철 문화가 굉장히 좋은 것 같고 지하철에서 노래 부르며 춤추는 걸 본 게 기억에 남아.

- 지하철 타는 게 무섭지 않았어?

:1,2번째 좀 어색하고 무서웠지만 그 이후엔 괜찮았다.


[7살 인터뷰]


- 처음 지하철 역 봤을 때 기분이 어땠어?

:좀 무서웠어.

(왜 무서웠어? 몰라. 왜 무서웠냐고? 몰라.)

- 지하철에서 본 제일 신기한 사람은?

: 없어.

(정말? 그때 너한테 말 건 아저씨 생각 안 나? 지하철에서 노래 부르고 그래서 신기하지 않았어? 

기억 안 나.)

- 지하철 의자에 자리가 나서 앉으라고 하면 싫어했던 것 같은데 왜 그랬어?

: 모르는 사람 나에게 말할까 봐.

(나도 이제 그냥 말 걸지 말까?.......)

- 우리나라 지하철이 더 좋아, 뉴욕 지하철이 더 좋아?

: 우리나라 지하철이지!

(음 그래. 그. 러. 구.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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