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랭귀지 스쿨의 문을 처음 열었을 때, 마치 전혀 다른 세상에 발을 들인 듯한 기분이 들었다.
눈을 감고 깊이 숨을 들이마셨다. 기대감, 두려움, 설렘이 한꺼번에 밀려왔다.
낯선 나라, 낯선 언어, 낯선 환경.
그 속에서 나와 같은 목표를 가진 사람들을 만났다.
비영어권에서 온 다양한 국적의 학생들.
저마다의 사연을 가슴에 품고, 새로운 도전을 위해 이곳에 모였다.
어색한 발음, 엉뚱한 문법, 서툰 표현들.
하지만 실수를 해도 누구 하나 비웃지 않았다.
말이 통하지 않아도 눈빛만으로도 서로의 간절함을 이해할 수 있었다.
입학과 동시에 실력 테스트가 진행되었다.
각 레벨은 Elementary, Intermediate, Upper Intermediate, 그리고 Advanced로 나뉘었다.
다 통과하려면 보통 1년이 걸렸다.
한국의 주입식 교육 덕분에 Writing과 Reading은
나름 괜찮았지만, Speaking과 Listening이 발목을 잡았다. 결국 대부분의 한국 학생들과 마찬가지로
Elementary 반에 배정되었다.
기초반 과정은 쉬운 내용이었기에 수업을 따라가는 것이 어렵지 않았지만, 진짜 문제는 따로 있었다.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귀가 열리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호주는 영국식 영어를 쓰지만
한국에서는 미국식 영어를 배웠다.
간단한 ‘Water’ 하나도 다르게 발음했다.
호주식 발음은 귀에 정확히 꽂히는 ‘워 터’,
미국식은 대강 발음해야 더 멋있는 ‘워~러‘.
익숙한 듯 낯선 언어,
영어를 처음부터 다시 배우는 기분이었다.
낯설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느라 이미 주눅이 잔뜩 들어 있었다. 그런데 물 한 병을 사는 일조차 연습이 필요했다.
상대가 알아듣는 영어를 해야 했으니까.
처음부터 쉬운 것은 하나도 없었다.
입을 열기 전, 머릿속에서 몇 번이고 문장을 반복했다.
“Can I have a bottle of water?”
그렇게 완벽하게 준비하고도 막상 주문할 때면 말이 꼬이거나, 상대방이 못 알아듣기라도 하면 얼굴이 화끈거렸다. 몇 번을 되묻는 점원의 표정에 당황해 얼버무리고 돌아선 적도 있었다. 그렇게 하나씩 어린아이가 처음 말을 배우듯이 배워나가야 했다.
어쩌랴! 영화의 한 장면처럼 두 손 들고 목청껏 외치며
“나 돌아갈래!!! “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NG (No Good) 냈으니 다시 비행기 타기 전으로 돌아가게 해달라고 떼를 쓸 수도 없었다.
온몸으로 부딪칠 수밖에.
여기까지 온 이유를 스스로 증명하기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