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0년대 가정에 사는 듯, 완전히 구식으로!
연장 창고에 들어갈 때마다 향긋한 사과 냄새를 풍기며 일주일을 보내고, 드디어 사과를 따온 지 일주일 만에 애플 사이다와 식초 만들기에 돌입했다. 양이 많아서 대대적인 작업이 되기 때문에, 남편은 미리부터 도구를 꺼내놓고 주변을 정리해서 시작할 준비를 전날 이미 부지런히 해 놓았다.
이 과정은 절대 실내에서 작업할 수 있는 규모가 아니므로 작업은 밖에서 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뒤뜰로 나가는 입구 앞에서 작업한다.
필수적인 도구는 애플 크러셔(apple crusher) 또는 사이다 밀(cider mill)이라고 불리는 구식 도구이다. 이렇게 골동품같이 생긴 물건을 도대체 어디서 구입했느냐고 남편에게 물었더니, 어느 해, 크레이그 리스트(Craigslist)에서 찾았다고 했다.
소재는 떡갈나무(Oak tree)이다. 한 번은 저 드럼통같이 생긴 부분이 한 군데 망가져서, 나무를 구입해서 수선한 적이 있었는데, 신기하게도 딱 똑같은 굵기의 목재를 판매해서, 그냥 잘라서 끼우기만 했다고 말했다.
아무튼 남편은 워낙 마시는 종류를 좋아해서 늘 어떤 음료든 잘 마시는 편인데, 특히나 애플 사이다를 좋아한다. 내가 처음 만났을 때에도, 여름이었는데, 매일 하나씩 꺼내서 먹던 모습이 기억난다. 그러니 이런 제작은 어쩌면 그에겐 필수인 듯!
그래서 애플 사이다, 와인, 맥주... 이런 것들을 집에서 즐겨 만들어서 쟁여놓고 먹는 편이다. 그러고 보니, 우리 집은 뭐든 쟁여놓고 먹는 구세대 살림이구나!
아무튼 남편은 이미 전날 도구들을 다시 점검하고 세척했다. 일 년 만에 다시 꺼내는 물건이다 보니 꼼꼼 세척은 필수이다.
네모 박스 안에 사과를 넣고, 톱니를 돌려 갈아주는데, 안에를 들여다보면, 나사못들이 나란히 박혀있다. 그리 무서운 칼 같은 것은 보이지 않는다.
저 드럼통에는 망사로 된 주머니를 끼워주고, 으깨진 사과는 저곳으로 떨어져 모이게 된다. 처음 구매했을 때에는 망사주머니 생각을 못해서 사과가 다 삐져나오는 바람에 엄청 고생을 했다고 했다. 이제는 노하우가 완전히 쌓이고 몸에 배어서 척척 단계별 준비가 이루어진다.
아래 사진들 일부는 작년 사진이다. 올해 날씨가 흐려서 사진이 죄다 흔들려 나왔길래 작년 사진을 찾아봤더니 기억이 또 새롭다. 작년엔 남편이 이렇게 혼자 사과를 잘라서 넣었었구나!
혼자 하는 것이 몸에 배어있는 남편은 그냥 알아서 척척 다 한다. 세척부터, 절단, 으깨기, 짜기까지... 그러나 올해에는 내가 함께 하니, 한쪽에서 내가 세척하고, 절단도 했다. 사과가 둥글기 때문에, 절단을 하지 않으면 으깰 때 씽둥거리며 말을 잘 안 들어서, 잘라주는 것이 편하다. 그런데 사과가 단단해서 한 손으로 자르기에는 너무 힘들어서 아예 도마까지 데려다 놓고 잘랐다.
세척은 이렇게 세 개의 양동이를 놓고, 한쪽에서 씻어서 다른 쪽으로 옮기는 방법으로 여러 번에 나눠 세척한다. 사과를 반으로 자르는 과정에서 전혀 곯지 않은 멀쩡한 사과가 딱 하나가 나왔다. 반으로 갈랐는데, 속이 깨끗한 것이 아닌가! 그래서 둘이 나눠서 맛있게 먹었다. 몹시 달고 단단하고 풍미가 좋은 사과였다.
반면에 단순히 곯거나 못난 수준 이상으로 속이 상한 사과들도 가끔 있었는데, 그런 것들은 가차 없이 버렸다. 발효는 좋은 균이 증식해야 하는데, 곰팡이 균이 들어가면 전체가 다 망가지지 않겠는가! 그래서 깨끗한 관리는 필수다.
저 드럼통으로 사과가 한가득 차면 그걸 눌러서 짜줘야 한다. 물론 짜지 않아도 즙은 계속 흘러나오지만, 짜면 그야말로 콸콸 흘러나온다.
누름판을 얹어놓고 돌리면서 압력을 가한다. 그러면, 살짝 기울어진 받침대의 앞쪽으로 주스가 흘러나오고, 그 가운데 있는 작은 홈으로 빠져나온다. 아래에는 큰 피쳐를 받쳐놓고 즙을 받아서 발효용 들통에 옮긴다. 유리 용기에 하면 좋지만, 이렇게 커다란 유리 용기로의 작업은 너무 힘들기 때문에, 플라스틱 통에다가 받는다. 물론, 제대로 세척하고, 전용 소독제로 미리 소독해줘야 한다.
남은 사과 찌꺼기는 비료 만드는 통으로 들어갔다. 버리기 아깝지만, 일단 사과의 원래 상태가 벌레 먹은 부분도 있을 수 있고 해서 먹기 곤란하며, 이렇게 통으로 으깬 경우 씨도 다 섞여있기 때문에 먹지 않는다.
두 번째는 즙을 따로 짜지 않고, 사과까지 함께 통에 담았다. 이것은 사과식초를 만들 것이다. 요새 핫한 애플 사이다 비니거를 만들기 위해서는 사과도 함께 사용하는 것이 발효도 잘 되고 더 좋다.
드디어 다 했다. 마지막 남은 사과 찌꺼기까지 깨끗하게 정리하고, 통들도 다 씻어서 엎었다. 바깥에서 종종거린 시간이 4시간이 좀 넘었다. 어찌 보면, 뭐하러 이렇게 고생하느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한국식으로 친다면, 김장한 거 같은 기분이랄까? 그냥 하나의 연중행사 같은 것이다.
구부정하게 사과를 썰었던 나도 허리가 아픈데, 계속 무거운 거 나르고 사과 으깬 남편은 더 말할 필요가 없으리라. 그러나 시종일관 서로 키득키득거리고 장난쳐가면서 재미나게 했다. 어디 가서 애플 사이다 만들기 체험을 한다고 생각한다면 뭐, 돈 주고도 할 일이라 생각되기도 한다.
이 과정을 동영상으로 정리해봤다.
이제 우리가 할 일은 거의 다 했다. 5 갤론의 통 2개만큼의 애플 사이다용 사과주스를 짜냈고, 역시 5 갤론만큼의 애플 사이다 비니거 재료도 준비되었다. 나머지 일은 자연이 해줄 것이다. 사람들에 따라서는 이스트나 설탕을 추가하기도 하지만, 우리는 오직 사과만 가지고 만들 것이다.
우리는 이 통들을 남편의 서재로 모셔왔다. 벽난로를 켜서 따스한 환경을 만들어주고, 발효과정이 진행되는 동안 하루에 한 번씩 저어 줄 것이다.
마무리는 호두파이 간식으로...
처음 생각으로는 이 과정을 다 쓴 다음에, 본격적으로 가정에서 애플 사이다 비니거 만드는 법을 함께 적으려고 했는데, 이미 이 포스팅이 너무 길어져서, 더 썼다가는 지나치게 무거울 것 같다. 그래서 진정한 레시피는 다음 편에 따로 적을 것이다.
어차피 지금 만든 얘네들이 다 발효가 되려면 연말이 되어야 한다. 따라서 지금 마무리는 불가능하고, 작년의 사진들을 가지고, 쉽게 만드는 레시피를 공유하겠다.
오늘의 로동은 여기서 끗!
* 사과를 이렇게 많이 가져오게 된 이야기는 아래를 클릭해서 볼 수 있으니, 궁금한 분들은 참조하시길.
* 다음에 사이다와 비니거가 탄생되는 이야기는 여기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