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LaLa Jan 11. 2022

시험관만 하면 다 임신 할 것 같지?

난임 일기 (1) - 시험관을 준비하며 

살면서 자신의 '세포'에 대해서 생각해 볼 수 있는 날은 얼마나 될까.

고작 해봐야 '체력'이 떨어졌다고 느낀다던가. 

"예전 같지 않네"라고 과거의 나와의 비교만 있을 뿐. 


내 세포가 잘 형성되고 생성되고 있는지 신경 쓸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나의 세포들은 안녕하신지?


나는 '아기 만들기' 프로젝트에 들어서게 되면서. '난임 병원'에 다니고 있었다. 

그리고 그 프로젝트의 서브명은 '건강한 세포' 만들기였다. 건강한 난자를 생산(?)하는 일이다. 


인기를 끌던 웹툰 '유미의 세포들' 은 TV 드라마로도 제작되었다. 나 또한 '유미의 세포들'을 즐겨보던 사람 중의 한 명이었다. 


그 웹툰에서는 세포들이 의인화되어 머릿속에서 주인공의 상황에 따라 바쁘게 움직이는데, 사실은 세포라기보다는 감정을 더 잘 드러내는 디즈니 영화 <인사이드 아웃>과 비슷한 계류라고 볼 수 있다. 


실제로 세포들이 움직이는 걸 의인화 한 만화는 일본 만화 '일하는 세포' 블랙을 보면, 실제로 세포들이 의인화되어 몸속에서 움직이는 활동들을 볼 수 있다. 


하지만, 그또한도 의인화되었을 뿐이지. 누가 내 몸의 보이지도 않은 세포를 위해서 노력한 단말인가.


엄마가 되고 싶은 사람들이 그렇다. 

엄마가 되고 싶지만, 엄마가 되지 못한 사람들. 


어린 시절, 장래희망에 '엄마'라고 적는 친구를 이해하지 못했던 적이 있다. 한편으로는 은근 한심해하는 마음이 들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의 내가 그런 생각을 한 그때의 어린 나를 혼내주고 싶을 정도로, 이제는 희망사항이 되어버렸다.


난소 나이가 몇 살인가요?


정자왕 김구라는 나이가 50이 다 되었지만, 늦둥이를 낳았다. 

난소 왕 이지혜 씨도 난소 왕으로 통했지만, 시험관으로 둘째를 출산했다. 


정자의 경우에는 평생에 걸쳐 계속 만들어지지만, 난자의 경우에는 한정적이다. 난자의 개수가 정해져 있다. 그래서 '폐경'이라는 말 대신 이젠 '완경'이라는 말을 쓰도록 하는지도 모른다. 


난임 앞에 우리는 '난소 나이'를 알아야 한다. 내가 아무리 젊어도 난소가 나이가 많으면, 임신율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난소 나이란 구체적으로 뭘 뜻할까? 

보이지도 않는 난소의 나이를 어떻게 측정할까 궁금한 사람도 있을 것이다. (나처럼) 난소 나이는 항뮬러관호르몬(AMH) 호르몬 검사라고 볼 수 있다. 난포가 많으면 항뮬러관 호르몬 수치가 높고 난포가 적으면 수치는 적다. 


어리다고 놀리지 말아요 


호르몬 수치가 높다면 난포가 많다는 뜻이다. 하지만 그것이 난자의 질이 높다는 것은 또 아니다. 호르몬 수치가 마냥 높다고 좋아할 일도 아니다. 비정상적으로 난포가 많이 생성되면 '다낭성 난소증후군'이 된다.  난포가 많다고 배란이 잘 되는 것이 아니므로, 난소 나이가 어리다고만 해서 좋은 것도 아니다. 


어리다고 다 좋을 줄만 알았지만, 그렇지도 않다. 자신의 나이와 비슷한 난소 나이가 중요하다. 이처럼 내가 난소 나이에 급급해하고 있을 때, 친한 동생의 소식이 전해졌다. 


친한 동생을 분기별로 한 번씩 보다가 코로나로 보기 힘들어졌다. 겨우겨우 2시간 동안 시간을 빼서 동생을 만났는데, 글쎄 곧 난소 수술을 한다는 것이 아닌가. 아니 결혼도 안 한 처녀가 이게 무슨 일이야. (사실, 결혼이 무슨 상관이 있겠냐만은) 큰 수술을 앞두고 그녀는 다니던 회사도 그만두게 되었다. 회사 대표는 수술이 끝난 후 몸을 회복하고 나면 회사로 복직하라고 했지만, 그녀는 복직할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축복받지 못한 여자


시험관에 들어가기 전, 남편의 뜻대로 자연주기로 가기로 했다. 

자연주기란 말 그대로 배란 테스트를 하여 임의로 호르몬 수치의 피크를 확인하고, 수치에 따라 임신을 시도하는 것을 말한다. 


나는 '자연임신'이 얼마나 큰 축복인지. 얼마나 큰 복인지.

아무 생각 없이 임신이 되었다는 것이 얼마나 좋은 일인지 그전까지는 알지 못했다. 

그래서 결혼을 먼저 한 친구가 결혼을 늦은 나이에 하는 나에게  '속도위반'도 좋으니 얼른 '아이'를 가지라고 말했을 때도 이해하지 못했다. 


배란을 테스트하기 위해 2시간 동안 금식은 물론 물도 잘 마시지 못하고 시간을 정해서 테스트를 한다는 것이 회사를 다니면서 쉬운 일은 아니었다. 아차 하는 순간에 배란이 지나가거나 했기 때문이었다. 

 

다낭성 증후군이 있던 나에게 배란테스트기가 잘 작용하지 않은 것도 나는 자연임신의 축복을 받지 못한 것만큼이나 쓸쓸했다.


나는 그저, 축복받지 못한 여자가 되었다. 


부부 사이가 좋아서 아이가 잘 안생기는 걸까?


부부사이가 너무 좋으면 삼신이 질투를 해서, 아이가 안생긴다는 말도 있다. 

남편은 가만히 침대에 누워서 내 손을 잡고 이렇게 물어봤다


"우리가 사이가 너무 좋아서 아이가 안생기는 걸까?"


그런 말을 하는 남편의 마음 고생도 여간하구나 느껴졌다. 


일도 줄었는데 월급을 줄인다는 박명수의 말에, 코디가 했다는 말을 떠올렸다.


"그럼 뭐 , 일 많을 때는 돈 더 줬어요?" 


나는 무심하게 남편에게 대답했다.

 

"그럼, 맨날 그렇게 지지고 볶고 싸울때는 생겼나?"


그나저나 삼신은 드럽게 일을 못하는게 분명하다. 

아동학대 기사를 접하면 더 그런 느낌이 든다. 원하는 이들에게는 오지 않는 '아이'가. 

원치 않고 미숙한 사람들에게는 덜컥덜컥 잘 생긴다는 불합리성이 억울할때가 많았다. 


시험관 하면 다 임신할 것 같지? 


나의 착각. 남편의 착각. 모두의 착각. 

그것은 "결혼"을 하면 바로 "아이"가 생길 줄 안다는 것. 

그리고, "시험관"을 하면 다 아이가 생기는 줄 안다는 것. 

마지막으로, 의학의 힘으로 인공수정을 해서까지 '아이'를 가져야 하나. 에 대한 의문. 


결론부터 말하자면, 모든 것은 착각이다.

시험관은 난자와 정자를 '수정'만 시켜줄 뿐 

착상은 그야말로 "신의 영역"이라고 불린다. 


착상까지 척척 의료기술로 할 수만 있다면, 이 세상에 '난임'으로 고생하며 눈물을 흘리는 부부들은 없을 텐데. 

난임의 세계에서 시험관 1차에 턱 하니 아이가 생기는 것을 '로또'에 맞았다고 한다. 

로또에 맞는 것과 진짜 비슷하다고 생각한 것은, 검색해보면 1차에 임신이 된 사람들도 분명히 있다. 

그런데 내 주위에는 없다. 참, 로또 같다. 


우리 부부에게도 마찬가지였다. 

특히나 남편은 시험관이라는 '인위적'인 방법이 아닌 자연스럽게 아이가 찾아오기를 기대했다. 하지만, 결혼 6년 차를 달려가고 있는데도, 아이는 찾아오지 않았다. 


자연임신, 그리고 인공수정, 그리고 안되면 마지막 단계 '시험관'.이라고 생각했다.

시험관만 하면 바로 임신이 되는 줄 알고,

'아이'를 키운다는 마음을 준비하고 준비하고 '시험관' 앞에 서기까지 나는 나의 세포들이 늙어가고 있다고 생각하지 못했다.


그러던 중, 친한 친구가 시험관을 통해 임신에 성공했음을 알려왔다. 

난임 병원은 내가 1년이나 더 먼저 다녔는데. 

나는 이제, 더 이상 도망갈 수 없다고 느꼈다. 이제 두려움과 마주할 시간이 왔다. 


그리고 시험관을 결심한 내 앞에는 어마 무시한 주사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단지 이건 시작일 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