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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를 찾아 떠난 나홀로 유럽여행  그리고 1년 후

반백살 싱글언니 시간여행 (1)

자유를 찾아 떠난 여행 그리고 1년 후: 독일, 여행 전날 


30년 전에 독일에서 같이 공부하던 베트남 친구한테 연락이 왔다. 단풍을 보러 한국에 왔다고. 지금 서울 롯데호텔에 있다고 시간 되면 만나자고 한다. 그런데 반가움보다 나 자신에 대한 초라함이 더 앞서서 선뜻 만날 수가 없었다. 여행을 좋아하는 나였지만 작년 유럽 혼자 배낭여행 후 올해 1년간 어디 가는 것도 돈 때문에 부담되어 여행을 포기해야만 했다. 1년 동안 여행이라고 집 앞 공원만 산책했다. 이 공원도 나름 외국인이 한국 감성이 남아 있어 좋아한다는 "안성맞춤랜드",  난 1년 동안 지금까지 여행되신 수영 가기 전, 또는 도서관 가지 전 집 앞에 있는 "얀성맞춤랜드"로 여행을 하면서 나를 다독였다.


좋아하는 여행대신 집 앞 공원 "안성맞춤랜드"로 산책여행


독일 하이델베르크 대학 시절 5년 동안 같이 공부했던 이 베트남 친구는 나와 나이도 같고 나처럼 싱글언니다. 작년에 독일에 있는 나를 보기 위해 베트남에서 독일로 날아온 친구였다. 언제 어디든 자유롭게 여행하는 친구다. 돈에서도 자유롭고, 시간에서도 자유로운 친구다. 1년 전에 나는 시간에서는 자유롭지 않았지만 돈에서는 직장이란 명함 때문에 자유로웠다. 그런데 퇴사한 이후도 시간에서도 자유롭지 못하고 돈에서는 얽매이기 시작했다. 몇 개월 전에서야 강의를 시작하면서 새로운 여행을 시작할 수 있었다. 하지만 아직 그 여행이 끝이 나지 않아 단풍을 보기 위해 한국을 찾아온 그 친구 만나기가 부담 스러 만날 수가 없었다. 


친구를 만나는 대신 그냥 지금 나한테 주어진 일을 했다. 디지털배움터에서 시니어들의 말을 들어주면서 그분들의 궁금증을 풀어주는 해결사가 되고, 새벽과 밤에는 온라인 강사. 1년 전에는 이러한 것은 생각도 못했다. 수다를 좋아하고 누구에게 가르치는 것을 좋아하는 나여서 얼마 전부터 가르치는 것을 적성이라고 생각하고 다시 도전한 나의 꿈이자 새로운 여행이었지. 그러나 새로운 꿈을 찾는 여행이라고 하긴 했지만 어떤 때는 여행지에서 폭우 속에서 길을 잃어 헤매는 것처럼 꿈속 여행도  그리 쉽지는 않았다. 제대로 된 수입이 내 통장에서 끊겨 진지 벌써 1년,  얼마 전 강의라는 새로운 꿈 여행을 떠나면서야 여행 용돈 같은 수입이 들어왔다.


지금 돌아보면 뭐가 그리 화가 난다고 주위에서 말리던 사표를 회사에 내고 당당하게 나왔는지 솔직히 후회를 많이 했다. 그리고 사표 던지고 또다시 회사에 들어갈 것 같아 도망가듯이 작년 이 날 유럽으로 가는 배낭짐을 쌓았다. 

그때 마침 독일에 살고 있는 남동생 와이프가 딱 한 살 된 아기랑 둘이 한국에 와서 다시 독일행 비행기를 탈 때 아기랑 아기엄마와 함께 독일로 떠났다. 


1년 전 바로 오늘 나는 혼자서 두어 달 배낭여행 준비를 하기 위해 추운 겨울을 이겨낼 핫팩을 열심히 배낭과 캐리어에 담고 또 담았다. 그리고 체중계에 달았는데 핫팩 때문에 23kg 넘어 다시 빼고 다시 넣고. 몇 번씩 체중계에 캐리어를 재고 재어 드디어 23kg에 맞추었다. 그리고 두어 달 집을 빈집이 될 지금의 나의 보금자리를 깨끗이 정돈했다. 

깨끗하게 정리를 했는데 내 마음을 왜 엉키고 엉켰을까? 내 마음은 정리가 안되었다. 남들은 11월에 23년을 준비하기 위해 이것저것 계획도 세우고 공부도 하는데 그런데 나는? 앞으로 무엇으로 먹고 살 계획도 안 하고 그냥 도망치듯이 서둘러 벗어나려고 했다. 

무거운 배낭과 캐리어에 있는 짐의 무게처럼 내 마음도 머리도 무거웠다. 그 와중에 노트북은 챙겼다 가서 여행하면서 영상도 찍고 여행작가가 되면서 돈 벌어보자고 그런 낭만적인 꿈도 가지면서 여행 전날밤 잘 들었다.


출발 당일: 출발? 아님 현실도피?


여행을 떠났던 딱 1년이 된 오늘. 오늘도 여전히 새벽기상으로 창밖을 활짝 열고 새벽하늘에 떠있는 구름과 별을 보았다. 작년 이 날도 똑같이 창을 열고 창밖을 열고 밤하늘을 보고 창문을 닫고 잠그고 또 하나의 창을 닫고 꼭꼭 잠갔다. 그리고 배낭과 캐리어를 끌고 버스터미널에서 공항버스를 첫차를 기다렸다. 깜깜한 새벽, 아무도 없는 그 터미널에 나 혼자 버스를 기다렸다. 11월의 공기는 왜 이리 차고 추운지, 핫팩으로 추운 몸과 얼어붙은 나의 마음을 다독였다. 그래도 착잡했다. 지금 독일로 가는 것이 맞는 것인지.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돈이 안 나오는 세상에서 나는 얼마나 버틸 수 있는지 답이 없었다. 깜깜한 새벽 버스터미널처럼 나의 마음도 미로에 갇혀 출구를 찾지 못했다.

공항버스 첫차를 기다리는 어두운 터미널에서

복잡한 마음과 무거운 짐을 싣고 공항버스를 타고 공항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는 예쁜 아기 조카와 아기 엄마였다. 아기는 귀여운데 누구와 함께 비행기를 탄 적은 처음인 것 같다. 그런데 아기와 함께 14시간 비행기에서 보낼 생각을 하니 공항에서 아기 얼굴을 보고서야 실감이 났다. 복잡한 내 마음도 모르고 계속 웃어주는 귀여운 조카를 비행기에서 보면서 피곤함에 나의 앞날에 대한 걱정도 사라졌다. 

깜깜한 내 마음을 모르고 기내에서 놀자고만 하는 예쁜 조카

1년이 지난 오늘 새벽 줌 스터디 모임에서 웃음에 대한 강의가 있었다. 오래간만에 실컷 웃었다. 소득은 회사를 다녔을 때의 딱 20 퍼센트다. 반백살에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공부만 열심히 했었다. 그러다 최근에 전자책 쓰고 강의를 하면서 무엇인가를 하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소득이 별로 없어 아직까지 마이너스 대출에 허덕이고 있지만 실가래 같은 것이 보이고 나를 믿고 따라와 주는 나의 학생이 보였다. 나를 멘토로 믿고 따라와 주는데 절망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 나를 보면서 나의 실패담과 경험담 하나하나를 메모하고 자신의 스토리에 담아 자신의 컬러로 콘텐츠를 만들어가는 나의 찐 팬들을 보면서 나도 동기부여가 된다. 그래서 이들을 위해 어설픈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아 본 강의를 하기 전에 리허설을 여러 번 했다. 그리고 왕초보 학생들의 길잡이로 나의 시간으로 안내를 했다. 그들은 더 이상 나처럼 방황하게 만들고 싶지 않았기에 그들에게 시스템을 만들어 주었다. 그리고 나도 같이 그들과 웃음으로 떠나는 새로운 여행을 시작한다.

1년 후 오늘 웃음으로 떠나는 시간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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