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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헤다 Aug 20. 2022

잘못된 비교

누군가의 과정을 나는 잘 모른다

 쿡방이 온 나라와 모든 채널을 점령하던 때가 있었다. 그리 오래된 일은 아니다. 그렇다고 쿡방이라는 콘텐츠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우리가 아주 잘 아는 맛집을 탐방하고 소개하는 프로그램은 쿡방의 시작이라고 볼 수 있다. 맛집의 역사와 전통부터 특별한 레시피의 일부까지 소개하기도 하고, 찾아간 출연자가 맛집 사장님과 만담을 나누는 것도 볼거리였다. 찾아온 손님들의 인터뷰도 개성이 있고 재미이었다. 하지만 본격적인 쿡방으로 이끌지는 못했다. 그러던 쿡방의 영역이 넓어진 것은 전반적인 흐름도 있었겠지만 영향력이 있는 스타 셰프들의 역할이 결정적이었다고 생각된다. 최현석, 샘킴을 중심으로 한 셰프들도 활발하게 활동을 했고, 이후에는 이연복과 같은 내공이 깊은 사람들도 함께 하면서 콘텐츠를 더 다양화했다. 그에 더해 우리나라의 요식업계를 평정한(?) 백종원의 등장과 활약으로 정점을 찍고 있다고 봐도 좋다.  


 그러면서 시작된 셰프 신드롬은 많은 청소년들이 셰프라는 길을 도전하게 만들었다. 정말 많은 청소년들이 요리학원에 등록하고 스스로 요리 관련 콘텐츠로 유튜브를 하기도 했다. 그러고 나서 정말 많은 요리사가 배출이 되었을까? 물론 그렇게 말하기에는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하겠지만, 도전을 했던 많은 친구들이 중도 포기하게 된다. 그 이유는 아주 자명하다. 멋지게 칼질을 하고, 소금을 뿌리는 퍼포먼스를 하고, 또 멋지게 플레이팅이 된 요리들을 보면서 가슴이 뛰었음은 분명하다. 그리고 자기 자신도 그렇게 되고 싶어서 도전을 한 것이다. 하지만 그런 퍼포먼스를 하는 요리의 과정보다 더 중요한 것은 요리를 하기 전과, 하고 나서의 정리다. 정작 요리를 본격적으로 하는 시간보다 그 과정의 시간이 훨씬 길고 고되다는 것을 미처 몰랐던 것이다. 스타 셰프들의 멋진 점을 부러워했지만 정작 그 과정을 부러워한 것은 아니었으니까. 그들의 노력의 결과만을 보았으니까 과정을 겪으면서 버거웠던 것이다. 요리를 하기 위해서 준비하는 엄청난 과정의 재료 준비와 주방 세팅, 그리고 마친 후의 정리와 설거지, 음식물 쓰레기를 정리하는 일은 별로 하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비단 셰프가 되려는 요리의 세계만 그럴까? '하얀 거탑'. '슬기로운 의사생활' '낭만 닥터 김 선생'으로 대표되는 의학드라마도 비슷한 역할을 했다. 멋진 의사 가운을 입고 어려운 용어를 불러대면서 사람의 생명을 구하는 의사의 모습은 청소년들 뿐 아니라 그 어느 누가 봐도 멋지지 않은가? 심지어 그런 의사로서의 능력만 있는 것이 아니라 인간적인 면모와 멋진 도전들, 심지어 로맨스까지 있으니 정말 최고의 직업처럼 보이는 것은 당연하다 싶다. 하지만 일단 의사라는 직업에 도전하는 자체부터 험난하다. 의사는 하고 싶어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일단 의대라는 곳으로 진학하는 것부터가 난제다. 진학을 해도 오랜 시간 수련의 과정을 거쳐야 하고, 설령 전문의까지 되어도(전문의가 되지 않아도 물론 의사를 하겠지만) 그 이후의 과정이 험난하다. 오죽하면 의사를 3D업종이라고까지 말할까. 물론 사람을 살리는 일, 건강하게 만드는 일이라는 가치 차원과 경제적인 수준의 차원에서는 훌륭한 직업 중의 하나이지만 말이다.  


 그런 과정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영역이 대부분이겠지만, 그중에서 가장 도드라지면서 만만하게 보는 영역은 가수를 중심으로 한 음악의 영역이다. 오디션 프로그램과 다양한 음악 프로그램은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과 도전을 준다. 그리고 멋지지 않은가? 무대 위에 올라서서 사람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으면서 노래한다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멋진 일이다. 아마 오디션 프로그램 덕분에 그 열기가 더 올라가지 않았나 싶다. 슈퍼스타 K, Kpop-Star 같은 프로그램을 시작으로 웬만한 방송사에서 그런 오디션 프로그램을 시도했으니 말 그대로 기회가 여기저기에서 열린 셈이다. 이전에는 기획사를 통해서 제대로 가공되고 증명된 사람들만의 전유물이었던 가수의 영역이 말 그대로 오디션을 통해서 일반인도 가능하다는 인식을 주었던 것이다. 물론 일반인이 도전하는 것은 아주 오래전부터 <전국 노래자랑>이라는 프로그램이 있었지만 본격적인 오디션 프로그램의 규모에 비할바는 아니었다.  


 오디션 프로그램을 시청했다면 아마도 잘 알 것이다. 도전했던 참가자들이 모두 노래를 잘하는 것이 아니었다는 것을. 심지어 잘하지 못하는 수준이 아닌, '왜 나왔지?'라고 생각이 될만한 참가자들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그들은 왜 그랬을까? 정말 자신이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해서였을까? 맞다. 그들은 충분하게 그렇게 생각했다. 그렇게 만만해 보였던 것이다.  


 일단 가수로 활동하는 사람들, 더 나아가 아이돌로 활동하는 사람들은 아주 오랜 시간 트레이닝 과정을 거친다. 심지어 트레이닝을 하기 전에도 아주 훌륭하고 괜찮은 실력들을 갖춘 사람들이다. 오랜 트레이닝을 거치면 그냥 끝일까? 그렇지 않다. 그렇게 오랜 시간 고생을 해도 데뷔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외모가 수려하다는 것만으로 선택되어서 트레이닝을 할 수 있을까? 그런 경우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겠지만 트레이닝으로 안되면 말 그대로 폐기다.  


 그렇다면 오디션에 도전한 일반인들은 운이 좋았을까? 아니다. 오디션에서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둔 사람들은 이미 오랜 시간 혼자서든 인디활동을 통해서든 트레이닝을 하고 내공을 쌓았던 사람들이다. 아주 오랜 시간 힘들게 말이다.  


 다른 사람들의 성과나 성공에 대해서는 우리는 가볍게 본다. 쉽게 이룬 것 같다. 왜냐하면 실제로 겪어보지 않아서다. 그리고는 쉽게 평가절하한다. 과정을 보는 것이 아니라 결과만 봐서 그렇다. 노력의 결과만으로도 우리는 충분히 박수를 보내야 한다. 하지만 우리는 과정을 잘 모른다. 설령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 대략 알 수는 있어도 그 과정의 깊이와 세세한 마음까지는 당연하게 모른다.  


 우리의 일상에서도 다르지 않다. 다른 사람이 하고 있는 일, 어떤 직업에는 다 그에 따른 과정과 가치들이 분명하게 있다. 그래서 내가 아는 수준에서 말을 하거나 그런 태도로 상대방을 대한다. 존중은 내가 예의 바르고 내가 뭔가를 잘하는 것이 아니다. 존중은 내가 중심이 아닌 상대방이 중심이 되어서 행동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상대방에게 굽히라는 의미가 아니다. 상대방의 하는 일에 대한 이해가 되지 않고 판단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텔레비전을 보면서 아이돌들이 나와서 말도 안 되는 퀴즈를 틀리거나 수준이 좀 낮은 듯한 행동을 하면 아주 쉽게 입에서 내뱉는 말이 있다. "저런 사람이 어떻게 TV에 나올 수 있지? 나도 저 정도는 하겠다 뭐." 이런 류의 비꼬는 말들 말이다. 사실 그럴 수 없다. 그 사람은 충분히 그럴만한 자격을 갖추어서 그 자리에 있는 것이다.  


 다른 사람이 보여주는 결과만을 보면서 생각하지 말고 그 거쳐온 과정이 있다는 것을 한 번쯤 더 생각하면 잘못된 비교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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