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이 빛나는 이유는 실패를 겪어서다
몇 년 전, 지인이 직접 만든 마카롱을 먹어봤다. 정말 대박이었다.
'진짜 직접 만든 거라고?'
겉으로는 대단하다고 했지만 속으로는 믿기지 않았다.
마카롱은 제과의 영역, 전문가의 영역 아닌가?
평소 요리를 즐기는 나는 근거 없는 자신감에 차 있었다.
'난 요리 천재인데(어디서 온 자신감인지 모르겠다), 마카롱쯤이야.'
특히 그가 만든 유자 마카롱은 시중에서 찾을 수 없었다.
아몬드 풍미에 유자향이 가득한 그 맛. 직접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했다.
유튜브에서 레시피를 찾고, 전문 식자재를 사고, 자신만만하게 도전했다.
결과는? 사진 속 깨진 마카롱들이 말해준다.
예쁘게 부풀어 올라야 할 녀석들이 여기저기 갈라지고 깨졌다.
성공한 것보다 실패한 게 더 많았다.
물론 크림에 찍어 먹으면 맛은 비슷하다. 하지만 제대로 된 마카롱을 먹어본 사람은 안다.
그 차이가 하늘과 땅이라는 걸.
잘 만든 마카롱의 핵심은 식감이다.
처음 치아에 닿을 때 폭신함과 바삭함이 동시에(이게 핵심이다) 느껴져야 한다.
약간의 끈적임은 있되 달라붙으면 안 된다. 딱 그 정도.
원래 극단은 쉬워도 '딱 그 정도'는 고수의 영역이다.
그런데 생각해 보니, 마카롱 명장들도 처음부터 완벽했을까?
아니다. 그들도 수없이 깨뜨리고, 태우고, 망쳤을 것이다.
우리가 흔히 쓰는 WD-40 스프레이. 이름의 의미를 아는가?
'Water Displacement, 40th formula'.
즉, 39번의 실패 끝에 40번째 만에 성공한 포뮬러라는 뜻이다.
실패의 횟수를 제품명에 자랑스럽게 새긴 것이다.
심리학자 캐럴 드웩(Carol Dweck)은 이를 '성장 마인드셋'이라 불렀다.
실패를 무능의 증거가 아닌 성장의 과정으로 보는 관점이다.
NBA 역사상 가장 많은 슛을 성공시킨 코비 브라이언트는 동시에
가장 많은 슛을 실패한 선수이기도 하다. 그는 말했다.
"나는 9,000번 이상 슛을 놓쳤다. 그게 내가 성공한 이유다."
노벨상 수상자 사무엘 베케트(Samuel Beckett)의 문장이 떠오른다.
"시도했다가 실패했는가? 상관없다. 다시 시도하라. 다시 실패하라. 더 나은 실패를 하라."
매장에 예쁘게 진열된 마카롱을 보면, 그 뒤에 버려진 실패작들이 보인다.
아니, 보여야 한다. 그 실패들이 쌓여 완벽한 한 개가 탄생하는 것이다.
몇 년이 지나 그 사진을 다시 본다.
브런치 작가가 되려고 3번 도전 끝에 합격했지만, 막상 들어와 보니 놀라운 글들이 넘쳐났다.
작가 부심이 생길 줄 알았는데 오히려 자존감이 떨어졌다.
그때 이 깨진 마카롱 사진이 말을 건넨다.
'봐, 나도 수없이 깨졌어. 그래도 계속했잖아.'
인류학자 클로드 레비스트로스(Claude Lévi-Strauss)는
"과학자는 옳은 답을 주는 사람이 아니라 옳은 질문을 하는 사람"이라고 했다.
실패할 때 우리가 물어야 할 질문은 "왜 나는 못하지?"가 아니다.
"이 실패가 나에게 무엇을 가르치는가?"다.
내 마카롱 만들기는 얼마 못 가 끝났다. 제과 명장이 꿈은 아니니까.
하지만 그 실패는 내게 중요한 걸 가르쳤다.
모든 완성품 뒤에는 실패의 잔해가 있다는 것.
그리고 그것이 부끄러운 게 아니라 자연스러운 과정이라는 것.
글쓰기도 마찬가지다. 내 목표는 유명 작가가 되는 게 아니다.
내 이야기를 하는 것, 누군가에게 작은 위로와 격려가 되는 것, 무엇보다 쓰는 것 자체가 좋은 것.
오늘도 나는 실패할 것이다. 문장이 삐뚤어질 것이고, 은유가 어색할 것이다.
하지만 괜찮다. 깨진 마카롱도 먹을 수 있듯이, 서툰 글도 누군가의 마음에 닿을 수 있으니까.
실패가 없다면 성공도 빛나지 않는다. 상처가 있어야 별이 더 밝게 보이는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