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살 동료의 고백
"나 사실은 퇴사를 고민하고 있어"
직장 동료가 말했다. 늘 밝고 어려운 상황에서도 긍정적인 태도로 유연하게 극복해내는 모습이 좋았던 동료의 입에서 퇴사라는 단어가 나왔다. 조심스럽게 어떤 일 때문에 퇴사를 고민하냐고 물어봤다.
"일이 나랑 안 맞는 것 같아. 집에 가서 하루를 되돌아보면 보람이 느껴지지도 않아."
"회사 경영진들의 사고방식도 이상하지만 가만히 앉아서 하는 일이 반복적이다 보니 성취감도 없네"
사실 이 동료는 작년 11월에 신입으로 입사한 분이다. 원래 병원 쪽에서 근무를 하시다가 영업관리 직무로 우리 회사에 신입으로 입사하게 되었다.
동료는 41살이다. 41살이라면 집도 있고 차도 있고 직장도 안정적일 거라 생각했던 내가 어리석은 생각을 했구나 싶었다. 41살이 돼서도 진로 고민을 하고 어떤 일을 해야 즐거운지 고민을 하는 모습을 보고 우리의 인생은 끝없는 선택과 결정의 여정임을 알았다.
직장 동료의 입에서 퇴사라는 말이 나오는 게 더 이상 놀랍지가 않다. 나도 퇴사를 하고 싶으니까 다른 사람도 퇴사를 하고 싶은 것은 충분히 이해가 된다.
초등학교 때 나의 미래를 계획하는 시간이 있었다. 24살에는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에 입사하고 25살에는 차를 사고 26살에는 결혼을 하고 28살에는 애가 둘인 애엄마였다. 누가 알려주기라도 한 것처럼 술술 적었었다.
지금 29살인 나는 그때의 계획처럼 직장도 불안정하고 차도 없고 집도 없다. 중학생 때만 해도 뉴스에서 인터뷰를 하는 사람들을 보면 23살이면 엄청난 어른이겠다 싶었는데 엄청난 오해였다. 23살이면 대학 졸업을 앞둔 대학생일 뿐이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나는 27살이 되면 결혼도 하고 집도 있고 차도 있는 사람으로 계획했었다.
역시 사람의 인생은 계획대로 되지 않는 것일까. 29살이 된 지금의 나는 어떤 직업을 나의 직업으로 갖는 것이 맞는지 무슨 일을 해야 행복한지 고민하고 차를 살 돈도 없으며 집을 산 돈은 더욱 없다. 어른의 모습을 상상하면서 29살의 내가 직장을 다니고 있지만 또 다른 직장을 찾기 위해 고민하는 모습은 없었다.
41살이 된 동료도 10년이 넘게 근무하던 병원을 그만두고 새로운 직업을 가지면서 또 새로운 일을 찾기 위해 고민하는 모습을 보니까 나이가 중요하지 않고 어른의 모습은 고민이 없을 거라 상상했던 어린 시절의 나, 참으로 세상을 모르는 순수함으로 살아가던 때가 그립다.
29살이 되고 나서 내가 자라오면서 받은 교육에서는 인생을 살면서 마주하게 되는 고민을 해결하는 방법보다 나누기를 어떻게 하면 맞출 수 있는지, 토익을 어떻게 하면 900점이 넘는지, 정말 좋은 성적을 받기 위한 공부만 가르침을 받았다. 대학에서 조차 학점을 잘 받기 위해서 무임승차를 하는 팀원의 이름을 누락하는 것을 보면서 경쟁사회에서 내 이름을 걸고 평가받는다는 것에 목숨을 건 사람들이 무서워졌다.
대학은 회사를 다니기 위해 가는 곳은 아니지만 사회로 나가기 전에 조금 더 지혜롭게 사회인이 되는 방법을 미리 경험할 수 있는 과목들이 생기면 좋겠다.
높은 학점이 좋은 인성을 뒷받침하는 것은 아니니까.
좋은 인성을 가진 인격체로 성장하기 위해서 과연 어떠한 교육이 필요했을까. 그런 인격을 가졌다면 진로에 대한 고민을 조금 더 지혜롭게 해결 할 수 있는 능력도 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