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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슈에뜨 La Chouette Dec 01. 2023

오리 가슴살 어떻게 고급지게?

프렌치 스타일로 겉바속촉

얼마 전, 남편의 막내아들 생일이었다. 사실 생일은 진작에 지났는데, 그 기간에 식구들이 모일 수 없어서 상당히 미뤄진 잔치였다. 우리 집은 생일 때면 주인공이 원하는 식사를 잘 차려서 온 식구가 함께 먹는다. 무엇이든 원하는 것을 고를 수 있는데, 올해 막내의 생일은 프랑스식으로 하기로 했다.


남편은 역시 메뉴를 짜느라 분주했다. 특히나 프랑스식은 코스 요리로 준비해야 하기에 신경 쓸 것이 더욱 많았다. 이번에도 자그마치 일곱 가지의 코스가 결정되었다.


불어로 작성된 메뉴


전식은 닭간 파테였다. 프랑스 사람들이 좋아하는 푸아 그라(foie gras) 대신 닭간으로 페이스트를 만들었다. 비록 남편은 빵을 못 먹지만, 상에는 바게트가 올라와서 발라 먹을 수 있게 준비하였다.


닭간 파테


수프는 프렌치 어니언 수프(French onion soup)로 결정했는데, 문제가 발생했다. 생일 파티 전날 자그마치 세 시간이나 걸려서 정성껏 만든 수프를, 시원한 곳에 내놓는다고 했다가, 데크까지 방문한 곰에게 털렸기 때문이다. 밤에 와장창 하는 소리가 나서 나가보니, 곰이 양파를 입에 물고 허둥지둥 도망가고 있었다. 낭패였다.


완전히 엎어버리고 건더기도 거의 남지 않아서 다시 만들었다


결국 남편은 생일 모임 당일 아침 일찍 마트에서 다시 양파를 사다가 고스란히 새로 만들어야 했다. 먼저 만든 것이 더 맛있었다는 아쉬움을 표하기는 했지만, 사실상 수프는 아주 맛있게 완성되었다. 다만 만드는데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기 때문에 2인분이라면 아마 사먹는 것이 전기료가 더 쌀 것이다!


바게트를 얹어서 오븐에 다시 한번 구운 프렌치 어니언 수프가 정말 맛있었다


생선 요리는 연어를 살짝 익혀서 소스에 담가 먹었고, 그다음에는 코스가 바뀌기 전에 살짝 입가심하는 상큼한 레몬 소르베(https://brunch.co.kr/@lachouette/234)도 잊지 않았다.



본식은 비프 부기뇽(boeuf bourguignon)으로 할까 했다가 오렌지 소스를 곁들인 오리 요리로 결정되었다. 이 이야기가 오늘의 메인이므로 뒤로 살짝 밀어 두고...


그다음에는 당근과 완두콩에 아몬드 소스를 곁들인 샐러드가 준비되었는데 아주 독특하고 맛있었다.



그리고 치즈 코스 거쳐서 마지막에는 크렘 브륄레(crème brûlée: https://brunch.co.kr/@lachouette/252)를 무설탕 머랭쿠키(https://brunch.co.kr/@lachouette/208)와 함께 제공하였다. 크렘 브륄레를 만들 때 달걀노른자가 엄청나게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남은 달걀흰자는 그런 식으로 소비를 하는 것이 제일 좋은 방법이었고, 그렇게 해서 접시 장식도 근사하게 되니 일석이조였다. 게다가 무설탕 머랭쿠키가 기존 머랭쿠키보다 더 맛있다는 호평도 받았다.





자, 그럼 우리의 본론인 오리고기로 들어가 보자. 우리 식구들은 오리 고기를 참 좋아한다. 사실 한국에서도 오리 고기가 제법 인기가 있는 것으로 기억한다. 오리 기름은 몸에 해롭지 않다고 알려져 있기도 해서 건강식품으로 각광받고 있다.


우리가 저녁 식사로 주문한 것은 오리 가슴살이었다. 품질 좋은 가금류 고기를 파는 농장에서 깨끗하게 준비된 오리 가슴살을 배달받았다. 생일에 차리는 음식을 위해서 연습을 해보겠다며 넉넉히 주문한 덕에 우리는 미리 한 번 해 먹어볼 수 있었다.


조리법은 그리 특별한 것은 없었다.


오리 가슴살에 촘촘하게 격자로 칼집을 낸 후, 소금 후추 간 하여서 팬에 앞 뒤로 굽는 방식이다. 특이한 점이라면, 팬을 달구지 않고 차가운 팬에 껍질이 닿도록 놓고 중약불로 서서히 익힌다. 만일 오리가 오그라들면 뭔가를 얹어서 눌러서라도 껍질면이 고루 팬에 닿아 노릇해지게 굽는 것이 중요하다.


반쯤 익었다 싶었을 때 (15분 정도) 불을 잠깐 중불로 올려, 껍질이 제대로 노릇해지게 한 후, 뒤집어서 마저 굽는다. 취향에 따라 레어부터 웰던까지 적당히 굽는다. 우리 집은 레어에 가깝게 굽지만 아무래도 한국에서는 웰던으로 구울 듯싶다.


칼집은 좀 더 촙촙해도 좋다.


오리를 꺼내고 나서는 기름이 팬에 많이 남았다면 기름을 살짝 따라내고, 화이트 와인을 끼얹어 눌은 부분을 긁어준다. 그리고 다시 와인이 졸아서 한두 숟가락 남았을 때 불에서 내려 버터를 넣고, 다시 오렌지 제스트와 오렌지 즙을 넣어 마무리한다. 이걸로 소스를 만들었는데 생일 때는 늘 아주 바빠서 과정샷이 없다.


오리고기와 소스는 아주 잘 어우러져서 맛있었다. 곁들임은 감자와 집에서 키운 호박이었다.



이날의 식사는 대성공이었다. 정말 모든 코스가 맛있었고, 소량으로 조금씩 서빙한 덕에 모든 코스를 다 즐길 수 있었다.


그리고, 무료 배송을 위해 넉넉히 구매했던 오리 가슴살은 여전히 한 팩이 남아있으므로, 이것은 한국식으로 좀 쉽게 간단히 먹어야겠다.





오렌지 소스를 곁들이 오리 요리 (Cannard a l'orange)

4인분 기준


재료:

오리 가슴살 4 덩이 (개당 200g 정도)

소금

화이트 와인 1/2컵 (120 ml)

치킨스톡 1 1/2컵 (360 ml)

버터 4큰술

오렌지 1개 껍질 제스트

오렌지 즙 1/4컵 (60ml)


만들기:

1. 날카로운 칼로 껍질 부위를 격자 칼집을 낸다.

2. 소금간을 해준다. 지방 부위는 넉넉하게, 살 부위는 가볍게 소금을 뿌린다

3. 차가운 팬에 껍질 부위가 닿도록 놓고 약불을 올린다. 익으면서 고기가 말려서 들뜨면 작은 냄비 등으로 눌러서 고루 익힌다. 15분 정도

4. 불을 올려서 껍질이 살짝 갈색빛이 돌도록 익힌 후 뒤집어 준다. 즉석 온도계로 찔러 140F가 될때까지 익힌다.

5. 고기를 꺼내고, 팬에 기름이 너무 많으면 좀 덜어낸 후, 화이트 와인을 뿌려서 팬을 긁어준다. 그리고 그 와인을 졸여서 2큰술 정도 남았을 때 불에서 내리고 버터를 넣어 녹여준다.

6. 오렌지 제스트와 오렌지 즙을 넣어 섞어주면 소스도 완성된다.

7. 오리 고기를 썰어서 접시에 담고, 소스를 끼얹어 상에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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