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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u Apr 03. 2023

스며드는 법

어제 저녁 11시 이후 아무런 기억 없이 눈을 뜬 걸 보니, 꿀잠 잤다.  오늘 아침 선곡은 성시경 김조한의 사랑이 늦어서 미안해. 잔잔히 흐른다. 아침에  눈을 뜨면, 침대자리로 아침햇살이 살포시 앉는다.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자면, 깨어있게 된다. 


날이 밝았구나. 하루가 시작됐구나. 오늘은 어떤 재미난 일이 내게 일어날까. 기대 설렘 혹은 다짐같은 걸 한다. 아침일찍 짧은 명상과 스트레칭을 하곤 부엌으로 왔다. 어젯밤 미리 끓여놓은 수프와 파스타 조금. 아침 상을 차렸다. 수프가 어찌나 맛있던지 두 그릇 먹었다. 식사 후 내일 한 번 더 먹을 요량으로 한 차례 끓여놓았다. 


나의 최애 믹스커피. 아이스로 탔다. 커피잔을 들고 테이블에 앉았다. 노트북을 켰다. 오늘 하루 일정을 간단히 상기했다. 즉흥적이지만 오늘 아침 글이 쓰고 싶어 글을 쓰고 있고 글을 쓰고 나면 짐을 챙겨 도서관에 들러 책을 반납하고 책 한 권을 빌릴 참이다. 오고가는 길에 산책이 되고 벤치에 앉아 책을 잠깐이라도 읽을 참이다. 


돌아와선 최근 생각하고 있는 것들. 하고 싶은 것들에 대한 아이디어 구상도 하고 촘촘하게 월요일을 보낼 예정이다. 이 와중에 아이스 커피는 왜 이리 꿀맛일까. 이 커피 하나에 월요일 아침이 더 맛있어졌다. 


수프가 생각보다 너무 맛있어 놀랐다. 닭고기 수프인데. 역시나 내 머릿속이 만들어낸 무작위의 레시피다. 어제 먹고 남은 퍽퍽한 닭고기 살에 시금치를 넣었는데 중간중간 들어가는 양념이 맛있었던지. 설명할 수 없는 맛이었다. 내 레시피에 추가하기로 한다. 


아침 햇살이 내 침실 창밖에 은은하게 촉촉하게 스며들 듯. 불현듯 스며드는 법.이라는 문장이 떠올랐다. 스며들다.는 말. 낭만적이다. 


주말엔 상금언니와 제나와 통화하게 됐는데. 말이 통하고 결이 같은 사람들과의 대화는 에너지가 되어준다.


내 삶에 내 인생에 물들어간다는 건. 촉촉하게 잔잔하게 스며든다는 건. 나답다는 것, 내가 내 삶의 주인공이 된다는 것과 같다. 


고로 지금 여기. 이곳에 집중하며 사는 삶이 이토록 중요한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스며들어야 한다. 그러다보면 내가 세상과 사람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깊이가 달라진다. 내 삶이 아름다워 보인다. 


오늘 아침 나는 스며들었다. 그럼으로써 자유를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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