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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슈에뜨 La Chouette Aug 27. 2023

샌프란시스코의 전철, 그리고 굿바이

서울의 전철과 비슷한 BART를 타고 공항으로 갔다

이제 드디어 마지막이다. 아침에 딸이 출근할 때 안아주고, 작별을 했다. 우리 비행기는 밤 비행기지만, 어차피 아이 퇴근 전에 우리는 이미 집을 떠나야 했기에, 그냥 아침에 헤어지기로 했다. 우리는 딸에게 작은 선물을 준비해서 상 위에 올려두고 나왔다. 겨울에 또 만나자...



원래 우리는 넉넉히 시간을 잡아 여행하는 것을 좋아하는데 이날 아침에는, 딸이 받는 소포를 대신 받아서 그중에서, 딸이 남편에게 주는 생일 선물까지 챙겨서 가방에 담느라 혼비백산했다. 오피스 여는 시간이 되어야 소포를 받을 수 있었는데 딸의 선물이 너무나 푸짐했기 때문에 우리의 작은 가방에 들어가지 않았고, 결국 딸아이의 여행가방 하나를 추가로 채워야 했다.


그렇게 허둥대며 나왔는데, 아차! 선글라스를 아이 아파트에 두고 나온 것이다. 집 번호키 비번은 알고 있지만, 아파트 출입구 열쇠는 이미 두고 나왔으니 초난감이었다. 서둘러 입구로 달려갔다가 마침 쓰레기를 비우는 청소직원을 만나서 자초지종을 이야기하고 두 개의 현관문을 무사히 통과했다. 얼마나 고맙던지!


안 그래도 빠듯한 시간에 이 난리를 치고 가는데, 그 와중에 베이 다리 위는 교통 지옥이었다.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지경이었다. 그렇게 애써서 목적지에 거의 다 갔는데, 길을 잘못 드는 바람에 추가로 더 늦어졌다. 덕분에 렌터카 늦은 반납에 대한 벌금을 물었지만, 이게 비행기 출발시간이 아닌 게 얼마나 다행인지!


그렇게 Daly City 역에서 렌터카를 반납하고 우리는 BART(바트)를 이용해서 샌프란시스코로 향했다.


사실 우리는 이때까지 이 교통수단을 이용한 적이 없었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공항 갈 때 아주 유용했다. 공항에서 샌프란시스코 시내까지 한 번에 이동할 수 있는 교통수단이기 때문이다. 장애인을 위한 승강기가 있어서 여행객들에게 더욱 편리하다. 


아주 작은 승강기지만, 범죄발생을 예방하기 위해서 그 안에 직원이 상주하고 있다는 점도 아주 특이했다. 승객들에게 간단히 인사를 건네기도 하고, 길을 물으면 잘 알려주기도 한다.


승강기를 타러 들어가면서 교통카드를 찍을 수 있다


요금은 거리에 따라 달라지는데, Clipper(클리퍼)를 이용해서 탈 수 있다. 클리퍼 소개는 이전에 썼으므로 생략한다. 버스와 바트를 모두 이용할 수 있는 편리한 교통카드다. (참조:https://brunch.co.kr/@lachouette/679)


전철역 안으로 들어가면 우리나라처럼 교통카드를 찍고 들어가는데, 앱에서 보면, 사용이 개시되었을 뿐 종착역이 나오지 않아서, 도착하기 전까지는 요금이 부과되지 않는다.


샌프란시스코로 갈 때, 세 개의 캐리어를 끌고서 잘 이용했고, 바운스에 가방 맡기고 여행도 잘했다. 그리고 다시 공항으로 돌아갈 시간, 우리는 다시 엠바카데로 역으로 돌아왔다.


우리는 이미 한 번 사용해 본 자신감을 장착한 채, 승강기를 타고 내려왔는데, 뭔가 잘못되어서 클리퍼를 찍을 수 없었다. 어리둥절하고 있다가 전철이 들어와서 그대로 타고 공항으로 갔다. 계속 찜찜한 기분이었지만 달리 방법이 없었다.


공항 역에 도착해서 바깥으로 나가기 전, 승무원이 있길래 우리의 사정을 말했다. 그랬더니 어느 역에서 탔냐고 묻고는 교통카드를 보여달라고 했다. 보여주긴 했지만 아무것도 찍혀있지 않아서 어떻게 할까 싶었다. 


우리가 탄 역부터 정산해서 요금 부과를 할지, 아니면 종점에서부터 타고 온 것으로 간주해서 요금부과를 할지 사실 궁금했다. 그런데 막상 그 역무원은 우리에게 요금을 정산해주지 않았다. 우리의 노력을 가상히 여겨 그냥 보내준 것이다. 


시내버스에서 클리퍼 인식이 계속 안 되어 애를 먹을 때, 기사 아줌마가 그냥 태워줬던 것과, 요금이 부족해도 일단 교통수단은 태우고 보는 점도 그렇고, 샌프란시스코 교통 시스템은 참 너그럽다는 것을 또다시 느꼈다.


공항역에서 내리면 바로 공항 내의 순환철도역으로 연결된다. 그러면 각자 자신의 비행기가 있는 터미널로 쉽게 이동할 수 있다. 우리는 넉넉한 시간에 공항에 도착했고, 짐도 수월하게 부쳤다. 


이제 집으로... 샌프란시스코 베이,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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