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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슈에뜨 La Chouette May 12. 2020

공모전 빙자한 도전기를 마치고...

요 며칠 뜬금없는 글들이 몇 차례 올라왔다. 평소 올리던 매거진에 맞지 않는 갑자기 회고적인 글들을 올리면서 이렇다 할 설명도 없어서 독자들이 의아했을 수도 있을 거 같다.


지난달 브런치에서 "시작과 도전"에 관련된 키워드로 "나도 작가다" 공모전을 한다고 공지가 떴다. 공모전이라는 말에 솔깃하기도 하였지만, 그 주제 자체가 내 마음을 끌었다. 요새는 종일 마당에 나가 살다시피 하는지라 컴퓨터 앞에 앉을 새가 없이 바빴지만, 머릿속에서는 이 키워드가 계속 내 마음을 따라다녔다. 이걸 쓰고 싶다가 저걸 쓰고 싶다가... 그래서 결국 공모전을 빙자해서 나의 과거를 한 번 적어보기로 했다.


생각나는 것들을 이리저리 머릿속에 굴리다가, 결국 마감 날까지 꽉 채워서 4편의 글을 썼다. 공모전을 목표로 하는 글은 참으로 쓰기 어려웠다. 일단 글자 수 제한은 내게 쥐약이었다. 나는 수다스러운 사람인 것 같다. 쓰다 보면 어찌나 순식간에 글이 길어지는지... 쓴 글을 쳐내는 것이 쉽지 않았고, 그러면서 매무새를 다지기는 했지만 하고 싶은 말에서 많이 빗겨나가버리기도 했다. 


나중에 기억하기 위해서 간단히 정리해본다.





뜬금없이 낯 간지러운 남편과의 신혼이야기는 정말 올리기 쑥스러웠다. 작년 브런치 작가 응모할 때 냈다가 그 뒤로 바빠져서 그냥 잊힌 글. 그러고 나서는 날짜가 휘리릭 가버려서 다시 꺼내기는 너무 늦어버린 이야기였는데, 공모전 덕분에 빛을 봤다. 사랑만 보고 이국땅으로 날아와서 영어로 사는 새로운 인생, 그것은 분명 내 인생에 있어서 아주 중요한 시작이었다. 그리고 그 경이로운 시작은 지금까지 이어져오고 있고, 아마도 죽을 때까지 계속 갈 것이다. 시간이 나면, 아니 시간을 만들어서라도 우리의 이 막장드라마 같은 만남 이야기는 꼭 쓰고 싶다. 




가장 쓰고 싶던 글이었는데 가장 마음에 안 들게 써졌다. 아무리 줄여도 도저히 글자 수를 맞출 수가 없었다. 결국 글자 수는 맞췄지만 내가 하고 싶은 표현에서 많이 비껴갔다. 정말 허심탄회하게 쓰고 싶은 내용인데, 언젠가는 이 내용을 책을 낼 수 있을까? 홈스쿨링이라는 것이 엄마와 아이를 얼마나 행복하게 해 주는지를 이야기하고 싶다. 너무 늦기 전에 말이다.





너무나 무모했던 30년 전 이야기다. 도전에 대해서 쓰라면 이 이야기는 빼놓을 수 없었다. 이 글을 쓰면서 그때의 내 심정을 돌이켜 생각해볼 수 있어서 좋았다. 잊혔던 많은 것들이 하나씩 돌아왔다. 외로웠던 순간들, 배고팠던 순간들, 절망했던 순간들이 결국은 나를 성장시켰고, 학위도 못 건지고 패배자로 귀국했지만, 나는 정말 한 뼘 크게 성장했다. 세상을 바라보는 눈을 다시 뜨게 되었고, 훨씬 너그러워졌고, 부드러워졌고, 용감해졌던 것 같다. 그리고 비록 고생만 하고 왔지만, 그래도 내 인생에서 가장 잘한 일 중 하나로 꼽을 수 있다. (아, 그러고 보니 위에 적은 것들도 다 그러네!)





마지막 이야기는 지금 현재의 이야기다. 뭔가를 새로이 시작하는 것은 참으로 짜릿한 기분이다. 요새 늘 손을 거칠고, 손톱 밑에는 흙이 잔뜩 끼어있으며, 앞치마 하나 두르고 종일 밖에서 씨름하고 있다. 그래도 좋다. 기대되고, 매일 밖을 내다보고 확인하는 것에 설렘이 느껴진다. 설렘, 아마도 그게 바로 시작을 의미하는 것이리라. 흔히 시작에는 두려움도 함께 오지만, 이 도전만큼은 두려움 없이 다가오니 더욱 가벼워서 좋다. 




공모전은 끝났다. 내 글을 다시 읽어봐도 내 넋두리 같아서 아마도 선정기준에 맞지 않을 것 같다. 하지만 상관없다. 글을 쓰면서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여러 번 다녀왔으니까. 그러고 나서 다음 공모전이 또 떴는데, "우리家한식"이 주제이다. 아마도 이번엔 통과할 듯싶다.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가 너무 밀려있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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