뚝섬의 노래 2 / 김선호
1.
오늘도 강 건너 잠실운동장에는 야구 경기가 있는가 보다 귀신의 눈보다 밝은 수 십 개의 빛들이 동그란 원을 삼키고 가끔씩 강을 건너오는 발 없는 함성 소리는 생각의 시간을 정지시키고 있다 불꽃놀이가 부르는 섬광을 잡으려 사진은 시간을 정지시키고 사람은 그 폐쇄회로 속에 수시로 들어앉는다 역시 사회적 동물은 모이면 즐겁고 흩어지면 외로워진다
2.
폭죽에 불 붙여주는 엄마 손에서 별이 그리운 아이는 타들어가는 막대기 폭죽을 건네받는다 이리저리 흔든다 빛과 빛이 부딪고 빛과 빛이 땅 위의 별이 된다 아이는 별을 들고 있다 또다시 다른 손으로 뜨거워진 막대기 폭죽을 만지고는 화들짝 놀란다 이내 데인 손이 쓰라려 엉엉 우는 아이의 눈물이 메마른 땅으로 자국도 없이 스며들고 있다 빛을 잃은 막대기 별도 땅바닥에 떨어져 기억을 지운다
3.
계단에는 스마트폰 속으로 들어가고 싶은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있다 어둠 속에 빛을 발하는 스마트폰에 얼굴을 묻고 연신 다양한 색깔의 표정을 지으며 손가락 놀이를 하고 있다 빛에 반사된 얼굴은 밤을 부르는 하나도 무섭지 않은 귀신이다 귀신이 많으면 진짜 귀신을 알 수 없고 가짜 귀신은 빛으로 화장을 한다 화장한 가짜 귀신은 빛이 사라지면 사람이 된다 귀신이 되기도 쉽고 환생은 더욱 쉽다
4.
치매에 걸린 바람이 이리 불었다 저리 불었다 방황하다가 조금 전에 불었던가 안 불었던가를 잊어버리고 또 불까 말까 고민한다 성가신 풀잎이 몸을 이리저리 흔들며 바람에게 구시렁거린다 다운증후군 증세가 있는 강물은 계속 전진 아래로만 흐르고 뒤를 돌아보지 않는다 뒤에는 기억하고 싶지 않은 과거가 있는지도 모른다 가끔 거꾸로 헤엄치던 잉어는 짜증스러운 몸짓을 지으며 물 위로 튀어 오른다
5.
뚝섬에 밤이 오면 강이 조잘조잘 이야기를 하고 별과 달이 구름 속을 들락거리며 변신술을 보여주고 바람은 심심하지 않게 오락가락 놀고 또 사람이 모인다 사람이 모이면 그곳에는 늘 사랑도 있다 과거의 사랑은 추억이 되고 지금의 사랑은 미래의 추억이 될 것이지만 내일의 사랑은 무엇이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른다 그렇게 아무도 모를 지라도 그것을 쫓아다니는 것은 어쩌면 아주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