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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헤다 Sep 05. 2022

훌륭함은 평소에 드러나지 않는다

성장은 원활함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불편함에서 온다

 평소에 괜찮은 사람처럼 보여도 극한의 상황이 찾아오면 달라진다. 그래서 어떤 사람의 진면목을 알기 원한다면 함께 여행을 떠나라는 말이 있나 보다. 여행을 함께 가면 여러 가지 변수와 돌발 상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어려운 일들, 해결하기 불편한 상황들이 펼쳐지기 때문에 그에 대응하는 모습을 보면서 어떤 사람의 성향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평소에 온화하고 친절하고 착하게 보이는 사람도 위기 상황을 접하면 돌변하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애초부터 성격이 급하거나 화를 잘 내거나 좌충우돌하는 사람이 위기 상황을 접했을 때에 변함없이 잘 대처하지 못한다면 그러려니 하겠지만 평소에 차분한 사람이 위기 상황에서 대처하지 못하는 것을 보면 의외이기도 하다. 좀 격하게 표현하자면 쓰고 있던 가면이 벗겨지는 순간인 셈이다. 

 평상시에서의 모습이 진짜 모습인지, 아니면 위기 상황에서의 모습이 진짜 모습인지 규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 사람이 정말 훌륭한지 아닌지는 위기 상황에서 정확하게 드러난다.  


 몇 해 전에 나도 그런 경험을 실제로 해봤다. 아는 후배 두 명과 여행을 간 적이 있다. 약 2주 정도 간 여행에서 느꼈던 것은 '역시 사람은 겪어봐야 안다는 것'이었다. 두 명 중의 한 명은 평소보다 더 열정적이었고 상대방을 배려했다. 하지만 다른 한 명은 홈스테이를 하는 숙소가 좀 좋지 않은 것 때문에 생각 이상으로 격분했다. 많이 의외였다. 자기 혼자만 처해지는 상황도 아니고, 심각할 정도로 문제가 있는 숙소도 아니었다. 그 외에도 여러 가지 일들이 있었지만 구구절절 표현할 필요도 없다. 사람은 어려운 상황, 힘든 상황이 되면 그 진면목이 확실히 드러난다.  


 평상시에 친절하고, 평상시에 미소를 짓고, 여유로운 말과 행동을 하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다. 그것은 아주 당연하기 때문이다. 혹시라도 평상시에도 그러지 않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치료를 받아야 할 대상이다. 그리고 그런 사람이 주위에 있다면 만나지 않는 것이 훨씬 더 좋다. 한마디로 평상시에 별다르지 않게 행동하는 것은 그렇게 어려운 미션이 아니라는 뜻이다. 평상시의 모습으로 누군가 훌륭한지, 성품이 좋은지, 착한지 악한지의 여부를 알 수 없다. 위기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행동하느냐가 진짜 훌륭함을 알 수 있는 순간이다.  


 자, 그렇다면 그런 개념을 나 스스로에게 좀 더 적극적으로 적용해보면 어떨까? 어려운 위기 상황을 맞닥뜨린다면 이렇게 생각하면 좋을 것 같다.

 '이 순간은 내가 훌륭해질 수 있는 멋진 상황이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스스로 알아볼 수 있는 순간이다.'

 그건 다른 누군가에게 증명하고 보여주려는 것은 아니다. 그것이 나쁜 것은 아니지만 진짜 중요한 것은 내가 잘 돌파하는 것이다. 


 이 주제의 내용을 이전에 간략하게 써 놓았다가 서랍에 방치해 두고 있었다. 그리고 난 오늘 어떤 업무를 진행하다가 실패하고 막혀서 멘붕이 와버렸다. 마음속의 분노를 가라앉히고 글을 써야겠다 싶은데 제목이 딱 눈에 들어왔다. 훌륭함은 평소에 드러나지 않는다는 것. 지금 짜증 나고 화가 나는 이 순간에 반대로 뒤집는 생각들을 떠올리는 것은 쉽진 않지만 그렇게 하면 대단한 힘을 발휘한다. 그런 것을 다른 표현으로 <격>이라고 한다. 내가 격이 다른 사람이 되는 것은 바로 그 순간의 내 태도다. 매번 타인에 대한 <격>은 그렇게 잘 살펴보면서, 자기 자신에 대한 <격>은 살펴보는지 모르겠다. 극한의 상황이나 위기가 오거나, 너무나도 억울하고 불합리한 상황이 올 때, 슬퍼하거나 괴로워하거나 분노하는 것도 가능하지만 한번 반대로 생각하며 다짐해보자.  

 "드디어 올 게 왔구나!"

 늘 그렇듯이 성장은 원활함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불편함에서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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