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린JOLIN의 세계

수영복이 주는 정체성이란 무엇일까? (feat. 나의 수영복 역사)

by lalageulp

새벽수영 일기 3


어떤 수영복 입으세요?

실내 수영장에 처음 발을 들일 때 많은 사람들이 고민하는 것 중에 하나가 바로 '어떤 수영복을 사지?'이다. 보통 나는 워터파에서는 래시가드를, 해외 호텔 수영장을 가게 되면 비키니를 구매했었다. 첫 실내 수영장에서의 수영복은 허벅지를 모두 덮을 수 있는 반신 수영복을 선택했다. 하지만 입고 벗기가 불편하기도 하고, 실내 수영장을 다니다 보면 원피스를 더 많이 입기 때문에 오히려 반신 수영복이 조금 튀어 보일 때가 있다. 그래서 다음 수영복을 구매할 때는 무조건 원피스로 구매했다.

내가 실내수영을 시작할 때만 해도 최고의 수영복은 역시나 아레나라는 브랜드였다. 다른 좋은 국산 브랜드도 있고, 그 외 수영복 브랜드도 있었지만 지금도 처음 실내수영을 접하는 사람들 대다수가 수영하면 떠오르는 정체성이 뚜렷한 브랜드이다. 당시 백화점에만 가봐도 수영복 전문 매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건 역시나 그 브랜드 밖에 없었다. 평소 히피스타일의 원색을 좋아하는 나였지만 수영장에서 입을 수영복만큼은 달랐다. 대부분 검정이나 어두운 색상의 조금씩 다른 기하학무늬가 있는 수영복이거나 아주 화려한 패턴이 들어있는 수영복이었기 때문에 마음에 들진 않았지만 개중에 가장 마음에 드는 수영복을 골라야 하는 식이었다.

보통 1년에 한 번 내지 두 번 정도 수영복을 바꾸는 편이다. 그 당시 나는 저렴한 수영 강습비에 비해 터무니없이 비싼 수영복을 살 엄두는 나지 않아 새로운 수영복을 살 때마다 인터넷을 뒤져가며 예쁘고 값싼 수영복을 찾아다녔다. 해외 제품의 경우 마음에 드는 수영복이 있었지만 서양 기준의 치수만 보고 제품을 구매했다가 사이즈가 맞지 않더라도 교환 및 반품을 할 수 없다는 다소 모험적인 부분을 감수해야 했다.(그리고 해외 구매이므로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점과 반품비가 배로 비싸다는 점 때문에 해외구매는 항상 신중해야 했다.) 나 역시 해외 브랜드 수영복을 디자인만 보고 구매했다가 사이즈도 소재도 실패하여 결국은 근처 매장에서 독특한 기하학적 무늬가 들어가 있는 수영복 중 가장 무난한 것을 골라 비싸게 산 경험을 종종 맛보았다. 그다음부터 수영복을 구매할 때는 그냥 큰 고민 없이 '디자인보다는 가성비 좋은 수영복 하나만 있으면 수영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라는 마음으로 골랐다. 실제로도 수영강습을 받으면서 문제 될 건 하나도 없었다.

언젠가 원피스 수영복을 교체해야 할 때쯤에 오랜 기간 수영복계의 왕좌를 차지하고 있는 아레나, 나이키, 아디다스의 검정계열 수영복 사이에서 나름 새로운 아이덴티티를 가진 후크라는 수영복 브랜드가 수영장을 다니는 젊은 층 사이에서 아름아름 입소문을 타고 있었다. 지금까지 고민을 하게 만든 원피스 수영복에 꼭 들어가 있는 독특한 기하학적 무늬나 화사한 패턴과는 다른 젊은 감성의 세련미가 있는 디자인이었다. 할인제품의 경우에는 디자인과 가격도 좋아서 이 브랜드를 알게 된 후로는 한 동안 여기에서만 구매를 했다.

하지만 여전히 수영장에서는 '검정색 원피스 수영복'이 국룰(보편적으로 유행하거나 통용되는 규칙)이었다.


졸린JOLIN을 알게 되었을 때

코로나 시국이 끝나자 조금씩 실내수영장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어느 순간부터 부쩍 예전과 달리 '예쁜 수영복'을 입은 사람들이 종종 보이기 시작했다. 다른 사람들이 입은 수영복을 쓰윽 스캔하며 '저 수영복은 어디서 샀을까?' '어디 브랜드인거지?' '와~ 저분 수영복은 반짝이는 인어 같아~'하며 궁금해질 때가 많아지기 시작했다. 그쯤 신입 강습생 분들이 달마다 새로 들어오면서 같은 디자인의 수영복을 입은 사람들이 급속도로 늘어났다는 사실도 인지하게 되었다. '어? 같은 디자인의 수영복이네? 서로 불편해하지 않을까?' 아무리 예쁜 명품옷이더라도 나와 같은 디자인의 옷을 입은 사람을 거리에서 마주 주치게 되면 서로 민망해질 법한 상황이 떠올랐다. 하지만 이러한 생각은 나의 착각이었다.

어느 날 월반해서 옆라인으로 오게 된 나이차이가 많이 나 보이는 강습생 두 분이 같은 디자인의 수영복을 입고 있었다. 20대 추정의 강습생 한분과 50대 추정의 강습생 한분은 같은 디자인의 수영복임에도 서로 전혀 불편해 보이지 않았고, 오히려 다른 강습생들보다 부쩍 더 친해 보였다. 색상만 다른 이 똑같은 디자인의 수영복은 예쁜 수영복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는 졸린JOLIN이라는 브랜드였다. 좋은 원단과 트렌디한 디자인으로 국내외 많은 수영인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수영복이라고 알게 된 후로는 수영장에서 졸린 마니아들이 속속히 보이기 시작했는데 알고 보니 이 브랜드 수영복을 입은 사람들끼리 소통 가능한 연대가 있었다. 졸린 마니아들은 '너와 나 우리 모두 졸린JOLIN'이라는 연대로 졸린 수영복 구매과정, 구매후기, 착용 후기 등을 소통하며 수영이라는 그룹 안의 또 하나의 소그룹을 형성하기도 했다. SNS에서는 #졸린 으로 인증하는 많은 피드들이 등장했다.

실내 수영을 하는 수요가 많아지면서 졸린 외에도 #예쁜수영복, #예쁜수모, #예쁜수경 심지어 #예쁜수영가방 까지 예쁨을 추구하는 수영 아이템이 많아지면서 더 이상 수영장에서도 검정계열의 수영복이 국룰이라는 말은 옛말이 되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푸른 수영장물과 대비되게 거무튀튀했던 사람들의 수영복차림이 이제는 정말 다양한 색상으로 화려해졌다. 심지어 수영복 인증을 하기 위해 수영장을 다니는 사람도 있다고 할 정도이니 나의 다음 수영복이 심히 고민될 정도이다.

몇 년간 꾸준히 수영을 하면서 수영장에서 보는 수영복의 변천사가 나름 재미있게 다가왔다. 어떤 분야에서든 활동하는 사람이 많아지면 그것을 표현하려는 사람도 많아지는 법이다. 예쁜 수영복이 많아진 건 나에게는 정말 기다렸던 일이기도 하지만 만약 수영을 처음 입문하는 사람이 있다면 처음부터 예쁜 수영복에 대한 부담은 갖지 말라고 얘기해주고 싶다.

예쁜 수영복이 나를 설레게 해주기도 하지만 여전히 수영은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 특별한 장비 없이도 비교적 저렴하게 오래 지속할 수 있는 좋은 운동 종목이다. 그러니 무엇을 입든 일단 수영을 배워보는 걸 추천한다. 일단 시작하면 수영이 당신에게 많은 말을 걸어올 것이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새벽이 밝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