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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lageulp Aug 14. 2023

졸린JOLIN의 세계

수영복이 주는 정체성이란 무엇일까? (feat. 나의 수영복 역사)

새벽수영 일기 3


졸린JOLIN을 몰랐을 때

 수영복을 찾는 수요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생각해 보니 나는 매해 여름마다 수영복을 사곤 했다. 워터파크를 가는 그 해 여름에는 래시가드를 구매했고, 해외 호텔 수영장을 가게 된 그 해 여름휴가 때는 비키니를 구매했다. 해가 바뀔 때마다 조금 다른 형태의 예쁜 수영복을 찾아다녔지만 수영장에서 입는 원피스 형태의 수영복을 고를 때는 그리 많은 시간을 할애하진 않았다. 실내수영을 시작할 때만 해도 최고의 수영복은 역시나 아레나라는 브랜드였다. 다른 좋은 국산 브랜드도 있고, 그 외 수영복 브랜드도 있었지만 지금도 처음 실내수영을 접하는 사람들 대다수가 수영하면 떠오르는 정체성이 뚜렷한 브랜드이다. 당시 백화점에만 가봐도 수영복 전문 매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건 역시나 그 브랜드 밖에 없었다. 하지만 나는 저렴한 수영 강습비에 비해 터무니없이 비싼 수영복을 살 엄두가 나지 않아 인터넷을 통해 브랜드가 없는 값싼 수영복을 구매했다. 평소 히피스타일의 원색을 좋아하는 나였지만 수영장에서 입을 수영복만큼은 달랐다. 그 당시 수영장에서의 국룰(보편적으로 통용되는 정해진 규칙)은 검정계열 수영복이었기 때문에 큰 고민 없이 가장 무난한 디자인의 검은색 수영복을 선택한 것이 성인이 된 후 나의 첫 실내 원피스 수영복이다. 

 두 번째 원피스 수영복을 구매할 때쯤에 후크라는 수영복 브랜드가 생겨 났다. 수영장을 다니는 젊은 층 사이에서 아름아름 입소문을 타고 있던 브랜드로 할인제품의 경우에 디자인과 가격이 준수하여 나에게 가성비로 안성맞춤이었다. 심지어 디자인도 원피스 수영복에 꼭 들어가 있는 독특한 기하학적 무늬나 화사한 패턴과는 조금 다른 젊은 감성의 세련미가 있었다. 오랜 기간 수영복계의 왕좌를 차지하고 있는 아레나, 나이키, 아디다스의 검정계열 수영복 사이에서 나름 새로운 아이덴티티를 가진 수영복 브랜드라고 자부할 수 있었다. 물론 경제적 상황이 좋지 않았던 나는 할인제품 안에서 골라야 했기에 선택의 폭은 넓지 않았지만 첫 수영복보다는 만족스러운 선택이었다.

 수영복을 교체해야 할 때가 되자 세 번째 원피스 수영복을 고르기 위해 또다시 수영복을 검색하게 되었다. 이때는 인터넷에서 서양 여자들이 입은 해외 브랜드의 수영복이 눈에 많이 띄기 시작했다. 우리나라에서 판매하는 원피스 수영복과는 달리 예쁜 디자인의 원피스 수영복이 나 좀 봐달라고 여기저기 손짓하고 있었다. 하지만 해외 구매 정보가 부족했던 당시에는 서양 기준의 치수만 보고 제품을 구매했다가 사이즈가 맞지 않더라도 반품 및 교환을 할 수 없다는 다소 모험적인 부분을 감수해야 했다.(물론 아예 할 수 없는 건 아니었지만 해외 구매이므로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점과 반품비가 배로 비싸다는 점 때문에 대부분 하지 않는다.)  

나 역시 후기 하나 없는 해외 브랜드 수영복을 디자인만 보고 구매했다가 사이즈도 소재도 실패한 경험을 맛보며 결국 급히 근처 매장에서 비싼 가격에 수영복을 다시 구매한 적이 있다. 이 경험으로 코로나 시국을 겪은 후 수영장을 다니기 위해 수영복을 선택할 때는 다시 큰 고민 없이 구매할 수 있게 되었다. 이제는 '디자인보다는 가성비 좋은 수영복 하나만 있으면 수영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라는 마음을 가질 수 있었기 때문에 이에 걸맞은 네 번째 원피스 수영복을 구매했다. 실제로도 수영강습을 받으면서 문제 될 건 하나도 없었다.


졸린JOLIN을 알게 되었을 때

 여전히 나는 같은 시간, 같은 수영장에 새벽 수영을 다니고 있었고, 달라진 건 없었지만 언제부터인가 부쩍 수영장에서 예전과 달리 예쁜 수영복을 입은 사람들이 종종 보이기 시작했다. 다른 사람들이 입은 수영복을 쓰윽 스캔하며 '저 수영복은 어디서 샀을까?' '어디 브랜드인거지?' '와~ 저분 수영복은 반짝이는 인어 같아~'하며 궁금해질 때가 많아지기 시작했다. 그쯤 신입 강습생 분들이 달마다 새로 들어오면서 같은 디자인의 수영복을 입은 사람들이 급속도로 늘어났다는 사실도 인지하게 되었다. '어? 같은 디자인의 수영복이네? 서로 불편해하지 않을까?' 아무리 예쁜 명품옷이더라도 나와 같은 디자인의 옷을 입은 사람을 거리에서 마주 주치게 되면 서로 민망해질 법한 상황이 떠올랐다. 하지만 이러한 생각은 나의 착각이었다. 어느 날 월반해서 옆라인으로 오게 된 나이차이가 많이 나 보이는 강습생 두 분이 같은 디자인의 수영복을 입고 있었다. 20대 추정의 강습생 한분과 50대 추정의 강습생 한분은 같은 디자인의 수영복임에도 서로 전혀 불편해 보이지 않았고, 오히려 다른 강습생들보다 부쩍 더 친해 보였기 때문이었다. 이 똑같은 디자인의 수영복은 예쁜 수영복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는 졸린JOLIN이라는 브랜드의 트레이드마크를 가진 디자인 이었는데 알고 보니 이 브랜드 수영복을 입은 사람들끼리 소통 가능한 연대가 있었다. 좋은 원단과 트렌디한 디자인으로 국내외 많은 수영인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수영복이라고 알게 된 후로는 수영장에서 졸린 마니아들이 속속히 보이기 시작했다. 졸린 마니아들은 '너와 나 우리 모두 졸린JOLIN'이라는 연대로 졸린 수영복 구매과정, 구매후기, 착용 후기 등을 소통하며 수영이라는 그룹 안의 또 하나의 소그룹을 형성하기도 했다. SNS에서는 #졸린 으로 인증하는 많은 피드들이 등장했고, 시간이 지나면서 졸린 외에도 #예쁜수영복, #예쁜수모, #예쁜수경 심지어 #예쁜수영가방 까지 예쁨을 추구하는 수영 아이템들의 피드들이 많아지면서 더 이상 수영장에서도 검정계열의 수영복이 국룰이라는 말은 옛말이 되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푸른 수영장물과 대비되게 거무튀튀했던 사람들의 수영복차림이 이제는 정말 다양한 색상으로 화려해졌으니 이미 증명된 셈이다. 그리고 심지어 이제는 수영복 인증을 하기 위해 수영장을 다니는 사람도 있다고 할 정도이니 나의 다음 수영복은 심히 고민될 법하다. 

요즘도 나는 새벽마다 예쁜 수영복으로 눈요기를 하며 '나도 언젠가.. 저런 스타일을 한 번 입어봐야지'하고 생각을 한다. 하지만 만약 수영을 처음 입문하는 사람이 있다면 처음부터 예쁜 수영복에 대한 부담은 갖지 말라고 얘기해주고 싶다. 몇 년간 꾸준히 수영을 하며 수영장에서 보이는 수영복의 변천사가 나름 재미있게 다가왔지만 그것이 본질이 될 순 없기 때문이다. 물론 어떤 것이든 활동하는 사람이 많아지면 그것을 표현하려는 사람도 많아지는 법이고, 나를 표현하는 것은 자존감 형성을 위해서도 좋은 방법 중 하나이다. 그렇지만 좀 더 당신이 수영의 본질에 집중한다면 지금도 나는 저렴하게 꾸준히 하기 좋은 운동종목으로 수영을 추천하는 바다. 


인스타그램 | @su0break

글 | 라라글피

(C) 2023. 라라글피 all rights reserv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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