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를 미리 상상하는 것의 힘
"후회를 미리 가져와 볼까?"
후회를 미리 가져오라는 것이 무슨 의미일까?
간단하다. 뻔히 좋지 않은 결과를 미리 생생하게 상상해 보는 것이다.
나는 15년간 피웠던 담배를 하루아침에 끊었다. 첫째 아이의 임신 소식을 들은 날이었다.
그날 나는 미래를 봤다. 내가 계속 담배를 피우다가 폐암에 걸려 산소호흡기에 의존하는 모습.
간접흡연으로 내 아이가 천식으로 고생하는 모습. 그 상상만으로도 숨이 막혔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부정적 미래 시각화(Negative Future Visualization)'라고 부른다.
고대 스토아 철학자들이 사용했던 '프레메디타티오 말로룸(Premeditatio Malorum)',
즉 '악의 사전 명상'과 같은 개념이다.
담뱃갑의 혐오 사진이 왜 있을까? 흡연자에게는 금연 효과가 20%에 불과하지만, 비흡연자의 흡연 예방 효과는 80%에 달한다. 차이는 뭘까? 흡연자는 '나는 예외'라고 믿지만, 비흡연자는 '저렇게 될 수 있다'라고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담배를 끊고 싶지 않을 때 우리는 합리화의 천재가 된다.
"네팔의 100세 할머니는 매일 한 갑씩 피웠대."
"처칠도 시가를 피우고 90까지 살았잖아."
하지만 이건 복권 당첨자만 기억하는 것과 같다. 담배로 일찍 죽은 수백만 명은 보지 않는다.
술도 마찬가지다. 필름이 끊긴 다음 날
"다시 마시면 개다"라고 맹세하지만, 금세 잊는다.
왜? 그 고통을 추상적으로만 기억하기 때문이다.
행동경제학자 리처드 탈러(Richard Thaler)는 '현재 편향(Present Bias)'을 지적한다.
우리는 미래의 고통을 과소평가하고 현재의 즐거움을 과대평가한다.
해결책은? 미래의 고통을 현재로 끌어오는 것이다.
"오늘도 과음하면 내일 아침 7시 회의에서 어떤 모습일까?"
"또 헛소리하고 동료들에게 민폐 끼치겠지."
"애들 앞에서 추태 부리는 아빠가 되겠지."
이렇게 구체적으로 상상하면 "오늘은 맥주 두 잔만"이라는 결정이 가능해진다.
다이어트 실험이 흥미롭다. 날씬한 모델 사진을 붙인 그룹보다 자신의 뚱뚱한 사진을 붙인 그룹이 다이어트 성공률이 높았다.
왜? '저렇게 되고 싶다'보다 '저렇게 되돌아가기 싫다'가 더 강력한 동기이기 때문이다.
심리학자 가브리엘 외팅언(Gabriele Oettingen)의 'WOOP 기법'도 이를 활용한다.
Wish(소망)
Outcome(결과)
Obstacle(장애물)
Plan(계획)
긍정적 목표만 생각하지 말고, 장애물과 실패의 가능성도 미리 생각하라는 것이다.
결혼식을 앞둔 신부들의 다이어트 성공률이 왜 높을까?
"웨딩드레스가 안 맞으면?"이라는 구체적인 공포가 있기 때문이다.
이 방법은 나쁜 습관을 끊는 데만 유용한 게 아니다.
공부를 미루고 있다면?
"5년 후, 친구들은 다 취업했는데 나만 백수라면?"
"면접에서 아무것도 대답 못 하는 내 모습은?"
창업을 망설이고 있다면?
"10년 후에도 '그때 해볼걸' 후회하고 있다면?"
"평생 남의 꿈을 이루는 데만 시간을 쓴다면?"
"그걸 누가 몰라서 안 하나?"라고 말할 수 있다.
맞다. 아는 것과 하는 것은 다르다. 그래서 반복이 필요하다.
후회를 미리 가져오는 것도 훈련이다.
작가 팀 페리스(Tim Ferriss)는 '공포 설정(Fear Setting)'이라는 기법을 쓴다.
최악의 시나리오를 구체적으로 적어보고, 그것을 예방하거나 복구할 방법을 미리 계획하는 것이다.
단, 너무 몰입하지는 말자. 동기부여가 목적이지, 우울증이 목적은 아니니까.
미국의 시인 로버트 프로스트는 이렇게 썼다.
"숲 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고, 나는 사람이 적게 간 길을 택했다. 그것이 모든 것을 바꾸었다."
하지만 그가 쓰지 않은 것이 있다. 가지 않은 길을 선택했을 때의 후회를 미리 상상해 봤다는 것.
오늘도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면, 잠시 멈춰서 물어보자.
"이 선택을 하지 않으면, 1년 후 나는 무엇을 후회할까?"
"이 선택을 하면, 1년 후 나는 무엇을 후회할까?"
후회를 미리 가져오는 것. 그것이 후회 없는 삶을 사는 가장 현명한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