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일상의 레벨은 어느 정도인가?
지구 반대편에서 전쟁이 시작되었다. 전쟁을 겪었던 대한민국의 국민이지만 직접 겪지 않은 사람으로서는 그 전쟁이 강하게 와닿지 않는다. 그렇게 시작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 소식이 연일 끊이지 않는다. 그에 더해서 코로나로 인한 경제적인 위축들이 겹쳐서 국제유가가 한동안 치솟았다.
자동차 연료에 포함된 세금이 전체 연료 가격의 40%가 되니 대한민국에 사는 사람의 입장으로는 유류비의 증가는 정말 더 크게 다가온다. 휘발유로 대표되는 자동차용 연료는 말 그대로 일반 대중들의 삶과 아주 밀접하다. 밥상 물가와 더불어서 삶의 여유로움과 퍽퍽함을 결정하는 아주 중요한 잣대라고 볼 수 있다. 그런 휘발유 가격에 대해서 우리는 어떻게 반응할까?
아주 특이한 현상을 보게 된다. 휘발유 가격이 일정 범위를 벗어나면 곧바로 언론에서 보도를 한다.
"휘발유 가격 리터당 100원 인상"
이런 헤드라인을 시작으로 관련된 기사가 쏟아져 나온다. 그 뒤를 이어서 그로 인해 파생되는 여러 가지 영향들을 이야기한다. 연쇄적으로 어떤 부분에서 비용이 추가될지 안내하고 여러 가지 경제적인 동향들을 미리 안내한다. 그런 뉴스를 접하면 마음이 어떨까? 일단 가장 먼저 짜증이 난다. 언론에서 난리를 피우는 만큼 내 마음도 머릿속도 일상도 난리가 난 듯하다.
그런데 좀 이상하다. 반대로 휘발유 가격이 내려가면 어떻게 될까? 역시 언론에서도 다룬다.
"내일부터 휘발유 가격이 리터당 100원 내려갑니다."
이렇게 말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휘발유 가격이 내려갈 때에는 그렇게 파생되는 여러 연쇄효과를 관련 기사로 쏟아내지 않는다. 내가 기억을 못 하는 것일까? 휘발유 가격이 내려가면 어떤 물가가 안정되고, 어떤 제품이 가격이 내려가는지 알려주는 것을 들어보지 못했다. 대신 내려가면 또 안 좋을 뭔가를 설명한다.
정작 나 자신도 그렇다. 100원이 올라갈 때에는 뭔가 큰일이 난 것 같고, 먹고 싶은 것도 좀 참아야 할 것 같고, 방안의 형광등을 쫓아다니면서 꺼야 할 것만 같았다. 에어컨을 돌리는 시간도 더 줄여야 하고, 왠지 라면을 끓일 때에 사용하는 가스도 아끼겠다고 좀 꼬들라면으로 만들어 먹어야 할 것 같다.
반면 100원이 내려간다는 소식은 그렇게 뜨겁게 반응하지 않는다. 그저 좀 다행이다 싶은 마음이 들거나 이제 좀 살만 하겠다는 마음이 생길 법도 한데, 전혀 그렇지 않다. 마음이라는 것이 참 신기하고 어떤 면으로는 간사하다. 그 이면에는 어떤 것을 얻는 것에 대한 감정보다 어떤 것을 잃고 손해 보는 것에 대한 감정이 더 민감한 것이 있는 걸까?
비슷한 상황이 역시 존재한다. 미세먼지가 아주 나쁜 상황이 지속되면 연일 언론에서 난리가 난다. 지구온난화부터 세계 곳곳을 비추고, 특히 중국의 상황들을 말하면서 심각성을 말한다. 그런 뉴스를 접한 나는, 정부의 환경 정책이 문제라고 생각한다. 이대로는 안될 것 같고 뭔가 행동을 해야 할 것 같다.
반대로 미세먼지가 없이 맑은 날씨가 되면 어떨까? 정부에게 감사하는가? 아니면 모래를 덜 날려준 중국을 향해서 절이라도 하는가? 그러지 않는다. 아주 당연하게 생각한다. 맑고 깨끗한 날씨가 당연하게 주어져야 하는 것처럼 말이다. 얼마 전까지 세상이 다 끝장난 것처럼 괴로워하다가도 날씨가 맑아지는 순간 내 마음속의 미세먼지도 사라지는 셈이다.
비가 쏟아지면 궂은 날씨에 짜증을 부린다. 우산을 들고나가지 않았을 때에는 기상청까지 소환해서 짜증과 화를 쏟아낸다. 하지만 맑은 날씨가 되었다고 일기예보를 전하는 사람들에게 감사하거나 팔짝 뛰면서 기뻐하지 않는다.
아주 당연한 것들을 우리는 지금도 수없이 누리고 산다. 아주 작은 것부터 말이다. 하지만 우리는 그 모든 것들에 대한 감사한 마음 없이 조금이라도 균열이 생기면 불평하고 분노를 한다. 삶의 질은 바로 그 지점에서 달라진다. 삶의 질은 현금 보유량에 따라서 달라지는 것이 아니다. 삶의 질은 강남에 사느냐 강북에 사느냐로 달라지는 것이 아니다. 지옥은 더 땅 속 깊은 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 기본적으로 자기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다. 그런 작은 차원에서부터 감사하고 누린다면 그냥 질 좋은 삶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아예 다른 차원의 삶을 사는 셈이다.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일상이지만 그 일상도 다른 차원으로 충분하게 살아낼 수 있다. 바로 어나더 레벨(Another Level)이다. 난 지금 어나더 레벨인가? 아니면 그냥 노멀 레벨(Normal Level)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