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은 원활함이 아닌 불편함에서 온다
평소엔 괜찮아 보이던 사람도 극한 상황에서는 달라진다.
그래서 누군가의 진면목을 알고 싶다면 함께 여행을 떠나라고 하나 보다.
변수와 돌발 상황 속에서 그 사람의 진짜 모습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몇 해 전, 후배 둘과 2주간 여행을 갔다.
'역시 사람은 겪어봐야 안다'는 걸 뼈저리게 느꼈다.
한 명은 평소보다 더 배려심이 깊어졌다.
다른 한 명은? 홈스테이 숙소가 기대에 못 미친다며 예상외로 격분했다.
혼자만의 문제도 아니었고, 심각한 수준도 아니었는데 말이다.
평소의 온화함은 온데간데없었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스트레스 테스트'라고 부른다.
압력이 가해질 때 비로소 진짜 모습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다이아몬드와 석탄의 차이도 압력을 어떻게 견뎠느냐에 있다.
평상시에 친절하고 미소 짓는 건 누구나 할 수 있다.
당연한 일이니까. 만약 평상시에도 그러지 못한다면, 그건 다른 문제다.
중요한 건 위기가 왔을 때다.
심리학자 마틴 셀리그만(Martin Seligman)은 '학습된 무기력' 실험으로 유명하지만,
더 중요한 발견을 했다.
같은 스트레스 상황에서도 어떤 개체는 무기력해지고, 어떤 개체는 오히려 더 강해진다는 것.
그 차이가 '회복탄력성(Resilience)'이다.
나도 오늘 그런 순간을 맞았다. 진행하던 업무가 막혀 멘붕이 왔다.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그때 서랍 속에 묵혀둔 이 글 제목이 눈에 들어왔다.
'훌륭함은 평소에 드러나지 않는다.'
아이러니했다. 내가 쓴 글이 나를 가르치고 있었다.
니체는 "나를 죽이지 못하는 것은 나를 더 강하게 만든다"라고 했다.
하지만 그건 자동으로 일어나지 않는다. 위기를 어떻게 해석하고 대응하느냐에 달려 있다.
스토아 철학자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는 전쟁터에서 이렇게 썼다.
"장애물이 길이 된다
(The impediment to action advances action. What stands in the way becomes the way)."
그래서 나는 위기가 오면 이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드디어 올 게 왔구나!"
"이 순간이 내가 성장할 기회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진짜로 알아볼 시간이다."
이건 남에게 보여주기 위함이 아니다. 내가 나를 넘어서는 순간이다.
경영학자 나심 탈레브(Nassim Taleb)는 '안티프래질(Antifragile)' 개념을 제시했다.
깨지기 쉬운 것(Fragile)의 반대는 견고한 것(Robust)이 아니라,
스트레스를 받을수록 더 강해지는 것이라는 거다. 뼈가 부하를 받을수록 단단해지듯이.
위기는 우리의 '격(格)'을 드러낸다. 남의 격은 쉽게 평가하면서, 정작 내 격은 돌아보지 못한다.
억울하고 불합리한 상황이 올 때, 슬퍼하고 분노할 수도 있다. 당연한 감정이다.
하지만 한 발짝 물러서서 생각해 볼 수도 있다.
"이것이 나를 단련시킬 아령이구나."
헬스장에서 무거운 바벨을 들 때 근육이 찢어진다.
그 미세한 손상이 회복되면서 근육은 더 강해진다. 마음의 근육도 마찬가지다.
심리학자 켈리 맥고니걸(Kelly McGonigal)의 연구가 흥미롭다.
스트레스를 '해롭다'라고 믿는 사람은 실제로 건강이 나빠지지만,
'성장의 기회'로 믿는 사람은 오히려 더 건강해진다는 것이다.
평온할 때는 누구나 훌륭할 수 있다. 진짜 훌륭함은 폭풍 속에서 드러난다.
오늘도 위기가 찾아왔다면, 축하한다. 당신이 한 단계 성장할 기회가 왔으니까.
성장은 원활함에서 오지 않는다.
불편함을 견디고 넘어설 때, 우리는 비로소 훌륭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