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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헤다 Aug 10. 2022

고정관념의 반대말은?

존중은 존중받을만해서 존중하는 것이 아니다.

 고정관념이란 건 참으로 무섭다. 그저 내 앞에서 왼손으로 밥을 먹는 나와 친한 어떤 사람도 어색하게 느껴지게 만든다. 요즘은 그런 인식이 거의 없어졌지만 남자가 부엌에서 가사 일을 하는 것도 어색한 일이었다. 일종의 남자가 하는 역할과 여자가 하는 역할에 대한 구분도 고정관념이다. 남자는 파란색, 여자는 빨간색으로 표현되는 것도 고정관념이다. 남자가 빨간색 혹은 핑크색 옷을 입거나 신발을 신으면 이상하게 바라보는 것은 아직도 여전하다.  


 어렸을 적 합창단에 들어가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어린이와 청소년들 위주로 구성된 합창단에서 남자 단원은 어쩌다 한 명 정도다. 그나마 그 한 명도 편견에 휩쓸린다. 남자답지 못한 존재가 될 가능성이 아주 높다. 남자가 합창단 활동을 하는 것이 그 예전에는 이상한 일이었다. 머리를 기르는 것도 마찬가지다. 여자는 머리를 길게 해야 하고, 남자는 짧게 해야 한다. 머리 길이가 반대로 되어도 우리는 불편함을 갖게 된다. 세상 모든 곳에, 모든 영역에 그런 고정관념들이 자리 잡고 있다.  그렇다면 고정관념의 반대는 뭘까? 혁신과 개혁일까? 일부러 반대로 하고, 무언가에 대해서 새롭게 도전하는 것이 고정관념의 반대일까? 고정관념을 무너뜨리는 것이 고정관념에 대한 바른 자세일까? 그래서 나도 한때 머리를 길게 기르기도 하고, 여러 가지 색깔로 염색을 해보기도 했다. 그렇다고 고정관념에 대해 바뀌지 않았다. 그저 주변 사람들에게 이상한 사람으로 보였을 뿐이었다. 


 고정관념의 반대말은 <존중>이다. 단어의 뜻으로 보자면 존중과 짝을 이루며 반대쪽에 있어야 할 단어는 "무시" 정도가 될 듯하다. 어떤 면에서는 고정관념도 무시의 영역이라고 볼 수 있다. 그 자체의 고유한 가치를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나와 다르면 잘못된 것이고, 기존에 해왔던 것들과 다르다면 그 또한 잘못된 것으로 여긴다. 그것은 어떤 면에서 일종의 ‘무시’다. 고정관념은 그 대상을 그대로 볼 수 없는 것이다. 존중은 고정관념이라고 여기는 영역들에 대해서도 충분하게 인정하고, 반대로 고정관념이라고 여기는 것의 반대되는 영역들에 대해서도 충분하게 인정하는 것이다.  


 내성적인 사람은 조용한 게 당연한 거고 외향적인 사람은 좀 시끄럽다. 그렇다고 내성적인 사람이 언제나 변함없이 조용하고 표현을 하지 않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외향적인 사람도 늘 겉으로 표현하고 에너지가 넘쳐야만 하는 것 역시 아니다. 내 기준으로 누군가를 보고 그 기준에 맞지 않으면 잘못되었다고 생각하는 것은 고정관념과 동시에 존중하지 못하는 거다.  


 존중은 존중받을만해서 존중하는 것이 아니다. 내가 동의하는 것에 대해서 존중하는 것은 존중이 아니다. 당연한 것이다. 내가 동의할 수는 없지만 그럼에도 인정해 주는 것이 존중이다.  


 아주 흔하게 우리는 이런 반응을 한다. 

 "저건, 좀 아닌 것 같은데…" 

 "저런 행동은 잘못된 것 같은데…"

 내가 생각하는 것과 다를 때 그렇게 반응한다. 물론 분명한 기준은 있다. 다른 누군가에게 피해를 끼치면 그건 어떻게 되었든지 잘못된 것이다. 그것은 존중할 이유가 없다. 그런 영역까지 존중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건 고정관념이 아니라 그저 잘못된 것이다. 전혀 다른 차원으로 생각할 수도 있다. 지금의 기준에서 명백하게 잘못된 것도 나중에 시간이 흐르면 잘못이 아니게 될 수도 있다. 그와 같은 차원에서 아주 옛날에는 당연하고 문제가 없던 것이 지금 현재에 와서는 큰 문제가 되는 경우도 있다. 양반 제도 같은 것이 대표적인 예다. 옛날에는 양반과 상놈이라는 계급이 당연한 반상의 도리였다면 지금 현시대의 사람들은 그런 것을 미개한 것으로 볼 수도 있지 않은가. 


 존중은 어렵다. 나와 맞지 않아도 해야 하고, 나보다 경험이 적은 누군가에게도 해야 한다. 나보다 학벌이나 배움이 적은 사람에게도 해야 하고, 다른 지역이나 문화권, 다른 나라에 사는 사람에게도 해야 한다. 정말 자연스럽고 당연한 것임에도 쉬운 일은 아니다. 고정관념을 벗어난 열린 마음과 열린 사고는 바로 그 존중에서 시작된다. 세상이 넓고 다양한 것에 대한 배움과 성장은 단순히 그것을 경험한 것으로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존중해야 배우고 성장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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