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남편에게 느끼는 설렘 포인트
점심시간에 남편과 데이트를 했다. 메뉴는 내가 좋아하는 장어덮밥.
남편은 장어를 그리 좋아하진 않는다. 그런데 내가 좋아하니 가끔 나와 같이 먹어준다. 이 날 장어를 먹으러 간 것도 장어덮밥이 맛있다는 집을 지인에게 추천받아 내가 가보고 싶다고 하니 남편이 가자고 했다.
그런데 막상 가려고 하니 가격이 비싸서 다른 메뉴로 바꿀까 했는데 남편은 내가 좋아하는 거고 먹고 싶어 했으니 가보자고 했다. 내가 좋아하는 걸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고 싶어 하는 것 같았다. 나보다 더 간절히 먹으러 가자고 해주는 남편이 내심 고마웠다.
식당에 도착했고 장어덮밥이 나왔다. 잘 구워진 장어구이를 보자마자 이건 정말 맛있겠구나 하는 확신이 들었다. 그리고 장어를 입에 넣는 순간, 예상대로 정말 맛있었고 입안에서 사르르 녹았다. 비싼 값을 하는구나 싶어서 만족스러웠고 오랜만에 먹어서인지 맛있는 자극이 내 혀 끝에 더 강하게 다가왔다.
너무 맛있어서 난 아주 빠른 속도로 내 몫의 장어를 다 먹어버렸다. 그리고 내가 다 먹은걸 본 남편은 자기 밥 위에 있던 장어를 나에게 몇 점 더 얹어주었다. 내가 괜찮다고 오빠 먹으라고 했지만 남편의 장어는 이미 내 밥 위에 얹어져 있었고 난 괜찮다고 말한 지 1초 만에 고맙다며 또 잘 먹었다.
내가 잘 먹는 모습을 보는 걸 남편이 흐뭇해하는 게 느껴졌다. 그리고 나 먹으라고 내 밥 위에 고기를 올려주는 남편이 참 다정했다. 난 이런 포인트에서 남편에게 감동을 받는다.
고깃집을 가면 남편은 아이 앞접시에 고기를 작게 잘라서 놓아주고, 그다음엔 나에게도 고기를 챙겨준다. 고기가 다 익었다며 내 앞접시에 고기를 놔주는 남편에게 항상 감동을 받는다. 날 챙겨준다는 게 그저 고맙다. 나는 내가 알아서 잘 먹는데도 가끔 아이 대하듯 챙겨주는 남편의 챙김을 더 받고 싶어서 어리광을 부리고 싶을 때도 있다.
레스토랑에 가서 스테이크를 먹을 때도 잘라서 내 앞에 놔준다. 이럴 때 설렘을 느낀다.
그리고 남편이 쉬는 날 혼자 산책을 갔다가 내가 좋아하는 수국이 폈다며 사진을 보내주고, 내가 좋아하는 구름이라며 사진을 찍어서 보내주기도 한다. 남편의 이런 메시지를 받으면 기분 좋은 선물을 받은 것 같아 하루종일 행복하다.
이런 남편의 행동을 보며 연애 때나 지금이나 한결같다는 생각을 한다.
우리는 연애와 결혼생활을 한지 벌써 10년이 되었다. 10년 동안 커플이자 부부로 지내고 있는데 이 시간 동안 남편이 변했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늘 한결같다. 남편의 애정은 불같이 타올랐다가 한순간에 꺼지는 게 아니라 늘 잔잔한 모닥불이 피어오르고 있는 느낌이었다. 보통 연애 초반에 불타오른다고 하는데 남편은 딱히 그렇지 않았다.
오히려 갈수록 점점 불의 온도가 높아지는 사람이었다. 그래서인지 불 타올랐다가 식어간다는 느낌이 아니라 계속 꺼지지 않는 불이 모락모락 피어나고 있는 느낌이었다. 항상 따뜻한 온도를 유지하고 뜨겁고 차가운 온도차가 크지 않고 늘 은은한 온도를 유지하고 있는 사람이다.
내가 결혼하고 아이 엄마가 된 지금도
남편이 날 사랑하는구나 하고
느끼는 부분들은 일상 속에서
작고 사소한 것들을 챙겨주는데서
오는 것 같다.
기분에 따라 잘해주거나 못해주거나 하지 않는다. 그냥 늘 항상 몸에 베인 습관처럼 사소한 것들을 챙겨준다.
나는 무심한 듯 다정한 남편이 툭 던지듯이 주는 다정함을 모른 척 지나치지 않고 알아챈다. 남편의 애정과 관심에 내 심장이 콩콩거리며 반응한다. 나에게 여전히 설렘 세포가 살아 있다는 것이 좋다. 항상 심장이 두근거릴 수 없고, 서로에게 익숙해지면 설렘은 줄어든다고 하지만 그래도 약간의 설렘은 항상 마음 한구석에 있다.
남편이 나의 설렘 포인트를 누르면 내 마음에서 설렘이란 감정이 퐁 하고 튀어나온다. 아직 설렘을 느끼는 내가 왠지 좋다.
함께한 시간만큼 확실히 더 편해지긴 한다. 이 편함은 서로에 대한 믿음이 좀 더 깊어진 마음에서 오는 안식처 같은 느낌이다. 그런데 편함에 익숙해져서 설렘이나 고마움과 거리가 멀어지는 것만은 아니다. 오히려 서로에 대해 잘 알게 돼서 더 조심스러워진 부분도 있다. 가까워서 더 말조심을 해야 하는 것도 많이 느낀다. 나의 가장 가까운 소중한 사람을 남보다 못한 사람으로 대하고 싶지 않아 행동 하나, 말 하나에 신경을 쓰게 된다. 지금의 가까운 관계를 오래 잘 유지하고 싶은 마음에서 더 신경을 쓰게 되는 것 같다.
잠깐 보고 말 사이가 아니라
오래도록 평생 함께 할 사이이기 때문에
친해진 만큼 이 관계를 소중히
잘 유지하기 위해
정성을 들여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남편과 점심 데이트를 하는 2시간 동안 특별한 무언가를 하지 않아도 마주 앉아 밥 먹고, 대화하고, 차 마시고, 아름다운 풍경을 같이 바라볼 수 있는 것으로 충분히 행복했다.
길을 걷다가 차가 오면 차 온다며 나를 안쪽으로 밀어주고, 셀카 찍자는 내 말에 남편은 카메라를 보며 미소를 지어준다. 그냥 이런 것들이 나에게 다정한 설렘으로 다가온다.
부부 사이에서도 약간의 설렘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은 집 밖에서 둘만의 데이트를 종종 즐기는 것이 좋은 방법인 것 같다. 새로운 장소가 주는 설렘도 있고 낯선 곳에서 서로에게 더 의지하고 집중하게 되는 것도 있다. 그래서 나를 챙겨주는 남편의 세심함을 더 민감하게 감각하고 발견하게 되기도 한다.
남편과 하는 점심 데이트가 참 좋다. 이 시간만큼은 아이 아빠, 아이 엄마가 아니라 그저 남녀로, 연인처럼 보낸다. 이 시간들이 우리 사이를 조금 더 가깝게, 설렘의 감정이 식지 않도록 만들어 주는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